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원 사회부장 (Econ·15)

우리사회에는 두 가지 종류의 규칙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규칙은 한 나라의 법이나 한 집단의 내규, 국제기구에서 제시하고 각국에서 비준된 협약 등이 있겠다. 이들이 ‘보이는 규칙’이라 불리는 이유는 어디엔가 기록돼 있고, 그 기록에 따라 누군가가 이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이는 규칙은 명백하고 확실하며 강제력이 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규칙은 무엇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사회 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돼 왔던 것, 관습, 규범 등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정의할 수 없다. 또한, 어디에도 기록돼 있지 않으며 확실하게 이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기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당연히 준수 여부를 따지기 어렵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따라서 둘 중에 더 잘 지켜지는 것을 묻는다면 당연히 보이는 규칙이라고 답하겠다. 그러나 더 당연한 것을 묻는다면 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라고 말할 것이다. 보이는 규칙은 시대적, 문화적 가치관의 산물이다. 따라서 보이는 규칙들은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기 어렵다. 한편, 보이지 않는 규칙은 국경을 넘어, 시대를 넘어 공유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마땅히 해야 할 일들로 이뤄져있다. 애써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지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들을 지킬 뿐, 보이지 않는 당연함은 잊고 지냈다. 그리고 세대가 교체되며 보이지 않는 규칙은 그 자취를 아예 감췄고 사람들은 ‘그게 왜 당연한거죠?’라고 묻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어렸을 때 북적이는 버스 안에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서 있는 이들의 짐을 기꺼이 받아줬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행위를 배려 깊은 선행이 아닌 당연한 일로 여겼다.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다. 책을 통해 배우는 지식도 아니고,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기에, 인간이라면 알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해서 간과했고 그러다가 잊어버리게 된 것 같다. 보이지 않지만 당연한 그 규칙을 다시 한 번 알아둬야 할 때가 아닐까.

 

서형원 사회부장
ssyhw3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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