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 영화사업팀 김신형 팀장을 만나다

흔히들 21세기는‘소프트 파워’의 시대라고 말한다. 현대에 들어서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하드 파워’에 대응해 문화 및 예술이 행사하는‘소프트 파워’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예술을 지원하고 소비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바로 KT&G 상상마당(아래 상상마당)이다. 영화·공연·교육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다채롭게 접할 수 있는 상상마당은 대형 배급사에서 제공하지 않는 예술영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우리신문은 상상마당 홍대점의 영화사업팀 김신형 팀장(아래 김씨)을 만나 예술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젊음이 살아 숨 쉬는 곳, 상상마당

상상마당은‘예술적 상상을 키우고 세상과 만나며 함께 나누며 행복해지는 곳’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때문에 상상마당의 기본 주제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지원하고 양성하는‘인큐베이팅(Incubating)’과 ‘활발한 문화 소비를 통해 작가들에게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하는‘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 그리고 기획·전시·공연을 직접 제안하고 구현하는‘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김씨는 마켓 플레이스로 대형 배급사에서 상영하지 않는 예술영화를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영화사업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가 영화제를 기획하고, 영화관에서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는 영화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과거 잡지사의 기자로 일했던 김씨는, 평소 영화를 특징에 따라 묶어 보는 것이 취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상상마당에서 인턴으로 재직하게 된 김씨는 수많은 영화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영화제를 구성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이후 2008년에 상상마당에 입사한 김씨는 현재 매년 6월 개최되는『위플래쉬』,『러덜리스』등을 상영하는‘음악 영화제’를 총괄해 음악을 주제로 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영화에 삽입된 음악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영화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김씨는‘대단한 단편 영화제’에서 예선 심사를 맡는 등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예술영화와 관객 간의 통로를 꿈꾸다

김씨가 상상마당에서 궁극적으로 이뤄내고 싶은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영화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 때문에 김씨는 상상마당의 영화제를 통해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예술영화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김씨가 총괄한 영화제 중 ‘배우 기획전’은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로서 관객들에게 올 한 해 영화계를 빛낸 배우들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해당 영화 속 출연 배우들과 관객간의 만남을 제공한다. 김씨는“배우 기획전 출신 배우 류혜영씨와 변요한씨가 상상마당을 친정과 고향이라고 비유했다”며“배우의 젊음을 함께한다는 것이 보람차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김씨에게도 나름의 고민은 있었다. 김씨는“상상마당 또한 ‘필름포럼’,‘아트 나인’등 다른 예술영화관들과 함께 대중의 무관심이라는 공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형 영화관들은 관객들에게 예매가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아래 어플)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여건상 상상마당을 비롯한 예술영화관들은 관객들에게 예매 어플을 제공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어플이 만들어지지 않아 관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20대 관객에게 건네는 위로

한편 김씨가 근무하고 있는 상상마당 홍대점은 대학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곳의 주 관객층은 20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김씨는 20대의 취향과 관심사에 주목해 영화를 선정하고 있다. 김씨는“각박한 현실을 겪고 있는 청춘들이 그 현실을 시각화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며“상상마당을 찾는 20대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선택 기준을 바탕으로 김씨는 현재 상영작인 『초인』을 추천했다. 영화『초인』은 체조 선수와 문학을 사랑하는 소녀가 서로 친구가 되고,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싱그럽게 그려낸 이야기다. 김씨는“청소년들의 성장을 폭력적인 상황 없이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라며“언제든 시간이 날 때 꼭 이 영화를 찾아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렇듯 예술영화는 상업성과 대중성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영화 고유의 미학을 추구하거나 작가의 주제 의식과 미적 감각에 중심을 둔다. 이런 예술영화를 통해 20대들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도피할 수 있으며 마음의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즐거운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기 마련이다. 우리가 만난 김씨도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하며 사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있는 늦은 밤에도 김씨는 더욱더 많은 20대가 예술영화를 접하는 그날을 위해 작품 선정과 영화제 기획에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가치 있는 예술영화를 널리 알리려는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박혜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자료사진 상상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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