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문학회’ 회장, 심은영씨를 만나다

윤동주, 공지영, 기형도, 성석제.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걸출한 문인들의 이름이자, ‘연세문학회’ 출신 동문들의 이름이다. 소설가 한강 동문(국문·89)이 맨부커상을 받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신문은 연세의 문학적 토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연세문학회’ 회장 심은영(국문·14)씨를 만나봤다.
 

▲ 연세문학회’ 회장 심은영(국문·14)씨

Q. 연세문학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달라.
A. 지난 1941년, 윤동주 선배님이 ‘문우’라는 문학회를 만들었다. 이후 1958년, ‘문우’는 ‘연세문학회’로 이름을 바꿔 중앙동아리로 등록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연세문학회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연세문학회는 뛰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으며, 지금도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Q. 문학회 활동은 주로 어떻게 진행되나?
A. 우선 활동은 ‘소설’반, ‘시’반, ‘독서’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회원들은 각자 자신들이 희망하는 반에서 활동하게 된다. 각 반의 운영방식은 반장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보통은 현장에서 글을 쓰고 이에 대한 평을 서로 주고받는 방식이다.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의 수는 한 반당 8~10명 정도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장르를 불문하고 한 작품만을 선정해 회원들의 평을 받는 합평회를 갖는다.
상시 활동 이외에 별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개할 만한 활동으로는 ‘세븐닷’이라는 문예 동인지 출판 활동이 있는데, 학회 내에서 필진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또 방학 기간에 문집을 발행하는 것도 중요한 정기 활동 중 하나다. 학기 중에 회원들이 쓴 글을 모아 평균 200부 정도 발행해 학교 곳곳에 무료로 배포한다.
 

Q. 뛰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들과 관련한 일화를 접한 적이 있나?
A. 잘 알려진 분들과는 기수 차이가 크게 나서, 사실 전해들은 이야기가 많지는 않다. ‘공지영 선배가 동아리방에 있는 나무 침상에서 자주 낮잠을 잤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아리방에 비치된 옛날 연세문학회 문집에서 유명한 문인들의 이름을 가끔 발견하곤 한다. 나희덕 선배가 실은 시와 성석제 선배가 남긴 글이 기억에 남는다.
 

Q. 문단 등단을 준비하는 회원들이 많을 것 같다. 학회 차원에서는 이를 어떻게 뒷받침하고 있나?
A. 거의 절반에 가까운 회원들이 등단을 준비하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 이들을 따로 지원하지는 않지만, 회원들끼리 자발적으로 공모전 준비 소모임을 결성하는 경우는 많다. 그 안에서 공모전에 관한 정보나 서로의 글에 대한 평이 오가곤 한다. 공모전 소모임에 참여한 회원들 중 좋은 성과를 얻는 사람들도 있다. 작년에도 한 명이 등단했다.
 

Q. 장르문학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문학회 안에 판타지 소설이나 라이트노벨*을 쓰는 사람들도 있나?
A. 예전에는 없었는데, 최근에는 장르문학을 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연세문학회가 순수문학 작품 활동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초반에 이들이 입회했을 때는 회원들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Q. 연세문학회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A. 재정난이 제일 심각한 문제다.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것은 문집 발행인데, 이를 전적으로 회원들의 사비에 의존해 진행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문집을 더 많이 발행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아쉬울 따름이다.
 

Q. 대학 문학이 옛날의 위상을 잃고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있다. 문학회의 회장으로서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 있나?
A. 대학 문학의 위기라기보다는 한국문학의 위기이자 대학의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갈수록 글을 멀리하는 것도 사실이고, 대학이 문학뿐 아니라 인문학의 위기에 봉착한 것도 사실이다.
대학 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이렇게 풀이해야 할 것 같다. 연세문학회 회장으로서 실감하는 부분은 학생들이 심리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문학에 관심이 있더라도 선뜻 우리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동아리가 취업과 관련이 적어 학생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Q. 연세문학회가 나아갈 길?
A. 사실 문학회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는 동아리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바람이 있다면, 연세문학회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이분법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학이 존중받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트노벨 : 일본의 하위문화로부터 비롯된 소설의 한 장르. 애니메이션 풍의 삽화를 많이 사용하고 젊은 층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내용의 소설.

 

글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사진 주은혜 기자
gracech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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