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크게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로 나뉜다. 광역의회는 광역자치단체의 의회로 특별시의회·광역시의회·도의회를 뜻하고, 기초의회는 기초자치단체의 의회 즉 시의회·군의회·구의회를 말한다. 기초의회제도는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의 일환으로 광역의회제도와 함께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의 구의회 무용론(無用論)

 

그런데 지난 2014년 12월,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아래 지발위)는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 산하의 기초의회를 폐지하겠다는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이는 국회의 법률 제·개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별시·광역시의 구의회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행정 비효율’을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 2015년 권경석 前 지발위 부위원장은 지발위 기고문을 통해 ‘현재의 지방행정체제에서는 행정효율이 저하되는 역기능이 심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권 前 부위원장은 또한 ‘특별시·광역시 등의 관할구역은 하나의 생활․경제권역임에도, 자치계층을 차등화 함은 자치의 원칙과 본질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도(道) 단위 광역단체는 지리적으로 넓고 도시·농촌·어촌이 섞여 있는 등 구성이 이질적이라 기초의회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특별시·광역시의 경우 구(區)끼리 동질성이 높고 정책의 영향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구의회를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구의회가 지역유지들의 모임으로 전락하여 선심성·전시성 사업에만 치중하는 것도 행정 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매년 교체하는 것도 이러한 선심성·전시성 사업의 사례다.

그리고 국회의원 측근들로 구의회에 진출한 구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하기보다는 국회의원의 도우미로 활동하는 경우도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의회, 네가 필요해

 

하지만 특별시·광역시 산하의 구의회 폐지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이기우 교수는 특별시·광역시 산하의 구들은 서로 동질성이 높아 구의회를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특별시와 광역시는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해 만들었고 그 속에는 인문적으로나 자연적으로나 서로 전혀 다른 구와 군들이 존재한다”며 반박했다.

일례로 부산광역시에는 해운대구와 기장군이 속해있다. 해운대구와 기장군은 인구, 산업 등의 측면에서 매우 상이하다. 해운대구는 42만 명으로 부산광역시에서 인구가 가장 많지만 기장군은 15만 명에 불과하다. 또한 기장군은 해운대구에 비해 1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현재 두 지자체는 각각의 기초의회인 해운대구의회와 기장군의회를 두고 있다. 만약 특별시·광역시 산하의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지발위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이 실현된다면 해운대구의회와 기장군의회는 사라지게 된다. 이 교수는 “대도시가 아래로부터 혁신을 할 수 있는 자치공간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구의회가 지역유지들의 모임으로 전락해 선심성·전시성 사업에만 치중하는 문제와 구의원들이 국회의원의 도우미로 전락한 현실에 대해 이 교수는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은 기초의회 제도 자체가 아니라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정당공천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구의원 당선을 위해서는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공천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로 지역 국회의원들이다. 현직 구의원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다음 선거를 위해 공천권자인 정당과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구의원은 이목을 끌기 위해 선심성·전시성 사업을 남발하며, 국회의원의 정치적 사조직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구의회에서 시민의 목소리는 배제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기초의원의 존재가치는 현저히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하며 반대로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해 기초의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시·광역시 산하의 기초의회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이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지난 2006년,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의회, 서귀포시의희, 남제주군의회, 북제주군의회가 모두 사라지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만 남게 됐다. 광역의회만을 남겨둔 채 기초의회가 모두 폐지된 것이다. 하지만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이 변화는 오히려 ‘행정 비효율’을 증가시켰다. 모든 지역 안건들이 특별자치도의회로 집중되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에 대해 이 교수는 “관료적인 획일주의로 인해 행정이 경직되고 주민의 구체적인 삶은 경시된다”며 “제주도에서는 기초자치를 부활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정치인들이 이를 공약으로 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정답은 참여다

 

특별시·광역시 산하의 기초의회를 폐지하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 20대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국회 통과도 어려우며, 앞서 살펴봤듯이 반대의 목소리 또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시·광역시 산하의 기초의회에 대한 폐지론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거리를 우리에게 던진다.

시민들의 무관심은 정당공천제와 맞물려 기초의회의 퇴행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기초의회 의원들이 주권자인 시민들보다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을 더 공고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기초의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성북구 주민들은 이를 실제로 보여줬다. 성북구의 경우, 지난 2014년 시민들 직접 주민감사청구제도로 구의원들의 외유성 경비를 환수해 화제가 됐었다. 주민감사청구제도는 지자체장과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들이 예산을 부당하게 쓴 의혹이 있을 때 주민들이 시장·도지사 또는 중앙정부에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비 환수를 이끌었던 당시 주민감사청구대표였던 안영신씨는 “구의원들이 터키로 외유성 연수를 떠났었다”며 “이에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고 부당하게 쓰인 경비를 결국 환수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주권(主權)은 시민에게 있다. 하지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주권은 투표일에만 행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시민은 정치인들에게 그저 ‘만만한’ 한 표일 뿐이다. 어떠한 정치인도 그러한 시민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시민 스스로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상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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