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구의원인 새누리당 A의원과 더불어민주당 B의원은 지난 2015년 7월 14일부터 19일까지 5박 6일간 중국 용정, 장춘 일대로 국외공무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2001년 서대문구의회가 자체적으로 제정한 「공무국외여행규정」에 따르면, 국외공무여행을 계획 중인 서대문구 구의원은 출국 전에 별도의 지정된 서식에 맞춰 ‘공무국외여행 계획서’(아래 계획서)를 작성해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아래 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공무국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고서는 ‘공무국외여행 보고서’(아래 보고서)를 작성해 구의회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우리신문은 지난 2015년 7월 14일부터 19일까지 중국 용정, 장춘을 다녀왔던 서대문구 구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에 대한 계획서와 보고서를 분석했다.

 

시민은 알 수 없는 경비내역

 

지난 2015년, 5박 6일간 중국 용정, 장춘을 다녀왔던 구의원 한 명당 160만 원 가량의 경비가 소요됐다. 이 금액은 서대문구 구의회 사무국에서 전액 부담했다. 즉 시민의 세금이 쓰였다.

▶▶표 1 서대문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규정」에 따른 계획서 양식. 경비내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공무국외여행을 계획 중인 구의원은 서대문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규정」에 따라 규정된 서식에 의거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정된 계획서 서식에 따르면 구의원은 경비를 항공비, 체재비, 준비금, 교육비 등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5년 7월에 이뤄졌던 공무국외여행의 계획서를 살펴보면 160만 원 가량의 예산이 든다고만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내역은 나와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경비는 서대문구의회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의 국외여비 지급기준에 의거해 산출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결과 경비는 ‘다’급지로 분류되는 중국의 지급기준에 맞게 산출됐지만 공개됐어야 할 경비 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서대문구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항목별로 구체적인 경비내역을 계획서에 명시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시민의 세금이 쓰이는 일에 시민들은 ‘깜깜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허술한 연수일정과 부실한 계획서·보고서

 

7월 15일 오전 백두산 남파 등정
7월 15일 오후 백두산 서파 등정
7월 16일 오전 백두산 북파 등정

위의 일정은 지난 2015년 중국 장춘과 용정을 다녀왔던 구의원들의 연수일정 중 일부다. 계획서와 보고서에 따르면 백두산 방문은 민족의식과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하다. 우리대학교에 재학하는 ㄱ씨는 “구의원 업무와 별로 연관성이 없는 연수일정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의원은 “외유성 짙은 일정으로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접경지역에서 우리 동포들도 만나고, 현지 주민들의 생활도 보면서 나름의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두 구의원의 일정이 외유성 일정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계획서를 살펴보면 두 구의원이 용정시청과 장춘시청을 방문할 예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해외의 행정 관청을 시찰하고 이것이 지역구에 맞는 정책개발로 이어진다면 시민들 또한 구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청 방문 일정과 관련해 계획서와 보고서에는 부족한 대목들이 있다.

▶▶표 2 구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에 제출한 계획서. 접촉예정인물을 직책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서대문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규정」에 첨부된 계획서 양식에 따르면 접촉예정인물을 직책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의 계획서에는 ‘용정,장춘시청 방문기관 관계자’라고만 언급돼 있다.

보고서 또한 문제였다. 10쪽의 보고서 중에 용정시청, 장춘시청을 방문한 내용은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관련 사진 또한 없다. 시민들로서는 이들이 현지 행정관청을 방문하여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배웠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같은 해 2월에 있었던 서대문구 구의원들의 상해·시안 연수 보고서의 경우, 방문 기관에 대한 내용과 사진이 비교적 자세히 들어가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기자가 용정시청 방문과 관련해 묻자 A의원은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용정 일대를 방문해 통제가 됐었다”며 “용정시청을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장소에서 용정시청 공무원을 만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용정시청 공무원을 접견한 내용이 누락됐다.

▶▶표 3 계획서에 나온 연수일정표. 휴일인 토요일에 장춘시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나와있다.

 이어 장춘시청 방문과 관련해서 A의원은 “장춘시청은 계획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획서의 연수일정표 <표 3>을 보면 2015년 7월 18일에 장춘시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나와 있다. 지난 2015년 7월 18일은 토요일이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주5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연수 전에 현지 당국과의 협의 없이 졸속으로 연수일정을 짰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A의원은 “계획에 없는 다른 기관들을 방문했다”며 구의회 사무국을 통해 연변 조선족 자치주 사법국과 교통안전국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하지만 보고서에도 사법국과 교통안전국 방문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서대문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규정」에 첨부된  「공무국외여행보고서 작성요령」에 따르면 보고서는 20쪽 이상으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보고서는 12쪽에 불과했다. 그리고 보고서의 경우, 통계·법령·문헌 등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이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전체 보고서 중 9쪽가량이 인터넷 포털에 나온 내용을 짜깁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B의원은 “규정대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부실했다”고 인정했다.

 

구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단순히 ‘그들만의 여행’이 아닌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의 자양분’이 돼야 한다. 하지만 허술한 연수일정과 부실한 보고서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다. 해외연수에 대한 구의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지성 기자 
speedboy25@yonsei.ac.kr
<자료출처 서대문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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