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아래 단톡방)에서 일어난 언어 성폭력이 잇따라 폭로됐다. 우리대학교에서도 모 학과 단톡방에 올라온 성희롱 발언이 자보로 공개되면서 학내에 파문이 일었다. 이어 총여학생회와 해당 단과대가 차례로 입장문을 게시하며 추후 조치와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일 총여학생회는 모 학과 단톡방에 올라온 성희롱 발언을 일부 발췌한 자보를 중앙도서관 입구에 게시했다. 총여가 밝힌 대화 내용은 ‘맞선 여자 첫만남에 강간해버려’, ‘여자주문할게 배달좀’과 같은 모욕적인 언사로 가득하다. 심지어 ‘K가 X대 붙은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지려고 할 것’이라며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총여는 ‘이는 모 학과의 실제 카카오톡 대화를 각색 없이 발췌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국민대 자치언론의 기고를 시작으로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서강대에서 단톡방 내 성희롱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학문과 지성의 상징적 공간인 대학에서 이토록 거칠고 저급한 인식이 만연하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단톡방은 빠르고 넓게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지만,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내부 고발 없이는 문제가 드러나기 어렵다. 실제로 성희롱 발언이 담긴 자보를 본 사람들 중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경우도 많았다. 제보 학생은 ‘단톡방 사람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삶 속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예민해지고 불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내부 고발자의 폭로가 잦아졌다는 것은 대학사회 내 성(gender) 감수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총여와 해당 단과대는 가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학내 성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본부 또한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징계 및 처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공론화될 때마다 차별적 인식에 대한 공감과 해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상 추적에 골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관련 없는 사람이 얽히거나 2차 피해가 생기는 일이 허다했고 지엽적인 차원의 논의에 그치고 말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신고를 망설이고, 가해자들이 ‘가벼운 농담’이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연이어 불거지는 대학 내 단톡방 문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더 이상 감추고 묻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동안 분별없이 행해온 차별적인 인식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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