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장애학생들의 자리 보장돼…총학생회장은 관련 사과문 게시하기로

지난 16일, 17차 중앙운영위원회의(아래 중운위)에서 ‘장애인권위원회(아래 장인위) 100인 안건 상정의 안’이 상정됐다. 해당 안건은 장애학생의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래 아카라카)’ 행사 참여와 관련해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씨가 ▲평지인 VIP석 위치에 장애학생석을 마련해줄 것 ▲장애학생들의 티켓 확보를 보장해줄 것 등을 합의한 후 이를 뒤엎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장인위는 16일 아침 9시 기준 126명의 서명을 받아 안건을 상정했다. 우리대학교 「총학생회칙」 제38조에 따르면, 총학생회(아래 총학)의 회원 100명 이상이 요구하는 사항은 중운위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며 중운위는 이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 및 의결해야 한다. 이날 중운위에는 응원단 부단장 김효식(물리·14)씨와 장인위원장 한혁규(사회·13)씨, 장애인권동아리 ‘게르니카’ 회장 김현주(경제·15)씨가 참석해, 중운위원들과 함께 상정된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2월에 협의된 사안, 아직도 ‘협의 중?’

지난 2월 19일, 우리대학교 총학·응원단·장인위·게르니카는 장애학생의 아카라카 참여에 관한 4자회담(아래 4자회담)을 진행했다. 총학생회장의 중재 하에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세 주체는 ▲VIP석 위치에 장애학생석 마련 및 바리케이드 설치 ▲장애학생 티켓 확보를 합의했다.

그러나 단과대별 아카라카 자리 배정이 있었던 지난 2일 중운위에서, 박씨는 장애학생들의 VIP석 배정 여부에 대해 ‘협의 중’이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총학생회장과 중운위원들은 장애학생들이 VIP석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이들이 속한 단과대들의 자리를 비교적 통행이 쉬운 1층으로 배정했다.

이어진 지난 6일, 우리대학교 총학·응원단·장인위·게르니카 간의 회의에서 박씨는 장인위와 게르니카 측에 중운위에서 의결한 아카라카 단과대별 자리 배정 사항을 전달했다. 또한, 티켓 확보에 있어서도 박씨는 장애학생들이 아카라카 티켓 예매에 참여하지 않은 데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에 장인위와 게르니카는 박씨에게 ▲4자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중운위에 잘못 전달한 점 ▲중운위의 논의상황을 장인위에 미리 전달하지 않은 점 ▲논의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아 다른 단위들에 피해를 준 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해명과 반박의 연속… 총학생회장, 최종 사과 의사 밝혀

지난 16일, 17차 중운위에 안건이 상정된 후 박씨는 VIP 위치 장애인석 배정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의결 여부를 떠나, 응원단 측이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단계라고 말해 그대로 전한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중운위가 할 수 있는 것은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씨와 사과대, 신과대 등 일부 단위들은 ‘응원단이 협의 중이라고 했을지라도, 총학생회장은 장애학생들의 입장에서 자리 배정을 확실히 해달라고 주장했어야 한다’며 ‘자리배정이 안 될 경우를 전제에 두는 것부터가 중재에 소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일부 단위들은 ‘총학으로부터 중운위가 해당 논의사항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향후 중운위 내부의 소통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티켓 배부에 대해서도 논박이 있었다. 회의 초반, 박씨와 응원단 측은 “지난 2월에 있었던 협의에서 장애학생들에 대한 티켓 전량 배부를 약속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인위와 게르니카 측에서 당시 녹취록을 공개했고, 응원단 측이 ‘웬만하면 전부 다 드리겠다’라고 발언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응원단과 박씨는 “기억과 요약된 회의록에만 의존하다 보니 이와 같은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

결국 박씨는 장인위 측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여 페이스북 개인 계정 및 총학생회 계정에 사과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또한 중운위는 아카라카가 끝난 후 간담회를 개최해 장애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한편, 중운위에서의 논의와는 별개로 지난 6일 4자간 회의에서 이미 ▲VIP석 위치의 장애학생석 설치 ▲장애학생들의 전원 티켓 확보가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당일 이는 모두 이행됐다.
 

총학생회장이 적극적인 사과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안을 둘러싼 학생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최희진(경제·16)씨는 “기존의 진행 상황을 갑자기 뒤집고 제멋대로 논의를 진행한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이는 장애학생들과의 최소한의 약속마저 무시한 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김혜주(UD·16)씨는 “사태가 벌어진 뒤에야 뒤늦게 사과문을 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총학은 이 사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뚜렷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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