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본격 B급 감성 인터뷰

왼쪽부터 황기욱 선수(체교•15,MF•6), 조평원 선수(스포츠레저•13,DF•18), 정성현 선수(스포츠레저•14,FW•11).

정기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축구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경기 종목이다. 그래서인지 현란한 발기술을 뽐내며 잔디 위를 내달리는 선수들을 보노라면, 이따금 잡다한 질문들이 머리를 스친다. ‘축구선수도 살이 찔까?’, ‘헤딩을 할 때 머리가 아프지는 않을까?’ 지금부터 기자와 함께 축구선수에 대한 사소하고 잡다한 호기심들을 해결해보자. 인터뷰에는 우리대학교 축구부 주장 조평원 선수(스포츠레저•13,DF•18)를 비롯한 정성현 선수(스포츠레저•14,FW•11), 황기욱 선수(체교•15,MF•6)가 함께했다. ‘가장 입담 좋은 선수들을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의해 꾸려진 인터뷰 라인업이었다.

Q. 살집 있는 축구선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축구선수도 살이 찌나?
평원 : 축구선수도 살이 찐다. 개인적으로 다이어트가 최근 큰 관심사다. 나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부상 등을 이유로 운동을 조금 쉬면 금세 살이 올라 걱정이다. 사실 요즘도 먹는 양을 조절하면서 체중을 감량하고 있다.
기욱 : 체질상 살이 잘 안 찌는 선수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식단 조절을 통해 체중 관리를 하는 편이다. 나도 최근 다이어트를 했는데, 평소대로 운동하면서 아침에 과일만 먹고 저녁 6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3주간 5~6kg이 빠졌다.
성현 : 운동선수들은 운동량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 밥을 많이 먹는데, 운동을 쉴 때도 그렇게 먹으면 대부분 살이 찌기 마련이다.

Q. 축구선수들도 피파 온라인3(아래 피파)*을 하나? 한다면 구단 가치는 얼마인가?
평원 : 틈 날 때 가끔 한다.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플레이했고, 구단 가치는 10억이다. 내 구단은 이탈리아 올스타들로 무장돼 있다. 물론 게임폐인은 절대 아니다. 일반 학생들과도 게임을 많이 해봤는데, 아무래도 축구선수인 내가 좀 더 유리하다고 느꼈다.
기욱 : 나도 한다. 구단 가치는 4억이다. 손가락이 유연해서 게임을 곧잘 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도 게임을 많이 한다. 피파 외에 다른 온라인 게임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성현 : 원래 게임을 잘 안 즐긴다. 친구들 때문에 PC방을 종종 가게 되면 피파를 하긴 한다. 구단 가치는 천만 원도 안 된다. 게임을 하다보면 차라리 내가 들어가서 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능력치가 낮아 플레이하기 힘들지만, 졌을 때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 때문에 더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생각은 없다.

Q. 축구 외 다른 구기 종목에도 재능이 있나?
평원 : 아무래도 운동선수이다 보니 처음 하는 운동도 남들보다 빨리 익히는 편이다. 볼링을 처음 치러갔을 때 150점 정도 나왔다. 또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배드민턴을 종종 치러 다녔는데, 그래서인지 배드민턴도 곧잘 친다.
기욱 : 의욕과 자신감은 넘치는데 막상 축구 외에 잘 하는 건 없다. 운동신경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막상 내기를 하면 야구를 할 때든 농구를 할 때든 우리 팀이 항상 진다. 축구도 노력해서 겨우 이 정도까지 왔지, 구기 종목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성현 : 누가 다른 운동 하는 것 없냐고 물어보면 골프를 좀 친다고 대답한다. 귀족 느낌이 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몇 타 치는지 말해도 잘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보통 잘 모르니까. 실제 실력은 캐디 누나들이 보고 살짝 비웃는 정도다. (기자 : 100타 넘게 치나?) 당연히 넘는다.

Q. 헤딩할 때 머리가 아프지는 않은가?
평원 : 공이 어디에 맞느냐에 따라 다른데, 이마에 잘 맞으면 아프지 않다. 옆머리나 정수리를 맞으면 좀 아프지만.
기욱 : 내 포지션(중앙수비수)이 헤딩을 자주 해야 하는 포지션이라 어릴 적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크게 아프지도 두렵지도 않다.
성현 : 아프다. 나는 헤딩 요령이 없다. 어렸을 때 엄마가 머리 안 좋아지니까 하지 말라고 하셨다. 헤딩을 잘 하는 사람들은 헤딩 할 때 본인이 멋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자주 하는데, 나는 헤딩을 잘 못해서 멋있지도 않고 심지어 헤딩을 하면 아프기까지 하니까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내 포지션(공격수)이 헤딩이 별로 필요 없는 포지션이기도 하고.

Q. 경기 도중에 고의로 도발한 적이 있나?
평원: 선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먼저 도발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먼저 거칠게 경기에 임하면 거기에 대응하기는 하지만, 득 될 것이 없으므로 웬만하면 참는다. 그러나 적절한 도발은 경기 분위기 장악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팀마다 기싸움을 담당하는 선수가 꼭 한 명씩은 있다. 정기전 때는 기싸움에서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거칠게 경기에 임하기도 한다.
기욱 : 내가 바로 우리 팀의 기싸움 담당 선수다. 포지션상 경합하는 상황이 많아서 몸싸움을 자주 한다. 또 상대 선수와 정당하게 몸싸움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서 이겨야 우리 편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온다. 정기전에서는 기싸움을 더욱 열심히 한다. 고려대와 실력 차이가 별로 안 나기 때문에 기싸움이 승부에 큰 영향을 준다.
성현 : 먼저 황기욱 선수 칭찬을 하고 싶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공격수는 사실 격하게 플레이할 일이 별로 없는데, 수비수는 입장이 다르다. 견제를 해줘야 상대방이 위축돼 초반에 쉽게 공격을 못 한다. 나도 대학에 온 후 경기에서 가끔 수비수로 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수를 좀 견제한다. 발뒤꿈치를 살짝 밟아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물론 좋은 선수들은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자기 할 일을 잘 하지만.

Q. 호날두와 메시 중 누구를 더 좋아하나?
평원 : 호날두가 좋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호날두가 더 멋있어서. 물론 메시도 멋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외모도 쇼맨십도 호날두가 더 멋있는 것 같다
기욱 : 나도 호날두가 좋다. FC바르셀로나 팬이라 원래는 메시를 더 좋아했는데,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 메시가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면, 호날두는 비교적 노력형에 가까운 것 같다. 본인의 노력으로 정상의 위치에 오른 호날두가 더 본받을 점이 많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성현 : 호날두가 더 멋있다. 누가 나에게 호날두가 되고 싶은지 메시가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무조건 호날두라 대답할 것 같다. 일단 호날두는 외모가 받쳐주니까 축구를 못 하더라도 모델하면 되는데, 메시는 축구를 못 하면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나 해야 할 것 같다.

*피파 온라인: (주)넥슨에서 제공하는 EA Sports사의 축구 게임. 이용자는 각자 축구 구단을 꾸려 운영하게 되는데, 소속 선수의 몸값 총액이 구단의 가치가 된다.


글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사진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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