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수많은 ‘×’로 가득 차있다. 바로 ‘콜라보레이션(아래 콜라보)’ 열풍이 분 것이다. ‘콜라보’는 말 그대로 둘 이상의 브랜드가 손을 잡아 각 브랜드의 이미지가 ‘곱’해진 것으로, 단순한 ‘합’ 이상의 무한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음악, 패션, 음식 등 어느 특정 분야에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콜라보가 탄생되고 있다.
 

“왜 다들 ‘콜라보, 콜라보’ 거리는 거야?!”
 

지난 17일 발매된 ‘유재석 × 엑소 콜라보’ 음원의 경우 발매 직후 각종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각종 방송 프로그램부터 교육 및 출판 업계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콜라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콜라보에 관심을 보이고 또 열광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오세조 교수(경영대·마케팅)는 “오늘날 제품은 기능적 요소 외에도 소비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콜라보는 소비자에게 즐거움, 행복감 등 여러 심리적 요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협업을 통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또한 오 교수는 “콜라보가 상품 제조 및 유통의 융합을 통해 제품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브랜드가 합쳐져 기존에 각자가 보여준 이미지를 뛰어넘는 효과가 창출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정 이미지로 소비자들을 유도하고 브랜드의 자연스런 변신도 꿈꾸고 있다.
기업 및 개인의 콜라보를 두고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한창 스타와의 콜라보를 진행 중인 강남역점 모 매장에서 옷을 구입한 차예은(24)씨는 “상품을 보고 관련 스타를 떠올릴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최희진(경제·16)씨는 “실제로 디자인과 캐릭터만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들이 만족한다면 이런 마케팅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그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이에 지난 상·중반기 우리 사회 속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은 마케팅의 몇 가지 사례들을 찾아봤다.

# 카카오 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지난 7월 2일 서울 강남에 개장한 ‘카카오 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평균 1만 5천 명의 소비자가 드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블록, 티머니 교통카드, 텀블러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상품에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접목시켰다. 카카오 프렌즈 홍보 담당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지속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하겐다즈 × 웹툰 작가 서나래
지난 8월 16일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가 신상품 출시 기념으로 웹툰 작가 서나래와의 콜라보를 통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선보였다. 서 작가의 웹툰 『낢이 사는 이야기』처럼 이번에 출시된 이모티콘 역시 캐릭터 특유의 친근한 표정과 멘트가 인상적이다. 해당 이모티콘을 구매한 이지민(20)씨는 “좋아하는 웹툰 캐릭터가 상품에 녹아드니 브랜드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 지드래곤 × 에잇세컨즈
지난 8월 12일 ‘에잇세컨즈’(8 seconds)는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에잇 바이 지드래곤(8 × G-Dragon)’과 ‘에잇 바이 지디스픽(8 × GD’s Pick)’이라는 2개 라인을 선보였다. 전자는 지드래곤의 감성과 아이디어가 담긴 것들이고, 후자는 그가 평소 즐겨 입는 아이템들을 변주해 데일리룩으로 제안한 것이다. 에잇세컨즈 강남역점 매장 관계자는 “3층 한 구역이 전부 콜라보 공간”이라며 “셀럽이 참여한 것이다 보니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스타의 개성과 패션 감각, 그리고 브랜드의 이미지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콜라보를 통한 진정한 ‘콜라보레이션’
 

그렇다면 이러한 콜라보 마케팅 방식이 항상 성공적이기만 할까?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콜라보의 이미지가 상품과 지나치게 동떨어지는 등 무분별한 콜라보 진행을 주의해야 한다”며 “상품의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각이 무너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즉, 아무리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꾀해도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마케팅 전략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무분별한 콜라보로 인한 ▲브랜드 독자성 상실 ▲단기적 ‘반짝’ 이슈화 ▲왜곡된 소비문화 조장 등의 의견이다. 한창 콜라보를 진행 중인 매장들이 가득한 강남역 일대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정현(20)씨는 “한 캐릭터가 거의 모든 제품에 등장해 혼란스럽다”며 “단지 이슈를 만들기 위해 상품과 어울리지도 않는 캐릭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권가영(ASD·16)씨는 “서로 협업하는 두 브랜드 중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의 경우 자사 제품 자체보다 단지 콜라보 상품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같아 주객전도의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적 측면은 콜라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주체 모두가 끊임없이 고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특히 콜라보 주체 측은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쌍방 소통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국내 최초 마케팅 전문컨설팅 회사 ‘BIT컨설팅’ 김동균 대표는 저서 『마케팅의 미래 고객 인게이지먼트』를 통해 ‘이제는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됐다’며 ‘다양한 경험 제공으로 소비자들이 상품과 관련된 일들에 직접 참여하고, 그것을 공유하게 해야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런 소비자 특성의 변화에 맞게 콜라보를 진행하는 주체 역시 단지 각자의 이미지 제고와 매출 증가를 위해 콜라보를 진행하기보다, 먼저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편 그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고유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젠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콜라보가 단지 단기적 ‘유행’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대중의 이야기를 담고,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이미지와 제품을 생산해 하나의 거대한 대중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신유리 기자
shinyoori@yonsei.ac.kr
<자료사진 에잇세컨즈, 하겐다즈, 카카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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