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현 총무국장 (언홍영·12)

 

2년째 연세춘추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내가 쓴 기사에 대한, 크게는 연세춘추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 특히 민감하다. 늘 그렇듯 잘한 것보단 실수가 더 크게 와 닿는 언론의 특성상 신문에는 칭찬보다 쓴소리가 담긴 평이 더 많이 들려온다. 그럴 때면 매주 밤을 새워 가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며 만들어 놓은 신문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나서 다음 제작 땐 최대한 트집이 덜 잡히는 쪽으로 아이템을 찾고 기사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 써서 글을 쓰더라도 혹평을 들으면 괜히 속도 상하고 기자 일도 하기가 싫어지던 게 생각난다.

글을 쓰는 것뿐 아니라 거의 일상의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는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시되는 덕목이다. 내가 입는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고 아침마다 거울 앞을 기웃거린다. 내가 한 일이나 행동이 타인에 어떻게 평가받고 인정받는지는 상당히 신경 쓰이고, 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사회적인 지위도 중요하다. 공부를 잘 해서 남부럽지 않은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부끄럽지 않은 스펙을 쌓아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취직해야 능력 있고 떳떳한 삶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신경 쓰고, 많은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받는 대부분 스트레스는 인간관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많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로 대중에게 유명해진 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든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고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선택과 성과가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자기 뜻대로 살 수 있다고. 내가 아는 사람이 모두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더는 내 인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아들러 심리학은 남의 인정을 갈구하고 타인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집착하는 삶이야말로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삶이라고 설명한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 없듯이 내가 잘 보이고 싶다고 해서 남도 똑같이 잘 봐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인정받지 못해 힘든 이유는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아서고, 다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온전히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2년 반, 다섯 학기의 임기를 마치며 떠나지만, 다음 학기에도 연세춘추를 만들어갈 기자들은 누군가의 시선에 얽매여 ‘비판’을 피하는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 어딜 가나 경쟁이 극에 달한 사회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또 너무 인정받으려고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디선가 나에게 혹독한 평가가 쏟아진다면 인정하고 고칠 만한 것은 받아들이되, 때로는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넘겨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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