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 테러 추모현장에 찾아가다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에서 시내까지 운행하는 98번 버스를 타면, 직선도로를 향해 뻗어 있는 아름다운 지중해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차창으로 보이는 8월의 니스해변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 달 전, 바로 이곳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했으리라고는 가히 믿기 힘들 정도로, 기자에게 니스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NICE’였다.

숙소에서 짐을 풀자마자 기자는 테러의 진원지를 찾아 해변 산책로로 향했다. 도보 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 이외에 어떠한 비극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곳곳에 배치된 무장경찰들의 존재만이 당시의 비극과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그러던 중 기자는 우연히 해안가와 알베르 1세 정원(Jordin Albert 1er)의 교착점에 우뚝 선 100주년 기념탑, 바로 옆 정자에서 추모의 행렬을 발견했다. 정자로 향하는 입구엔 ‘A NOS ETOILES DISPARUES(사라진 별들)’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테러 직후 19톤 트럭이 휩쓸고 간 약 2km의 거리 위에 놓여있던 추모품들은 현재 이곳 정자, 니스의 키오스크(Kiosque de Nice)로 옮겨졌다. 테러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곳엔 국적·종교·인종을 불문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의 촛불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번 니스 트럭테러는 튀니지 출신 이민자 개인이 자행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지난 8월 19일까지 집계된 프랑스 건강협회(French health department)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86명의 사망자와 303명의 부상자를 초래한 대규모의 사고다. 이들 중에는 폭주하는 트럭을 피하지 못하고 압사된 10명의 어린아이들이 있어 세간의 안타까움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에 추모 공간은 사망한 어린이들의 사진과 함께 수많은 ‘인형’들로 가득 채워졌다. 또한 부모와 함께 방문한 어린이 추모객들의 모습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진풍경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한 부모의 참교육이자 아이들에겐 산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자는 생각했다.

▲무슬림 여성과 그의 딸이 추모를 하고 모습

니스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8월 23일, 니스에선 또다시 ‘무슬림 여성의 부르키니 착용금지’로 인한 이슬람 세력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부르키니 논쟁은 프랑스 정치권 내에서도 ‘의복선택에 있어 개인의 자유’와 ‘세속주의**에 기반을 둔 평등원칙의 위배’라는 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존중해주는 똘레랑스의 원칙보다도 지켜져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더 이상 사라져서는 안 될 우리들의 작은 별들일 것이다.

*소프트 타깃 테러: 무방비 상태의 일반 대중을 목표로 하는 테러로, 주로 테러보안 및 경계가 취약한 공공장소를 목표로 한다.

**세속주의: 사회에 대한 종교적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초자연이나 신의 은총 혹은 사후세계 등을 부정하고 인간의 노력만으로 무한히 발전해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

 

글•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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