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에는 왜 쥐가 많았을까?

쥐가 너무 많아 걱정이었던 한 마을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 쥐들을 모두 쫓아냈다는 이야기, 모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독일의 작은 도시에 내려오는 전설을 다듬어 만든 동화책『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은 중세시대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Hameln)이다. 이 도시에는 유난히 쥐가 많아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왜 유독 그곳에 쥐가 많았을까? 단순히 소설의 배경을 위한 설정이었을까? 아니면 실제로 쥐가 많은 도시였던 것일까? 문학지리학은 하멜른에 쥐가 많았던 것이 단순한 설정이 아니었음을 알려준다. 문학지리학은 무엇이며, 어떤 면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문학지리학이란?
 

양동선 연구교수(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연구소‧경제지리)는 문학지리학을 “지리학의 하위에 있는 학문으로서 세부적으로 문학에 초점을 맞춘 학문”이라고 말하며 “특정 장소에서 문학과 관련된 지리 내용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어떻게 지리학을 문학과 연결한다는 것일까?

문학과 지리학의 연결고리를 찾기 전에 먼저 문학의 특성부터 살펴보자.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 속 주인공과 더불어 중요하게 대두하는 것은 배경이다. 시「심야」로 데뷔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씨는 그의 저서 『장소의 탄생』에서 ‘사람은 풍경을 낳고, 풍경은 사람을 낳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곧 사람이 행위를 하거나 생각하는 데 있어 자신을 둘러싼 장소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장소는 한 사람의 사고방식을 결정지어 주는 삶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삶의 방식과 역사를 담은 문학작품에서 ‘장소’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이제 지리학에 대해 생각해보자. 양 교수는 “기본적으로 지리학은 특정한 장소를 다루는 학문”라고 말하며 “지리학에는 크게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이 있고, 자연지리학은 지형과 기후 등 지표의 자연현상을 살펴보는 것인 반면, 인문지리학은 지표의 인문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것을 중점으로 다루든 간에 기본적으로 지리학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특정한 장소다.

여기서 우리는 문학과 지리학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장소’를 다룬다는 것. 장소라는 매개체는 문학과 지리학이 만날 수 있는 일종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준다. 장소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문학작품에서 나타난 장소를 지리학과 연관지어 보는 것이 문학지리학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과연 문학 작품『피리 부는 사나이』의 배경인 하멜른에 쥐가 많았던 이유를 지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일까?
 

 

왜 하멜른에는 쥐가 많았을까?
 

독일 니더작센 주에 있는 항구 도시 하멜른. 중세 시대 때, 이 도시에 수많은 쥐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쥐들은 곡물을 모두 먹어치울 뿐 아니라 사람들까지 공격했다. 하멜른의 시장이 쥐를 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 봤지만 쥐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피리 부는 사나이가 등장한다. 그는 금화 1000냥을 받는 조건으로 피리를 불어 쥐를 모두 없애준다. 그러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약속한 대가를 받지 못했고, 화가 난 그는 피리를 불어 마을의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다.

초등학교 지리 교사 조지욱씨는 그의 저서 『문학 속의 지리 이야기』를 통해 쥐의 비밀을 풀어준다. 조씨는 하멜른에 쥐가 많은 이유를 지리학적으로 해석했다. 하멜른은 제분업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밀뿐만 아니라 쌀과 보리, 옥수수, 콩 등 모든 곡물을 가루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게다가 하멜른은 항구 도시로, 지리적 위치의 이점을 이용해 주요 도시들과 일명 ‘한자 동맹(Hanseatic League)*’을 맺었다. 제분업이 발달한 것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어 먹을거리가 풍족한 이 도시에 쥐들이 많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쥐들이 아무 이유 없이 하멜론에 출현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근거인 셈이다.

 


문학지리학, 재미있는 교육의 출발점
 

문학지리학은 두 학문을 융합한 학문인 만큼, 문학과 지리학 두 분야 모두에 있어서 각각 의의가 있다. 충북대 지리교육과 김다원 교수의「문학작품 읽기에서 장소에 대한 지리적 지식의 유용성 탐색 연구」(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지)에 따르면, 문학지리학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문학작품을 장소를 통해 읽게 되면서 풍부한 심층 해석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에서 특정한 ‘장소’ 또는 ‘지역’은 단순히 배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김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문학작품 안에서 장소는 지각의 대상이 돼 감각을 통해 형상화되거나 작품 내용과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와 변화를 대변해 주면서 전체적인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즉, 문학작품 속 배경의 지리적 면모를 상상하면서 문학 작품을 읽으면,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심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리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리를 공부할 때 문학작품의 내용이 가미된다면 학생들은 공부 내용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문학지리학이 ‘지리 학습의 효과 제고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학지리학. 그 개념 자체는 낯설 수 있으나, 장소라는 것이 학문 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만 안다면 굉장히 쉽게 다가올 수 있다. 비단 문학뿐만 아니라 지리학 지식도 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각을 담은 학문. 아이들로 하여금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지리학적 관점을 가져보도록 하고, 지리학을 배우며 문학을 떠올려 보도록 하는 것이 큰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또한 다음 번 책을 읽을 때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에 대해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 지리적 관점에서 보는 장소의 의미를 통해 문학작품도 더 풍부히 이해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자 동맹 : 중세 시대 북독일의 여러 도시들이 상업을 목적으로 결성한 무역 동맹.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자료사진 Pied Piper with Children by Kate Green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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