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웅배가 말하는 우주 이야기

▲ '우주라이크' 디렉터 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웅배(천문우주, 석사4학기)씨

당신에게 천문학은 무엇인가광활한 어떤 것나로호로 하는 불꽃놀이과학 커뮤니케이터 지웅배(천문우주석사4학기)는 이렇게 말한다. ‘고개만 들어도 지구 밖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지웅배다. ‘우주라이크라고 하는 학생단체를 만들어 지난 2011년부터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Q. 우주라이크는 어떤 단체인가?
우리나라 과학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항상 광활한 우주는이라고 시작한다나는 과학이 딱딱하고 무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10대와 20대가 과학에 다가가기 위해선 인터넷 문화를 가미한 과학 대중화가 필요하다전문성은 교수님들이 뛰어나시겠지만 학생들은 젊은 문화코드에 익숙하므로 천문학을 쉽게 요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를 위해 우주라이크를 만들었고현재 페이스북과 홈페이지(www.wouldyoulike.org그리고 잡지 형태로 우주 관련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다.

Q.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릴 때 은하철도 999를 보면서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그중에서도 승객을 태우고 우주를 가이드 하는 차장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나도 사람들에게 우주를 가이드 하고 싶었다그리고 남들한테 우주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했다그래서 천문학을 공부하게 됐다.

Q. 우주에 대한 관심이 과학 대중화과학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진 계기가 있는가?
수능 과학탐구 영역에서 지구과학은 가장 인기 없는 과목이다실제로 지구과학을 선택한 건 전교에서 나를 포함해 두 명밖에 되지 않았다시험 전날만 되면 친구들이 내게 내용을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그때 내가 아인슈타인이 될 수는 없어도 과학을 재밌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입담은 있다는 걸 알았다
과학자와 일반인을 연결하는 계면활성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이러한 능력을 살려 과학을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시켜 줄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었다.

Q. 과학 경연대회인 페임랩 코리아(Famelab Korea)*에서 우승해 영국 페임랩 국제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이러한 활동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는가?
페임랩 대회에 나갔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영국 사람들은 과학을 학문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본다는 것이었다영국인들은 페임랩을 과학 대회로 여기지 않고 과학이라는 문화 장르의 오디션처럼 생각했다사람들은 대회를 보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눴다내가 바라는 과학이 대중화된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

예전에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지폐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그런데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지폐에는 뉴턴다윈패러데이 같은 과학자들이 실려 있다그 나라에는 이미 과학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우리나라도 이제 과학이 과학자들만의 학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Q. 대한민국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현주소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조심스럽지만 과학의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과학의 역사는 투표권의 역사와 같다투표권도 처음에는 귀족들만이 가지던 것을 점차 남성여성으로 확대된 후 이제는 모두가 소유한 권리가 되었다나도 과학의 대중화를 불러오고 싶다과학의 대중화는 이제 마지막 장벽에 서 있다과학자들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과학을 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그래서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 교육자와 어떻게 다른가?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과학 교육자의 역할은 다르다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관객 모두를 연구자로 만들 필요는 없다내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 사람은 선생님을 찾아가 더 깊은 내용을 배울 것이다. ‘한명의 과학자는 100명의 사람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있다하지만 나는 한 명의 과학커뮤니케이터가 100명의 과학자를 만든다고 믿는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의 대중화를 이끄는 사람이다간단히 말하면과학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문화로 만들어 카페와 술집에서 말할 수 있는 안주거리로 만드는 것이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은가?
사회와 소통하는 과학자라고 이야기하면 과학자가 주가 되고소통이 부가 된다그래서 나는 연구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내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는 칼 세이건**이다칼 세이건은 연구 방면에서도 뛰어났지만 더 큰 업적은 천문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칼 세이건 이후 사람들은 우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항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게 됐다.
안타깝지만 과학 대중화에 대해 가장 인색한 사람은 과학자들이다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서 나로호를 쐈을 때 값비싼 불꽃놀이라는 조롱이 있었다그러나 나로호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설명하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과학의 대중화는 연구 시간을 낭비하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치부되곤 한다그러나 천문학적 국가예산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그 가치를 사회에 피력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포함해 대학생은 모두 힘들다하지만 맑은 날 새벽나는 하늘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 고개만 들어도 지구 밖이라는 구절이 있다퇴근 시간에 밖을 나가면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며 집으로 들어간다나는 그분들에게 이렇게 예쁜 우주가 하늘 위에 있다고한번 보고 가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천문학은 물리를 공부하고 이론을 공부해야 즐길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힘들고 피곤할 때하늘을 올려보는 것 그것이 천문학의 시작이다.

별자리 문양의 티셔츠와 가방달의 위상 변화가 새겨진 시계우주 사진의 공책옷차림부터 지씨가 얼마나 우주에 빠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런 그가 가장 소망하는 것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사이를 매개하며 과학특히 천문학의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다. 10년 후 그의 바람대로 일반인들의 일상 속에 하나의 문화가 된 과학을 기대해본다.

*페임랩 코리아(Famelab Korea) :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주한영국문화원이 공동 주관하는 대회로, 3분 동안 과학의 한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능력을 겨루며 우승자는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칼 세이건 미국의 천문학자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설치한 전파교신장치로 우주 생명체와의 교신을 시도하기도 했다공영방송 PBS와 제작한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는 전 세계 60개국에서 6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봄으로써세계 방송 역사상 가장 시청률 높은 시리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김홍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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