김휘근 영화감독을 만나다

오늘도 「The Y」는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청년 예술가들을 찾아 나섰다. 바로 영화를 통해 세상에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는 청년, 김휘근 영화감독(22)! 구수한 부산사투리로 침착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어떤 감독일까?
 

▲김휘근 영화감독


어쩌다 마주친, 영-화
 

김휘근 감독은 지난 2012년 단편 독립영화 『다섯 개의 시선』으로 KBS 사장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난 2014년에는 장편 『하얀색은 더럽다』가 부산 독립 영화제 초청작으로 뽑히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세 번째 장편 영화 『뿔을 가진 소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김 감독이 ‘영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김 감독은 “어느 날 문득 어린 시절 자주 놀던 화물 주차장을 영상 속에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장난삼아 시작한 영상 제작은 김 감독을 영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다.
한편, 김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그의 롤 모델 정지우 감독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홀로 영화를 만들어 작품을 출품시키곤 했는데, 대회의 심사 위원이었던 정 감독이 그의 작품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 시절을 회상한 김 감독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라는 감독님의 격려를 듣고 큰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의 말 한마디는 그를 어엿한 ‘영화감독’으로 바꾼 셈이다.
 

영화, 하지 않으면 더 괴로우니까
 

김 감독은 ‘영화로 질문을 해보자’는 목적을 갖고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장편영화 『히어로』는 주인공이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저주하며 타인의 괴롭힘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는 내용이다. 『히어로』에 대해 김 감독은 “‘폭력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묻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내년에 개봉될 그의 영화 『뿔을 가진 소년』도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탄생됐다. 『뿔을 가진 소년』은 인간 녹용을 위해 뿔을 가진 소년을 찾아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영화다. 김 감독은 “우연히 한약을 먹다가 이것이 달여지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고민 끝에 김 감독은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과 슬픔이 따른다’는 주제를 가지고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하면서 김 감독은 재정 악화와 맞물려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직 어린 나이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스스로 어떤 한계에 부딪힐 때 가장 힘들다”고 전했다. ‘청년’ 감독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 때 느끼는 심적 괴로움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보다 크다”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독립영화의 빛나는 미래를 위하여!


김 감독은 독립영화의 장점으로 영화가 외부로부터의 투자를 받지 않는 대신 작품에 감독의 목소리를 더욱 분명히 낼 수 있는 것을 꼽았다. 김 감독은 “제한된 여건 속에서 작품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작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다보니 매번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한 재정 부족, 영화의 진출 및 상영 기회 부족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그의 개봉을 앞둔 영화 『뿔을 가진 소년』의 경우 부족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5월 말까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한편, 김 감독은 독립영화가 알려질 수 있는 탈출구가 각종 영화제나 수상을 통한 방법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독립영화가 스크린에 상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영화제에 출품해 수상하면 상영해주는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감독들이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게 영화를 제작하다보니 영화의 다양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감독은 “독립 영화가 상영될 기회가 늘면, 관객들이 더욱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와 같은 존재론적 화두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김 감독이 던지는 질문이 우리나라 독립영화계에 묻혀있는 청년 예술 원석들을 발굴 하는 데에 기여하길 꿈꾼다.
 

글 신유리 기자 
shinyoori@yonsei.ac.kr
사진 박은우 기자 
silver_ra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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