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할머니들의 삶을 생각하자

 

▲ 류소현 (정외·13)

9월 1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 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입금 완료 하였다. 이로써, 작년 12월 28일에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합의한 바 에 따라 오랜 ‘위안부’ 갈등이 “최 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 그렇지만 많은 피해 할머니들이 화해치유재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어지는 합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놓았다. 대학생들도 일 어나 재단 출범 기자간담회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일부는 연행되기도 하였다. 나라에서는 잘 “해결”되었 다는데, 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수년간 그래온 것처럼,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 목표를 명확히 하지 못한 채 로 이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에 모 두가 행복한 해결이 아닌 탓이다. ‘위안부’ 문제는 정부 대 정부의 외 교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할머니들의 삶이 달린 개인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 하는 것이 다른 어느 목표보다 더 높은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할머니들을 대리하는 정 부가 협상테이블에 앉았을 때에는 이러한 것이 흐려지기 쉽다. 정부 는 수많은 갈래의 경제적, 정치적, 외교적 문제에 얽혀있어 할머니들 의 개인적인 삶보다 국가의 실리 와 이익을 따지고 빠른 길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번 합의에서도 할 머니들의 삶이 후순위가 돼 그들 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못한 채 얼렁뚱땅 처리돼 버렸다. 이번 합의과정에서 뜨거운 감 자로 떠오른 화해치유재단은 많은 부분에서 할머니들의 의견을 담지 못해 일본과의 합의에 대한 국민 적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일본과 10억 엔 출연으로 ‘위안 부’ 문제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 돈 받자고 할머 니들이 항쟁을 해왔는가 하는 의 문을 가졌다. 어느 할머니가 돈을 받고 싶어서 수년간 싸워왔겠는가. 할머니들은 서면으로, 찝찝한 표정 으로 “유감이다”라는 사과가 아닌 진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 고 반성하는 사과를 바랐기 때문 에 오랜 기간 사과를 요구하신 것 이다. 고작 10억 엔으로 이들의 아 픔을 만지기에는 부족하고 공허할 수 밖에 없다.


재단을 구성하는 위원장과 위원 들 중에는 기자, 교수, 법인대표, 공 무원들은 있지만 ‘위안부’ 할머니 들을 대표할 사람이 없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어 렵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들 의 의견을 바로 곁에서 듣고 전달 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재단 위원 장도 할머니들이 모여 거주하는 집에 방문해 할머니들 생각을 들 은 것이 아니라 한 번씩 안아드리 기만 했다고 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재단일지라도 할머니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할머니들이 보상금을 거부하는 것 처럼 허수아비 같은 화해치유재단 일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화해”가 정부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치유’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 지만 이번 합의로 더 이상 국제사 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지적하기 가 어려워졌다. 덩달아 할머니들의 바람이 더욱 실현되기 어려워졌다. 상처의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면 서 이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할머 니도 몇 분 남지 않았다. 생존해 계 신 할머니들을 위해 어떠한 길이 남아있는가 생각해 보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