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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청년 ‘맛’으로 한국을 느끼다‘맛’으로 소통하는 문화대사를 꿈꾸다
  • 정윤미 기자
  • 승인 2016.09.03 21:44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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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크라이나 아니고, 우즈베키스탄 사람입니다”

한국에 온지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하는 이스칸데르 칼리물린(Iscander Kallimulin) 씨는 자신이 ‘유학생’ 신분임을 망각할 정도로 한국에서 요리, 방송,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2년 수교 이래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많은 우리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함으로서 정보기술(IT), 천연자원 개발 등 전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이러한 그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며, 그의 꿈은 바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 문화를 연결해주는 ‘문화대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꼭 외교관이 돼야만 양국 간의 다리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도 나는 내가 만든 음식과 음악으로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는 다소 느린 한국말로 자신있게 본인의 꿈을 말하는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내 이름은 ‘서프라이즈 배우’ 아닌 ‘이스칸’

작년 3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한 이스칸데르는 현재 마케팅 석사 4학기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다. 하지만 그의 대학동기들은 하나같이 그를 ‘연예인’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인 같은 이목구비와 출중한 영어실력의 소유자인 그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좋게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재연배우로 캐스팅 됐다. 뜻하지도 않게 ‘배우’로서 본인의 이름을 알리게 된 그는 “우즈베키스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경험”이라며 “덕분에 고국에 계신 부모님과 친척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내심 뿌듯함을 전했다.
하지만 유명세를 탄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당시 한창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방송진출이 활발하던 터라, 그도 여러 소속사들로부터 무수한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어려운 법적조항과 한자어들로 가득한 계약서는 한국어가 서툴렀던 그에게 섣불리 동의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계약서의 내용을 이해하게 된 그는 “내가 만약 당시에 계약을 했더라면 나는 아마 소속사의 상품으로 전락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후 어디에도 소속되는 않은 자유로운 몸으로 그는 학업과 연기생활을 병행하며 점차 한국생활에 적응해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작년 9월 10일에 종영된 『EBS1 국제식당』에 우즈베키스탄 대표 요리사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기 전 모국에서 요리사로서의 화려한 경력을 갖춘 ‘프로 쉐프’였다.

‘맛’으로 한국을 알다

어린 시절부터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던 이스칸데르는 어머니의 권유로 요리전문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4년간 일하면서 ‘최고요리사’의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3년, 중앙아시아 내 몇 차례 지역예심을 거쳐 전라북도 일대에서 열린 ‘제1회 K-Food World Festival’에서 3등을 수상한 장본인이다. 그는 “본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내 코리아타운에 있는 ‘압구정 식당’에서 1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그곳에서 나에게 한국의 맛을 전수해준 ‘이진영 아주머니’는 나의 두 번째 어머니 같은 존재”라며 감사함과 그리움을 표했다.
이러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김치찌개’와 ‘갈비찜’이다.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자의 생각과 달리, 유년시절부터 고려인친구들과 함께 지냈던 그는 덕분에 한국음식뿐만 아니라 그들을 따라 한글학교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한국인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를 다니면서 한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 결과 만학의 나이로 타슈켄트 국립니자미 사범대학 한국어학과에 입학하게 된 그는 낮에는 학업을, 밤에는 요리사 일을 하며 다시금 ‘코리안 드림’을 꿈꾸게 됐다.

‘맛’으로 ‘말’하다

홀로 고향을 떠나 타지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칸데르는 요즘 외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꾸준한 방송일과 사회활동으로 인지도를 쌓아온 덕분에 이제는 그가 찾는 한국인보다 그를 찾는 한국인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바쁜 그를 정기적으로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다문화 박물관’이다. 그는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푸드코너’라는 프로그램을 맡아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요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정기적으로 공공기관 및 교육센터에서 ‘문화강연’을 실시해 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전달하는데 힘쓰고 있다.
오는 8일, 서울의 모 중학교에서 문화강연을 준비 중인 그는 “이번 강연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학생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 볼 계획”이라며 “요리는 학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직접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도구”라며 요리에 대단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나아가 그는 평소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개발하는데 노력중이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음식은 한국음식에 비해 기름과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들 양을 적게 해서 요리하면 한국인들도 충분히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말만 들었는데도 기자의 입가엔 어느덧 군침이 돌았다.

우즈베키스탄 속 ‘자누비이 코레야(Janubiy Koreya)*’

몇 년 전부터 불어온 우즈베키스탄 내 한류열풍은 우즈베키스탄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환상을,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지진출은 그들에게 ‘코리안 드림’이라는 커다란 희망을 안겨줬다. 그로 인해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 수업을 채택할 만큼 한국어 수업이 인기다. 이러한 현지 분위기는 그가 한국 유학행에 오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우즈베키스탄과 우크라이나를 헷갈려 한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와 달리 한국인들에게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이미지는 오직 미녀가 많은 나라뿐인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남자와 우즈베키스탄 여자와의 국제결혼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아직도 많은 부부들이 의사소통 및 문화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양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차이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과정 없이, 상호 맹목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국제결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 잔재해있다. 끝으로 그는 “이러한 양국 간 국제결혼의 문제점들을 막기 위해서는 중간에서 이들을 조율해줄 수 있는 ‘국제결혼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국 간의 문화대사를 꿈꾸는 우즈베키스탄 청년, 이스칸데르. 이제 그에게 한국은 ‘두 번째 고향’이라고 한다. 요리, 한국어 외에도 음악을 전공한 그는 현재 국내 유명 기독교 밴드 ‘살람’(Salem)에서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오는 10월 1일에 있을 ‘워십정기연주회’를 위해 맹연습 중인 그를 보면서 기자는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어느 평범한 우즈베키스탄 청년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다”고.

*자누비이 코레야(Janubiy Koreya): 우즈벡어로 ‘남한’이라는 뜻.

글,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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