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만연한 정신 상담에 대한 편견

위 질문들은 강박증을 가려내는 데 쓰이는 질문들이다. 이처럼 강박증은 대단히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 반복적으로 이어질 뿐이다.

최근 과도한 경쟁사회 안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강박증 같은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신건강에 이상이 온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과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정신과 상담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신들의 병을 키우고 있다.
 

 젊은층에서 특히 발병하는 강박증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이란 반복적이고 원하지 않는 강박적인 사고나 행동을 하는 증상이 계속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강박증의 발생 원인에 대해 우리대학교 김세주 교수(의과대‧강박증)는 “강박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뇌에 있다”며 “우리 뇌에는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만드는 회로가 있고,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멈추게 하는 회로가 있는데, 두 회로의 불균형이 일어날 때 강박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특정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회로가 지나치게 활성화 되는 반면, 그 생각을 멈추게 하는 다른 회로가 비활성화 되면 한 가지의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반복하게 된다. 이를 강박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유독 강박증은 20대에서 많이 발병할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강박증은 보통 어린나이에 증상이 시작되는데 보통 10살 전후에 많이 발병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20대에 강박증이 생겼다기보다는 20대에 들어서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어릴 때 시작된 강박증이 유독 20대에 들어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20대는 자신의 능력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시기”라며 “강박증 환자는 평소에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반복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어서 김 교수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좌절감이 강박 증상을 악화 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고려대 심리학과 양은주 교수는 “강박증에 취약성을 가지고 있던 사람의 경우 스트레스가 많으면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며 “20대에 들어서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이 요인일 수 있다”며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다양한 강박증 치료, 정신과 문턱을 넘지 못하는 환자들 
 

강박증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이 있다. 약물치료에는 세로토닌*수치를 높이기 위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아래 억제제)를 사용한다. 강박증을 발병시키는 생물학적 요인이 뇌의 세로토닌 물질의 저하이기 때문이다. 억제제는 우리 뇌의 시냅스 안에서 세로토닌을 높여주는 작용을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적 측면에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강박적인 생각들, 예를 들어 ‘손을 씻어야 해’, ‘정리해야 해’와 같은 생각들이 반복적으로 들 때 스스로 이것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인지하게 만들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행동적인 측면에서는 집착하고 있는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게 참으려는 시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모두 효과가 없었다면 최후의 방법으로는 뇌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우리대학교 장진우(의과대‧정신외과), 김찬형(의과대‧강박장애) 교수팀은 뇌에 초음파를 이용해 강박증상을 치료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신과에 출입하는 사람은 미치광이?
 

이처럼 강박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정작 환자들은 사회의 편견 때문에 정신과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상담의 인식에 대해 우리대학교 문상현(성악‧13)씨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신과 진료기록이 남으면 앞으로의 취업이나 기타 병적 기록열람시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며 정신과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혔다. 또 우리대학교 천승재(지템‧12)씨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며 “만약 내가 정신적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정신과 상담은 꺼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 우리는 자연스레 병원을 찾기 마련이지만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경우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강박증과 같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김 교수는 “실제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 중에 흔히 사람들이 편견을 가질 만한 난폭 행동을 하는 환자는 극히 일부”라고 전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환자들에게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13년 4월 1일부터 약물처방이 동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상담시 그 횟수와 상관없이 기존의 정신과 질환 청구코드**(아래 F코드) 대신 보건일반상담(아래 Z코드)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바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편견 때문에 정신과 청구코드를 F코드에서 Z코드로 바꾸자고 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며 “이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학교 상담 센터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을 단순한 질환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성격이나 인격, 정신력 등의 결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정신과 상담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신과 진료 외에 정신건강을 위해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강박증이나 우울증이 의심되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기 꺼려진다면 상담센터를 찾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우리대학교 상담‧코칭지원센터 책임연구원 박철형 박사는 “강박증이나 우울증의 경우 정신과적인 약물치료와 같은 방법 말고도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서도 도움 받을 수 있다”며 “상담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강점이나 자원을 활용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박사는 상담센터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몸이 아프면 학교의 건강센터를 이용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다면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상담사와 상담자간의 관계는 제3자이면서 친밀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 관계이니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이 정신질환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언론에서는 정신질환자의 범행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사람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정신과 상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정신과 문턱을 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인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청구코드를 단순히 F코드를 Z코드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로토닌 : 뇌의 시상하부 중추에 있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화학물질 중 하나. 
**청구코드 : 질병분류코드를 지칭하는 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6)는 의무기록자료, 사망원인통계조사 등 질병이환 및 사망자료를 그 성질의 유사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것이다.


글 함예솔 기자
yesol54r @yonsei.ac.kr
그림 안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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