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T를 둘러싼 각계의 엇갈리는 반응

요즘 신촌역 3번 출구를 나올 때, 우리대학교 신촌캠 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널 때,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할 때 부쩍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8개월 만에 약대생이 되는 방법’, ‘1학년 때부터 준비해서 약대 가자’와 같은 내용이다. 이는 현재 약학대(아래 약대) 입시 시험인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 아래 PEET)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의 홍보 내용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가 반증하듯 최근 PEET의 성장이 매섭다. 지난 2006년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09년부터 도입된 PEET의 10년을 돌아봤다.
 

PEET, 넌 누구냐?

PEET는 국민보건증진과 국제적 기준에 상응하는 양질의 약사 양성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2006년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5조 제2조 ‘제3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대학의 약학대학(한약학과를 제외한다) 수업연한을 6년으로 한다. 이 경우 다른 학과 또는 학부 등에서 이수하는 기초·소양 교육은 2년으로 하고, 전공교육은 4년으로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약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다른 대학이나 학과 등에서 2년 동안 기초 소양교육을 이수해야만 PEET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2009년부터 PEET 점수와 대학별로 요구하는 지원 자격을 갖춰야만 약대에 입학할 수 있는 2+4학제가 도입됐다.
 

도입취지는 입시과열해소와 진로선택권


지난 2015년 첫 PEET 출신 약사들이 배출됐고, 이에 PEET 도입의 초기 목적을 되돌아 볼 시점이 됐다. 도입 당시 PEET는 전반적인 사회의 입시과열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진로선택권을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 약대의 2+4학제로는 대입을 통해 바로 입학할 수 없으니 입시열기를 다소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대학에서의 2년을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탐색하는 시간으로 쓰게 해 진로선택권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대학교 한균희 교수(약학대·의약화학)은 “PEET가 도입취지인 ‘학생들의 입시부담 해소’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라며 “좋은 약대에 가기 위해서는 전적대*는 물론 PEET성적과 GPA, 공인영어, 적성시험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 돼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한 교수는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이 무척 커지고 입시부담은 더욱 가중됐으니 이는 해당 취지와는 완전히 반대방향”이라고 말했다.

2년의 기간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 역시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PEET의 도입은 대학 입학 후 2년의 진로 탐색기간을 주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들어오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는 맥락도 함께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 장연규 교수(생명대·일반생물학/유전학)는 “사실상 PEET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이미 1학년 때부터 시험을 준비하고, 더욱이 이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해 진로선택권을 넓혀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다양한 학문 분야를 공부하는 친구들이 약대를 원하면 갈 수 있다는 취지 자체는 좋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취업난 속 내려온 동앗줄
 

지난 2015년 7월 15일 한국약학교육협의회(아래 약교협)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에 총 1만 5천599명이 지원했다. 1천693명인 전국 약대 정원에 대비해 약 9.2: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또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약사 직업의 선호도가 여성에게 더 높게 나타났던 과거에 비해, 해가 거듭될수록 남학생들의 응시율이 증가하고 있어 성별을 불문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PEET 열풍이 불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PEET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약사 자격증이 가져다주는 ‘직업의 안정’이다. 현재 PEET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권모씨는 “더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약대 편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선 약대를 가고 나면 나중에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리대학교 송기원 교수(생명대·유전생화학) 역시 “학생들이 PEET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의 안정성 때문”이라며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부모님이 적극 권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약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이다. 남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의 문턱이 높은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얼마든지 취업이 가능하며,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씨(51)는 “분명 자격증이 가진 큰 장점이 있다”며 “경력의 공백이 없어 일을 쉬거나 다시 시작하는 것이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약대가 탄탄한 동앗줄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대학교 이주헌 교수(생명대·분자생물학)은 “이미 약국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약대에 진학해 약국을 개업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희대 약과학과 장대식 교수 역시 “향후 없어질 직종에 약사가 있기에 더 이상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며 “이런 것들을 고려해 약학계 역시 미래에도 수요가 있을 신약개발이나 제약 산업에 관심을 둬야할 때”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보의 독점자, 사교육 시장

▲ PEET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업체의 광고들

PEET 열풍과 함께 가장 큰 이득을 본 이들은 다름 아닌 사교육 업체이다. 이들은 PEET 도입과 함께 발 빠르게 학교별 전형을 분석하고 입시정보를 모아 독점적으로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덕성여대 약학과 김영미 교수는 “변화한 약대입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은 사교육 업체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요즘 PEET 사교육 업체에서는 학교별 입시전형을 분석해 제공한다고 하는데, 덕성여대만 해도 입시전형이 매년 달라질 수 있다”며 “사교육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PEET 난이도가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대학교 화학과 박모씨는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며 “시험자체가 워낙 어려워 독학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입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인해 학생들이 또 다른 입시부담을 겪으면서 기존 입시 제도가 갖고 있는 사교육 업체를 찾는 문제들이 답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PEET 전문 사교육 업체의 학원비가 만만치 않아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은 시험에 응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웬만한 인터넷 강의 하나에 30만 원 정도 하는데, ‘기본이론’, ‘심화’, ‘문제풀이’별로 나눠진 네 개의 응시과목을 모두 수강하려면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고 답했다. 기본이론 강좌만 수강한다고 해도 벌써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현재 PEET 사교육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PEET 사교육 업체의 대표주자 메가엠디의 경우 지난 2012년 이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15.1%를 기록할 정도다. 특히, 대형 사교육 업체의 경우 PEET 과목뿐 아니라 약대입시에 필요한 영어시험과 적성시험을 함께 대비해주는 ‘종합반’, ‘패키지 강좌’등을 개설하며 더욱더 그 규모를 넓혀 가고 있다. 이에 김영미 교수는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PEET와 맞바꾼 학문과 대학생활
 

PEET 응시자가 늘어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순수과학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많은 학생들이 학부생 시절에 약대로 진학하게 되면서 이공계열 대학원 진학률이 감소해 연구 인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2016년도 PEET 접수자의 소속 학과는 생물학(25.2%), 화학(21.8%) 등의 순수과학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우리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대학원 진학률을 보면 2008년 105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우리대학교 이명민 교수(생명대·시스템생물)는 “물론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들이 모두 약대로 진학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PEET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연구인력 감소도 문제이지만 학생들이 지나치게 한 쪽으로 몰리는 것이 문제”라며 “생물의 다양성이 떨어지면 그 종은 멸종하는 것처럼 모든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약대로 몰려간다면 그곳은 포화되고 기초과학은 부실해질 것”이라 답했다.

반대로 PEET와 대학원 진학률은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교수도 있다. 우리대학교 조진원 교수(생명대·생명의학)는 “PEET 때문에 순수과학이 위협받고 있다는 말은 비약인 것 같다”며 “연구에 뜻이 있고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PEET나 MEET 등의 다른 길이 있어도 대학원을 선택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신 조 교수는 대학원 진학률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을 PEET가 아닌 ‘대학원 자체의 경쟁력 부족’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대학원이 학생들에게 충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약대만큼 전망 있는 선택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교수들도 있었다. 송 교수는 ‘대학교육의 파행’을 문제로 지적했다. 송 교수는 “PEET의 가장 큰 문제는 학부생활을 다 마치지 않은 학생들이 중간에 2학년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인데, 이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대학을 정상화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답했다. 이어 송 교수는 “우선 PEET를 응시하기로 마음먹은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시험 준비의 연장으로 학점 따기에 급급하며 대학에서의 교양을 쌓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는 “학교생활과 PEET 준비를 병행하기 어렵다”며 “입학 때부터 PEET를 목표로 해서 겨울 신입생 OT는 물론 과 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조 교수는 “PEET로 이득을 보는 학생들은 너무 소수”라며 “과도한 경쟁에 휩싸인 학생들도,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다가도 주변 분위기에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껴 흐름에 휩쓸리는 학생들도 모두 각각의 의미에서 피해자인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6년제인 듯 6년제 아닌 6년제인 너 
 

현재 약대는 2+4학제를 통한 6년제의 형태를 띄고 있다. 6년제가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학제 자체로는 2+4로 6년제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교육 내용은 4년제 시절과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현재 PEET를 통한 2+4학제에서 PEET 응시 전의 2년이 약대에서의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다. 실제로 3학년으로 입학한 약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은 4년제 시절의 1학년이 받던 교육과 거의 동일하다. 이에 대해 약교협 초대 이사장을 지냈던 중앙대 약학과 김대경 교수는 “약대에 새로 입학한 3학년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지난 2년 동안 무엇을 배웠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다”며 “그렇다보니 커리큘럼이 딱히 변하지 않고 4년제 시절 1학년이 배우던 것을 3학년에게 그대로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대경 교수는 “학제가 바뀌면 실질적인 내용 역시 바뀌어야 하는데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내부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보니 약대 입학 전의 2년을 허송세월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중양대 약대를 다니고 있는 A씨는 “이전 전공과 어느 정도 연계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약대 교육은 4년에 그치기 때문에 지난 2년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4학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약학계에서는 ▲2+4학제 유지 ▲통합 6년제 전환 ▲병행 학제(Two-track)와 같은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떤 논의도 약학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는 않다. 지난 2015년 약교협에서 실시한 ‘약학대학 학제에 대한 전국 약학대학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대 학생의 56% 만이 통합 6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2+4학제는 35%가, 병행 학제는 9%의 학생이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역시 통합 6년제다. 이는 현재의 2+4학제를 진정한 6년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6년 전체를 약대에서 보내는 통합 6년제를 통해 양질의 약학교육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우리대학교 약학대 한균희 교수는 “통합 6년제를 통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개연성과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러한 교육적 성과를 확실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단순히 좋다고 해서 바꾸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6년제를 도입하면서도 2+4학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병행 학제 역시 논의되고 있다. 이는 통합 6년제를 통해 더 나은 교육적 성과를 제공할 수 있는 대학은 통합 6년제를 선택하고, 그런 여건이 부족한 대학은 2+4학제를 선택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연구 쪽에 뜻이 있는 학생을 4년제로, 바로 산업전선에 뛰어들 학생을 6년제로 분리시켜 학생을 받고 있다. 이처럼 각 대학별, 지원자별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병행 학제 역시 현 상황에서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경 교수는 “약교협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약학계 역시 의학계처럼 대학 자율적으로 학제를 선택하게 해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며 “당시 교육부는 PEET출신 2+4학제 약사가 배출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015년 PEET출신 약사 배출 이후 어떤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기망양(多岐亡羊)’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PEET와 함께 시행되고 있는 2+4학제는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채 사교육 시장의 배를 불리고 학생들로 하여금 소중한 대학시절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물론, PEET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6년제라는 형식에 얽매여 현재의 어설픈 제도를 이어가기에는 잃는 것이 많다는 의견이다. 약학계와 이공계의 상생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적대 : 전에 적을 두고있었던 대학, 다른 대학에 편입학하기 전 다녔던 대학을 이르는 말.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자료사진 프라임MD, 메가MD, PEET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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