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농구열풍의 주역들과의 평행이론

90년대 ‘농구대잔치’에서 최고의 팀을 꼽으라면 우리대학교가 빠지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열광시켰던 최고의 농구 스타들이 그립다면 이번 정기전 농구경기에 주목하자. 이제는 한국농구를 책임지고 있는 90년대 농구 스타들과 평행이론을 걷고 있는 우리대학교 농구부 선수들을 알아보자!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듬뿍 담김 주의!

1. ‘컴퓨터 가드’ 이상민

 

‘영원한 오빠’로 남아있는 이상민(경영·91)의 트레이드 마크는 빠른 농구였다. 그는 선수시절에 가드부터 센터까지 트랜지션 상황*에서 속공을 멈추지 않았으며, 속공이 실패했을 경우 빠르게 얼리 오펜스로 전환하며 상대팀을 몰아붙였다.

그와 평행이론을 이루는 선수는 우리대학교 에이스 허훈(스포츠레저·14,G·9) 선수이다. ‘농구 DNA’를 타고난 허 선수는 이상민 못지않은 훈훈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상민에게 든든한 오빠부대가 있었다면, 허 선수를 응원하는 여학생들의 환호도 만만찮다. 그러나 훈훈한 외모에도 가려지지 않는 것은 그의 실력! ‘MBC배 대학농구대회’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허 선수의 에이스 본능이 드러나며 이상민의 선수시절을 연상시켰다. 허 선수는 모든 선수들이 지쳐가고 있는 4쿼터에서 기습적으로 얼리 오펜스로 전환해 미들레인지 점프슛을 선보이고 스틸에 이은 빠른 속공을 전개하며 경기를 지휘했다.


2. ‘스마일 슈터’ 김훈

 

훈훈한 외모로 ‘스마일 슈터’로 불렸던 김훈(법학·92)은 흔들리지 않는 3점슛으로 코트를 장악했다. 김훈의 손을 떠난 공들은 깔끔하게 림을 통과하며 지켜보고 있는 관중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었다.

이런 김훈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대학교 천기범(스포츠레저·13,G·7) 선수다. 그들의 공통점은 등번호 7번이다! 또한, 천 선수는 가드지만 김훈 못지않은 외곽슛으로 경기에서 안정적인 3점슛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정기전에서도 천 선수는 독보적 활약을 펼쳤다. 2쿼터에서 우리대학교가 근소한 차이로 지고 있었으나, 3쿼터가 시작되고 천 선수가 3점슛을 연달아 성공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되찾았다. 경기가 절정에 이른 것은 3쿼터 종료 직전, 천 선수가 버저비터 3점슛을 뱅크샷으로 성공해 관중을 열광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또한, 김훈이 ‘스마일 슈터’로 소녀팬들을 쓰러뜨렸다면 천 선수는 한 매체에서 농구계의 ‘원조 연세대 얼짱 라인의 명맥을 잇는 자’라고 소개된 바 있다.

 

3. ‘람보 슈터’ 문경은

 

문경은(체교·90)은 ‘람보 슈터’라는 별명처럼 공격 성향이 강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놀라운 슈팅을 뽐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리버스 백핸드 덩크슛 또한 수비수들의 경계대상 1호였다.

그런 그의 길을 걷는 건 우리대학교 농구부의 주장, 최준용(스포츠레저·13,F·5) 선수다. 물론 최 선수는 포워드인 만큼 인사이드 플레이에 강한 선수지만 문경은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슈팅과 탄탄한 수비를 모두 맡고 있는 만능 리더다.

지난 5월 2일 명지대와의 친선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공격을 모두 선보인 최 선수의 모습은 마치 문경은의 대학시절 같았다. 또한, 문경은에게 리버스 백핸드 덩크슛이 있다면, 최 선수는 ‘아시아퍼시픽 개막전’ 중 하와이 퍼시픽대학과의 경기에서 속공으로 원핸드 덩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4.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

 

우지원(체교·92)은 안정적인 3점슛으로  결정적 순간에 팀의 분위기를 180도 바꿔 놓던 선수였다. NBA에 밀러타임이 있다면, 한국에는 우지원 타임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정적 순간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겨주던 우지원!

그와의 평행이론을 이루는 건 우리대학교 김경원(체교·16,C·14) 선수다. 김 선수와 우지원은 대대로 최고의 농구 선수를 배출하는 경복고 출신이다. 특히, 김 선수는 아직 1학년이지만 우지원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터트릴 줄 안다. 김 선수는 지난 8월 28일 조선대 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학농구리그’ 조선대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이끄는 핵심선수였다. 당시 조선대의 외곽포가 폭발하면서 우리대학교가 고전하고 있을 때, 김 선수가 1쿼터에서만 10점을 올려 경기의 흐름을 뺏기지 않을 수 있었다.


5. ‘국보급 센터’ 서장훈

 

207cm의 키로 코트를 지배하던 서장훈(사회체육·93)은 리바운드는 물론 민첩한 움직임과 스피드로 덩크와 블록을 구사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괜히 ‘국보급 센터’가 아니었다. 공격형 빅맨이라고도 불리던 그는 압도적인 제공권 장악은 물론 슈터를 능가하는 슈팅실력으로 상대팀을 꼼짝 못하게 했다.

그와의 평행이론을 걷고 있는 우리대학교 선수는 바로 박인태(스포츠레저·13,C·31) 선수다. 박 선수는 2m의 큰 키로 우리대학교 골밑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핵심선수다. 박 선수가 거대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빠른 순발력으로 득점을 이뤄내는 모습은 서장훈 선수를 연상시킨다. 박 선수는 ‘뛰는 빅맨’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우리나라 빅맨들 중 코트 왕복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정기전을 준비하며 우리대학교 농구부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은 90년대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정기전에서 90년대의 뜨거운 열기가 재연되길 기대한다.

 

*트렌지션 상황: 상대팀의 공격 실패 후 속공으로 이어지는 상황.


글 이예지 기자
angiel@yonsei.ac.kr
그림 김은지
<자료사진 러블리훈, 위드허웅>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