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의 미래를 논하다> 지난 8월 30일 ‘2016-2학기를 여는 연세 한마당’에서 기획실장 김동노 교수(사과대·역사사회학)가 재정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가를 위협하는 재정난
우리대학교도 예외는 아냐…
수년째 동결된 등록금과
연이은 대형 건축 사업 등 주요 원인으로 거론돼

우리대학교가 유례 없는 재정난에 처했다. 이에 학교본부는 지난 8월 30일 열린 ‘2016-2학기를 여는 연세 한마당’에서 교수 및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에게 열악한 재정 상황을 알리고 의견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대학이 전반적으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나 학교 본부의 주도로 이를 둘러싼 대화의 장이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기획실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리대학교의 재정난은 ▲운영수지*의 감소 ▲감가상각비** 적립의 어려움 ▲교내 기금의 감소 등으로 정리된다. 우리대학교 누리집에 공개된 회계 내역에 따르면, 본교의 운영수지는 지난 2007년 기준 854억 원에서 2015년 기준 552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기획실은 운영수지가 2019년에는 100억 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기관기금과 본부기금***을 합한 학내 기금의 잔액은 2015회계년도 결산 기준 3천343억 원으로, 과거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본교 기금 중 건축 기금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실은 또한 감가상각비 적립액도 2015년 들어 크게 감소해 재정 상황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기획실은 재정난의 주요 원인으로 ▲등록금의 동결 ▲학내 대형 건설 사업의 증가를 꼽는다. 우선 기획실은 우리대학교의 학부 등록금이 지난 2011년 이후 6년간 동결된 것을 재정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에서 2015년간 전체 등록금 수입의 증가율은 1.2%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시설관리비·일반관리비·운영비를 포함하는 관리운영비의 지출 증가율은 8.1%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운영수지가 악화되자 고정 지출인 감가상각비 출금에 대비한 적립금의 마련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들어 학내 대형 건설 사업이 많이 추진되면서 비축돼 있던 교내 기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재정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획실장 김동노 교수(사과대·역사사회학)는 “지난 2015년 말 기준, 우리대학교의 기금은 재정 상황이 좋을 때의 기금의 3분의 1 수준”이라 밝혔다. 덧붙여 김 교수는 “이는 우리대학교에 비상사태가 닥친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수준”이라며 재정난의 해결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학교본부가 제시하는 대책


기획실 측에서는 재정 수익의 증대를 위해 장기적인 대책으로는 ▲학교 법인 소유의 부동산 개발 ▲등록금 인상을 위한 교육부와의 협의를, 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비학위 과정 등록금 수익 확대 ▲지적 재산권을 통한 수익 증대 ▲외국인 학생 유치 확대 및 등록금 차등화 ▲대학원생 충원 및 등록 증대를 제시했다. 또한, 지출의 감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개설 강의 수 조정을 통한 교육비의 합리적 운영 ▲전기·건축·공간이동 비용 등 시설운영비 절약 등을 제시했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우리대학교의 강의 개수가 타 학교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개설 강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운영비를 절약하는 데는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획실은 지출 항목별로 할당돼 지급되던 예산을 한꺼번에 지급해 각 단위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끔 하는 ‘총액예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예산 운용에 있어 단위기관에 보다 많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예산제도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다.
 

대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그러나 학교 본부 측이 내세운 해결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교수평의회 의장 서길수 교수(경영대·정보시스템)는 “당장 눈앞에 놓인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자 등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외부 기금을 끌어오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만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교육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비전을 내비친다면 이에 공감하고 기부할 외부 인사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제시된 해결책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연섭 교수(사과대·재무행정학)는 “학교 본부 측이 제안한 각종 대안들이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그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가령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한다면 이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하고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학교의 극심한 재정 악화가 투자의 방향 설정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 교수는 “한정된 자원을 연구 역량 강화나 교육의 질 향상에 투자했어야 했는데, 전략적인 재원배분에 실패한 것”이라며 “백양로 공사 착수 시점이 국제캠 건설 직후였으므로, 당시 우리대학교가 새로 공사를 치를 재정적 여건이 아니었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백양로 공사를 비롯한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투자가 기금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지출 또한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 교수는 “재정 악화의 근본적 원인은 등록금 동결이겠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과하게 이뤄진 것 또한 운영수지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시공비 뿐 아니라 건축물의 유지·보수비용과 감가상각비를 고려한다면 각종 공사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투입된 것”이라 전했다.

*운영수지: 현금수입에서 현금지출을 제한 값으로, 고정자산매입지출과 부채조달 및 상환을 반영하지 않는 값.
**감가상각비: 기물, 설비 등 고정자산의 가치 소멸에 대한 대비 목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적립하는 것.
***본부기금: 건축기금, 장학기금, 연구기금을 더한 값.

글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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