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해결 위해 학내 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 있어야

지난 1일(목) 우리대학교 신촌캠 27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잇다>는 중앙도서관 입구와 학생회관 1층 내부에 특정 학과의 성희롱 내용이 담긴 단체채팅방 내용을 공개하는 자보를 붙였다. 공개된 단체채팅방 내용에는 ‘맞선 여자 첫 만남에 강간해버려’, ‘여자 주문할게 배달 좀’ 등 성희롱적 발언들이 담겨 있어 학내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총여는 8일(목)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보 공개 이후 많은 학생들은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고,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희준(정산공·16)씨는 “다른 학교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학내에서 일어나니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은 “이번 총여의 자보 공개를 계기로 학내 사회의 진지한 반성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총여가 입장문 없이 단체채팅방 내용을 먼저 공개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영학과 재학 중인 최씨는 ”설득력 있는 입장문이 동반되지 않는 한 사건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와 서울대에서는 앞서 비슷한 ‘단체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있었다. 지난 6월 13일 고려대 피해대책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학내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어 7월 17일 고려대 학생 대표자들은 가해자 8명을 학생 회원에서 전원 제명하고 8월 7일 가해자들의 신상을 학생 대표자들에 한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6월 15일 사과문을 게시했으며 학교 본부 차원의 ‘특별대책팀’을 꾸렸다. 반면 서울대는 지난 7월 11일 학생·소수자위원회가 ‘단톡방 성폭력 고발’ 대자보를 게시한 이후 아직까지 처벌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한지우(인문계열·16)씨는 “시흥캠 사업 등 여러 학내 문제 때문에 ‘단체채팅방 성희롱’ 논란이 묻힌 것 같다”며 “이후 단과대 학생회와 총학생회 차원의 별다른 징계 조치가 발표되지 않아 학생들도 궁금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마다 징계 수준과 논의 방식이 다른 가운데 우리대학교 학생 사회의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대학교 성평등센터 최지나 전문연구원은 단체채팅방 공개가 일회성 논란에 그치지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최 연구원은 “이번 기회를 통해 성희롱 발언이 만연한 단체채팅방 문화에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학생 사회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원일 기자
bodobono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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