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김은지 기자 (사회·11)

오는 12월이면 춘추 기자생활과 함께 길었던 나의 대학생활이 끝난다. 학생 신분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거의 평생에 걸쳐 교육기관을 전전해 온 내게 자못 낯선 일이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지난 대학생활을 돌아보면서, 학생의 입장에서 느꼈던 대학 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정리해봤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만나게 될 줄 알았다. 외국영화에서처럼 교수님과 현안을 놓고 토론하고, 시험 답안에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강의를 기대했다. 상상 속의 대학 수업은 암기로 점철된 소위 ‘주입식 교육’에 신물이 나있던 내게 큰 로망이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사뭇 달랐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 강도 높은 암기를 요하는 수업이 대부분이었고, 서술형 시험마저 결국 외운 내용을 글로 풀어쓰는 수준에 그쳤다.

‘주입식 교육’은 대한민국 입시교육을 꼬집는 클리셰이나, 대학 교육 또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 같다. 물론 학습과 기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겠지만, 암기는 다르다. 우선 암기식 교육은 이제 효용이 없다. 혹자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정보가 손끝에 올라와있는 시대다. 인간의 기억보다 훨씬 더 완전한 기록이 도처에 넘치는데 암기가 다 무슨 소용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외워야 할 분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 학생들은 대개 무비판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인다. ‘비판 근육’이 굳은 학생들은 시키는 일은 곧잘 할지언정 새로운 생각은 할 수가 없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이라면, 대학 교육이 실패하고 있음은 기업 채용과정에서부터 알 수 있다. 학생들이 배운 것은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뿐인데 기업에서는 하나같이 창의적인 인재를 바란다. 그래서 기업은 자기소개서 문항에서부터 창의적인 경험을 풀어낼 것을 요구하지만, 공채 시험에 응시하는 대학(졸업)생들은 대부분 황당해한다. 학생들의 사정이야 어찌됐든 기업의 입장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요구다. 소수의 창의적인 인재로 충분했던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정보화 시대는 절대다수의 개인들에게 창의성을 요한다. 셈에 밝은 기업은 추세를 일찌감치 깨달았다. 시대의 필연적인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대학이다.

교육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학내에 이미 충분히 형성돼있는 줄로 안다. 이제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시도해볼 때다. 어쩌면 ‘창의력도 사회화의 산물’이라 역설하는 김용학 교수가 총장으로 있는 지금이 변화의 적기일지도 모른다. 연세가 새로운 대학 교육을 선도해나가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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