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를 둘러싼 끊임없는 존폐 논란

지난 4월 한 달간, 학내 자치단체를 둘러싼 큰 혼란이 있었다. 27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선거를 둘러싼 각종 잡음들이 학생대표자들의 신뢰에 큰 얼룩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선 무효·당선 무효 취소·재논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난 2일, 당선이 최종 확정된 총여 선본 <잇다>는 임기 시작부터 정당성 회복이라는 큰 과제에 당면해야 했다. <관련기사 1771호 1면 ‘‘번복에 번복’ 27대 총여 선거 한 달째 표류 중’> 당선 확정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선된 선본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줄을 이었다.
27대 총여 선거를 둘러싼 잇따른 잡음은 총여의 존폐를 둘러싼 학내의 논쟁에 불을 댕겼다. 사실상 잡음이 있었던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소관인 선거였으나 정작 의혹의 화살은 총여 자체에 쏟아진 것이다.

총여의 존치, 제기되는 의문들

우리대학교 총여는 지난 1988년 3월, 학내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여학생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발족했다. 당시 우리대학교는 남학생이 학내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여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권리를 보장 받기 어려웠다. 총학생회(아래 총학) 산하에 여학생부가 존재했으나, 여학생 권익 보장이라는 역할의 수행에 한계가 있었기에 별도의 기구로서 총여가 출범한 것이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아직 총여가 독립적인 기구로서 존재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여러 대학들에서 총여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세다. 건국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 등의 대학에서는 이미 총여가 폐지됐으며 학칙상으로 아직 총여가 존재하는 한양대와 서울시립대 또한 수년째 회장단이 공석이기에 사실상 폐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학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우리대학교 학생들 또한 총여의 존재와 그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생들은 ▲총여의 역할이 무의미하다는 점 ▲총여의 역할은 성평등센터와 같은 전문 기구가 대체할 수 있다는 점 ▲총여가 독립된 학생회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총여의 폐지를 주장한다.
일부 학생들은 총여가 수행하는 역할이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한다. 김유원(생공·14)씨는 “총여가 하는 일이 별로 의미가 없어보인다”며 “소수자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서동원(언홍영·11)씨는 “총여의 존재가 정당화되려면 그들만의 특화된 역할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총여학생회에게 그런 역할이 있는지가 의문일뿐더러, 심지어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총여와 성평등센터의 역할에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성평등센터는 지난 1956년에 출범해 반(反)성폭력 사업을 주로 진행하는 학내 기구로,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진행 ▲성평등 상담실 운영 ▲여학생 복지 프로그램 등을 주요 업무로 한다. 그러나 최근 출마한 총여 선본들이 유독 반(反)성폭력과 소수자 보호와 관련된 공약에 집중하면서 두 단체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24대 총여 선본 <연세 호(好) talk>과 25대 선본 <The 호(好)>가 ▲자궁경부암 백신 할인 ▲여성용품 공동구매 등 여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정책들을 제시한 반면, 26대 선본 <다시, 봄>과 27대 선본 <잇다>는 반(反)성폭력, 반(反)차별을 기조로 한 공약을 주로 제시했다. 이에 임석인(사복·14)씨는 “현재 총여의 가장 큰 역할은 성폭력 문제 해결이라 생각한다”며 “성평등센터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총여가 별도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24대부터 27대 총여학생회의 공약.

또한, 일부 학생들은 총여가 독립된 기구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낸다. 장지현(응통·14)씨는 “총여가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굳이 독립적인 기구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준희(의학·11)씨는 “행정에 있어 총여가 총학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다”며 “거의 매번 단일 선본으로 출마하는데 괜히 별도의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총여가 부재한 다른 대학교의 학생들 중에서도 총여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밝힌 이들이 있다. 총여가 없더라도 대안적 기관이나 단체가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주민홍(경제·13)씨는 “총여의 대안 단체 격인 페미니즘 학회의 활동이 활발하고 여론 형성력이 좋아 총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고 전했다.

총여, 그럼에도 필요하다?

총여를 향한 이러한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독립된 기구로서의 총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학생들은 ▲총여의 역할이 유의미하다는 점 ▲총여가 성평등센터와는 차별화된 기구라는 점 ▲총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학생회 단위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뒷받침한다.
먼저 총여가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하고 있으나 성과가 홍보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김서형(문화인류·15)씨는 “학생들이 총여의 역할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총여가 평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바빠 성과 홍보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서인 것 같다”이라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총여의 역할을 실감하기 어려운 것은 총여가 다루는 문제의 특성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유재혁(행정·14)씨는 “총여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성폭력 사건 등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총여와 성평등센터간 역할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주장에 대해 총여 측은 두 단체가 업무의 성격에 있어 분명한 차이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장 김남희(국문·13)씨는 “성평등센터는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는 등 실무적인 일을 담당하며, 총여는 학내에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6대 총여학생회장 정혜윤(철학·12)씨는 “성평등센터가 있는데 총여가 왜 있느냐고 묻는 것은 학생복지처가 있는데 총학이 왜 있느냐고 묻는 것과 다름없다”며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자치기구로서 이들의 의견을 학내 사안에 반영하는 것은 총여만의 고유한 역할”고 말했다.
또한, 총여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독립적인 기구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총여가 총학의 산하기구로 편입될 경우, 성폭력 사건이나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데 전문성이 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임모씨는 “총여가 총학의 산하로 들어간다면,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일반 학우들이 문제들을 다루게 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학내 페미니즘 학회 ‘참깨’의 회원 권예나(교육·14)씨 또한 지난 2일 있었던 학회 세미나 자리에서 “총학은 학생사회 내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의 범위가 넓어서, 성평등과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총여와 같이 관련 업무에 특화된 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총여의 존폐 논란에 대해 김씨는 “총여가 학내에서 독립 기구의 위상을 갖고 소수자를 대변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여학생은 수적으로는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지만, 아직 남성 중심적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에 여전히 소수자의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 비해 가시적인 성차별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학내 여성 인권이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총여가 없는 다른 대학에서도 총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있다. 고려대 단유진(경제·13)씨는 “총여가 없으니 성차별, 성폭력 등의 문제가 생겨도 공개적인 논의는커녕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대자보를 붙이는 것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건국대 이대형(경영·11)씨 역시 “최근 들어 캠퍼스 내에서 여성 인권을 둘러싼 갈등이 자주 불거지고 있다”며 “소수자인 여성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 필요해

총여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독립적인 기구로서 존치되기 위해서는 그 근본적인 역할과 존재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응용통계학과의 A씨는 “생긴 지 수십 년이 넘어가는 학내 단체에 대해 아직 존폐 논란이 나오는 것은 단체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총여 존치에 찬성한다는 임모씨 역시 “총여가 너무 지엽적인 문제들에 집중해온 탓에 학생들의 공감대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시대 변화에 발맞춘 총여의 방향성 전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논의들은 어디까지나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윤동현(경영·12)씨는 “총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남학생회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성평등사회’라는 식의 문제발언들이 단골로 등장한다”며 “제도나 인식 등 여러 측면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는 것이 명백한데 이런 주장들은 논점을 흐리려는 것”이라 말했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그 존재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것이 총여의 과제이나 학생들 또한 보다 신중한 태도로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학생 사회의 건설을 위해 총여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이예지 기자
angiel@yonsei.ac.kr

장혜진 기자
jini1439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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