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이과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

불의 고리라고도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는 연일 크고 작은 지진들이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가운데 약 85%의 지진들이 이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한다. 최근 일본 큐수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3 지진과 남미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규모 7.8 지진 모두 이 지진대에서 발생한 것이다. 구마모토현 지진은 한반도 남부 및 중부 지역의 거주하는 국민들까지 지진동을 느낄 정도로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익숙치 않은 땅의 큰 흔들림에 많은 국민들이 지진 발생 여부를 정부와 언론사에 문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에 의해 수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한반도에서 지진동이 느껴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 발생할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지진대로부터 천여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판내 환경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판내환경은 판경계부에 비해 응력의 누적속도가 느리다. 이러한 이유로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는 일본 등지의 판경계부 지역에 비해 낮다. 하지만, 응력의 누적속도가 낮음이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이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8년부터 정부 주도의 공식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되었다. 공식 지진 기록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약 38년 동안,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45회 내외의 지진이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발생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5.3으로, 발생빈도와 규모면에서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짧은 지진 기록으로 한반도의 지진 잠재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이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최대 규모의 지진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간의 응력의 누적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수십 년의 짧은 지진 관측 기록으로 긴 재래주기를 가지는 지진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나라에 지진관측망이 생기기 전에 발생한 지진에 대해 우리나라 인접 국가에서 기록된 지진 기록을 보면 관측 기간이 증가할수록 큰 지진이 수도 증가함을 알 수 있다. 특히 1952년 평양 서쪽 강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3 지진은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최대 크기를 훌쩍 뛰어넘는 큰 지진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오랜 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해당 지역의 지진 발생 특성과 위험성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역사기록잘 이루어져 있으며, 자세한 지진 피해 기록들이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남아 있다.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약 2천여건의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들은 한반도 지진 잠재성 평가에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지진 피해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발생한 지진의 규모와 진앙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지진 피해 기록 가운데는 진도 7이상으로 평가되는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수도권과 그 인근에서 발생이다. 지금까지 필자의 연구팀을 포함하여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역사기록물에 남은 지진의 규모와 위치 등을 결정되어 발표된 바 있다. 중대형 지진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기간의 응력 누적이 필요함을 감안해 볼 때, 수백 년전에 발생한 지진에 의한 피해 기록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지진 발생 시기와 그 크기에 대한 많은 우려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지진의 발생은 마치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컵에 물이 조금씩 채워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매년 차곡차곡 쌓이는 응력은 컵을 조금씩 채우는 물에 비유할 수 있고,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컵은 응력이 쌓이는 지각에 비유될 수 있다. 컵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때, 컵 밖으로 쏟아진 물의 양이 지진의 크기를 상징한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고 지나간 날들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는 큰 지진이 발생할 시기가 그 만큼 다가온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국가 기간 사업 및 공공 시설물에 대한 내진 설계 기준이 대부분 완비된 상황이지만, 과거에 지어진 많은 건축물이 아직 내진 설비를 완비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250년만에 발생한 규모 7.0 지진으로 30여만 명의 넘는 인명피해를 겪은 아이티 지진의 예로부터 배우는 교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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