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신임 연세의료원장 윤도흠 교수를 만나다

▶▶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도흠 교수(의과대·신경외과학)

‘많은 사람을 구제하는 집’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의료 기관이자 연세의료원의 전신인 ‘제중원’이 지닌 의미다. 이는 보다 많은 대중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고자 하는 제중원의 창립 정신을 담고 있다.

지난 8월 1일, 17대 의무부총장 겸 연세의료원장으로 취임한 윤도흠 교수(의과대·신경외과학)는 이러한 제중원의 가치를 이어받은 ‘가치 중심의 세브란스’를 연세의료원의 새로운 기조로 내걸었다. 제중원에서 시작된 연세의료원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한편, 각 구성원들의 가치를 살려 연세의료원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신문은 향후 2년간 연세의료원을 이끌어갈 윤 교수를 만나봤다.

Q. 오랜 역사와 국내 정상급 의료 서비스를 자랑하는 연세의료원의 원장으로 부임한 것을 축하한다.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기쁨보다는 책임감과 두려움이 앞선다. 세브란스 병원의 병원장을 이미 거쳤지만, 그때는 환자의 편의와 개별 병원만을 생각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과대·치과대·간호대를 비롯한 의료원 전체의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책임이 훨씬 막중하다. 특히 근래 의료계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걱정이 많은데, 내 몫을 다 하면 나머지는 하나님이 채워 주시리라는 지인의 말씀에 힘을 얻었다.

Q. 취임사를 통해 ‘가치 중심의 세브란스’가 의료원의 새로운 비전임을 밝혔다. 가치 중심의 세브란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가치 중심의 세브란스란 크게 두 가지를 뜻한다. 하나는 연세의료원에게 부여된 사회와 국가, 나아가 지구촌을 위한 가치이며 다른 하나는 의료원을 구성하는 개개인들이 갖는 가치다.
전자는 세브란스의 창립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제중원의 기틀을 마련한 에비슨 박사와 알렌 박사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도 의료 환경이 어려운 곳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의료계 사정이 어렵다보니 그간 우리 의료원도 병원의 생존을 위해서만 싸워왔지만, 이제는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가 의욕을 보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후자는 획일화된 인사평가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각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과 가치가 모두 다름에도 정작 그에 대한 평가는 획일화된 잣대로 이뤄지고 있다. 의과대 교수라고 해서 꼭 환자를 봐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가령 안과전문의도 AI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을 수 있고, 신경외과의도 세브란스의 역사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 큰 그림을 봤을 때는 각 개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인사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연세의료원은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한다고 알고 있다. 주로 어떤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나?
A. 먼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환자들이 쾌적함과 신뢰를 느끼는 외관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현재로서는 세브란스 병원이 시설에 있어서는 국내 어디를 가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 확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병원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려면 표준화된 안전 기준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한 끝에 세브란스 병원이 지난 2007년에 국내 최초로 JCI 인증* 획득에 성공했는데, 이것이 가장 핵심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한다.

Q.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의·치·간호대의 교육과정 개편에 대해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방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A. 기존의 의과대학 수업들은 대개 암기에 기반해 이뤄졌기 때문에 더 잘 외우는 친구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날, 암기식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암기식 교육보다는 문제 해결식(Problem solving) 교육이,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맞춤형(Personalization)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 일환으로 의과대학은 전공과목에서 이미 패스/논패스 방식의 수업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정책의 성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Q. 간학문적 연구가 대세인 요즘, 의료원과 본교 간 연구 협력에 대한 학내의 관심이 높다.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두고 있는가?
A. 종합대학과 부설 병원이 이렇게 가까이 위치해 있는 곳은 우리대학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알다시피 요즘은 융합 연구가 대세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본교와의 연구 협력이 의료원으로서도 절실하다. 연구 협력과 관련해 조만간 다른 단과대들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Q. 연세의료원이 현재 추진하는 사업 중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사업은?
A. 의료원이 추진 중인 많은 사업 중 가장 먼저 추진돼야 할 것은 의과대와 생명대의 연구협력 사업, 즉 ‘의-생명 콤플렉스’** 사업이다. 환자를 치료해 수익을 내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앞으로는 의과학과 다른 학문의 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첫 단추가 될 사업이 생명대와의 연구 협력이다. 때문에 ‘의-생명 콤플렉스’가 의료원으로서도, 본교로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윤 교수는 1980년에 우리대학교 의학과를 졸업, 1991년에 우리대학교 대학원 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 교수는 대외적으로 아시아태평양경추학회 회장과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인증 : 엄격한 국제 표준의료서비스 심사를 거친 의료기관에게 발급되는 인증제도.
**의-생명 콤플렉스 : 의과대 내부 연구시스템을 정비하고 유관학문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장.

 

글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사진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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