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 갈등 vs. 용역업체의 개입, 민주노총 서경지부· 한국노총 철산노·용역업체 입장 차 불거져

지난 7일 아침 9시,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아래 서경지부)의 ‘3개월 쪼개기 계약, 해고 협박으로 청소노동자 피 말리는 악덕 용역업체 태가비엠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인 태가비엠에 속해 있다. 이들이 속한 노조는 민주노총와 한국노총으로 분리돼 현재 복수노조인 상태다. 서경지부는 기존 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철도사회산업노조 연세세브란스관리지부’(아래 철산노)가 지난 7월 출범한 서경지부 노동자들에게 탈퇴 협박을 하고 있으며, 태가비엠은 철산노와 함께 서경지부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철산노와 태가비엠 측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노조 간의 갈등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서경지부는 용역업체인 태가비엠이 신입 청소노동자들에게 기존 1년 근로계약서 대신 ‘3개월 쪼개기 근로계약서’를 받으면서 서경지부 가입을 방해하고 태가비엠 측에서 기존 노조였던 철산노를 어용노조*화해 서경지부 소속 노동자들에게 수당 인상, 자리이동 등을 조건으로 서경지부 탈퇴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경지부는 ▲3개월 쪼개기 계약과 해고 협박, 서경지부 차별행위를 중단할 것 ▲노동조합 탄압에만 몰두하는 불필요한 반장제도를 폐지할 것 ▲서경지부와 지난 2015년 5월 체결한 집단교섭 단체협약을 즉각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서경지부와 철산노·태가비엠 사이의 갈등은 철산노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6월 대거 철산노를 탈퇴하고 새로 만들어진 서경지부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차장은 “서경지부에 가입한 다수의 노동자가 한국노총을 탈퇴하면서 노조의 규모가 축소된 철산노와 새로운 노조의 등장으로 인해 위협을 느낀 태가비엠이 서경지부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3개월 근로 계약이 만료된 15명 이상의 노동자 중 1년 계약서를 쓴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태가비엠 측에서는 노조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업무를 진행할 수 없어 노동자들의 3개월 계약 만료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종현 이사는 “3개월 계약 후 아무 근거도 없이 해고된 노동자는 없었고 3개월 후 평가를 통해 1년 계약을 하는 것이 회사 규정”이라며 “노동자들의 3개월 계약 만료가 확인된다면 1년 계약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에서 철산노를 이용해 서경지부 탈퇴를 강요한다는 서경지부의 주장에 대해 이종현 이사는 “노조 사이의 갈등에 용역 업체와 원청인 세브란스 병원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노총 철산노 연세세브란스관리지부 하맹순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서경지부든 철산노든 다 같은 노동자인데 서경지부가 들어오고 난 후 노동자들이 서로 갈라서게 된 이번 사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어용노조: 노동자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설립된 노조.

글·사진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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