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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끝이 잘린 고양이를 아세요?함께 살아가는 방법,TNR
  • 박혜지 기자
  • 승인 2016.09.24 20:41
  • 호수 1778
  • 댓글 0

얼마 전에 살인 진드기가 길고양이에게서 발견됐다는 부정확한 정보가 보도된 바 있다. 이 기사에 대한 댓글 가운데 ‘이참에 싹 다 죽여 버려야지’와 같이 고양이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댓글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 공간에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당신 옆집의 동물

▶▶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의 임시 급식소

최근 길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으로 TNR이 제시된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의 3단계로 이뤄진다.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 TNR은 2007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이미 중성화 수술이 된 길고양이를 다시 포획하는 일이 없도록 TNR을 거친 고양이는 그 표식으로 귀 끝을 조금 자른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TNR은 길동물을 도심 속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길고양이의 경우, 여러 가지 질병을 옮기는 쥐들의 번식을 막고 개체 수를 조절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TNR은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길동물의 경우, 암컷이 새끼를 낳거나 수컷이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개체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막아주는 것이 바로 TNR이다. 개체 수가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함으로써 도심 생태계의 혼란을 막는 것이다.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길동물을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학가에서도 학내 길고양이들의 TNR을 시도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가의 첫 고양이 보호단체는 국민대의 ‘고양이 추어오’다. 이 단체는 고양이들이 직면한 문제에 사람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먹이를 공급하고 번식을 제한하는 방법밖에 없어 이를 위해 TNR은 필수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또 우리대학교의 고양이 보호 단체인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의 회장 최예원(경영·13)씨 또한 “고양이에게 호감이 없는 사람들도 학내 구성원인 만큼 그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며 TNR을 실시하는 이유를 밝혔다.

왜 하필 고양이인가

고양이는 길동물 중에서도 대표 격이지만, 길동물을 떠올리면 비둘기나 개도 생각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길동물들 중에서 왜 하필 고양이를 중심으로 TNR 사업이 일어난 것일까?

이는 고양이가 뭇 사람들에게 혐오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비둘기나 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비둘기의 경우 포획이 쉽지 않고 개는 발정기에도 크게 울지 않기 때문에 길고양이 문제와는 다르다. 최씨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개체 수가 늘지 않길 바라는 사람도 있기에 그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기 후 안락사에 이르는 고양이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TNR은 안락사 대신 개체 수를 조절하는 더 나은 방안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개체 수 조절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21일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유기된 후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분양 혹은 기증되는 개의 비율은 약 60.26%에 달하지만, 고양이의 경우 약 32.57%에 그친다. 이들을 제외한 약 39.74%의 개와 약 67.43%의 고양이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한다. 이에 동물자유연대 정책국 반려동물팀 정윤경 활동가는 “먼저 길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도심의 야생동물이므로, 사람에 의해 태어나고 길러진 후 버려지거나 유실된 유기견과의 구분이 필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길고양이는 유기견과 달리 TNR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즉, TNR은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고 사람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은?

한편 일각에서는 이렇게 길동물, 그 중에서도 특히 길고양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윤모씨는 “사람에게 친근한 동물을 중심으로 보호를 받는 것 같다”며 “선택적으로 동물보호가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전시되거나 사육되며 밀렵의 위협에 처하거나 실험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이에서 멀어져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걸려오는 절대 다수의 전화 또한 반려동물과 길고양이 문제라고 한다. 이에 정 활동가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친숙한 동물의 문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더라도 동물보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종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에 정 활동가는 “이러한 캠페인을 하는 시민단체로서 전시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의 보호를 위해서도 사육시설 개선 요청, 입법 활동, 연구조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야 사회 전반의 동물보호의식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도심에 사는 생명체가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람은 생태계의 일부이며 도심 또한 분명히 작은 생태계이다. 정 활동가 또한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다”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흉악범죄자의 경우 통계적으로 동물학대가 첫 범행인 경우가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므로 단순히 TNR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도심 생태계 안에서 함께 공존해나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생태주의적 관점 :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

박혜지 기자
pphhjj66@yonsei.ac.kr
<자료사진 ‘연세대 냥이는 심심해’>

박혜지 기자  pphhjj6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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