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재난 탈출 시뮬레이터
대구지하철 화재나 세월호 참사 등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대형 재난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문제가 발견되는데, 그 많은 희생자 중에서 재난시에 대처 요령을 알고 제대로 행동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재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생존기술이다. 평생 살면서 몇 번의 민방위 훈련과 교육을 받았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대처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현대인은 거의 없다. 소화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퍼센트 정도 될까? 지하철 역사에 가면 방독면, 소화기 등이 설치되어 있다. 과연 실제 재난 상황에서 그런 도구를 사용해서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의 시민들은 재난의 불운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방법 외에는 사실상 대비책이 없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연세대학교 VR연구실에서 개발한 VREscapeSim은 가상 현실공간에서 실제 재난을 체험하면서 탈출하는 방법을 스스로 배우는 VR 재난 탈출 시뮬레이터이다. 실제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지 탈출할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특징이다. VREscapesim은 산업부가 KEIT를 통하여 지원하는 국책과제로 수행되고 있으며, 지하철화재, 고층 건물 화재에 대한 콘텐츠가 개발되었고, 지하 공간 화재에 대한 콘텐츠는 올해 11월까지 개발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의 후원으로 2호선 시청역과 신촌 지하철역사와 전동차의 3차원 공간에서 지하철 화재와 지하 공간 화재를 체험하면서 탈출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2016년말까지 상용화 버전의 콘텐츠를 개발한 이후에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가상현실의 본격적인 실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는 가상 현실 체험은 우리의 몸이 느끼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이 일치하는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우리 몸의 감지하는 신호와 인지하는 정보의 차이로 인하여 자동차나 배의 멀미증상과 유사한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게 된다. VR 연구실에서는 가상 현실 콘텐츠 개발과 더불어 멀미증상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해결 방법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를 확보하였다.
사용자와 가상 공간을 연결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이를 위한 사용자 인터액션 기술이 중요하다.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의 구분을 없게 하려면 사용자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실제 세상과 구분할 수 없어야 한다. VREscapesim에서는 몸에 착용하는 wearable 형태의 근전도와 자이로 센서를 사용하여 사용자 제스춰와 동작 인식을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아직 사용자의 표정의 변화를 감지하고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은 초보적인 단계에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VR 연구실에서는 사용자의 얼굴 표정의 변화를 감지하고 감정 표현을 인지하는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우리가 매일 만나서 해결해야 할 일들을 실제 세계가 아닌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전할 것이다. 미래 학자인 레이 커츠와일(Ray Kurzweil)은 2030년에는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였다. 필자는 IT 기술이 현재의 디지털 하드웨어 기술, 인터넷 SW와 통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단계에서, 향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VR 기술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능성 게임의 성공적인 도입은 가상현실 기술의 응용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미래에 직접 현실과 만나는 것과 구별하기 어려운 가상 체험을 통하여 cyberspace에서 대화, 교육, 회의, 오락 등을 즐기게 될 것이다. 우리가 구속된 시간과 공간의 물리적 제한을 가상 현실을 통하여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공과대학 글로벌융합공학부 김시호 교수
chunchu@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