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탐방기, 소문난 ‘그 대학축제들’을 비교해 보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은 대학생들에게는 더욱 와 닿는 표현이다. 괴로웠던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고 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시기이기 때문. 햇살을 즐기고자 하는 학생들 때문에 5월의 백양로는 한껏 들뜬 느낌이다. 청량한 날씨에 잔뜩 취하는 학생들이 또 무엇에 취하는고 하니, 바로 대학가를 수놓는 축제의 향연이다. 밴드음악과 막걸리, 지글거리는 김치전과 흥청거리는 분위기는 대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그 대학축제들을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

내가 바로 서울대의(?) 바보다

서울대에는 3대 바보가 있다고 한다.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서 정문까지 걸어가는 사람,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그리고 학교 축제에 놀러가는 사람! 그 바보짓, 기자가 몸소 해보기로 했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열린 서울대 축제 ‘서울대공원’에 다녀온 것이다. 우리대학교 정문 앞에서 750버스를 타고 마음 푹 놓고 자고 있으면 종점 서울대에 도착한다. 그렇게 낮 5시쯤에 서울대 정문에서 내린 기자는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축제의 방문객도 보이지 않고 부스나 안내표지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 가던 사람들에게 물어 대운동장으로 걷다 보면 그제야 음악소리도 들리고 ‘축제를 하긴 하는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대운동장에는 무대가 마련돼 있었고, 여러 동아리에서 운영하는 부스들에서는 여느 대학축제들처럼 생맥주나 소시지를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적이는 주점들도 몇 개 보인다. 그러나 서너 개의 주점들 외에는 운동장에 도통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그리 넓지 않은 운동장인데도 널찍해 보였다.
학과별 주점이 열린다는 말에 인문대학 앞으로 올라가 보았으나 부스는 이미 낮에 행사를 마치고 철수한 뒤라고 했다. 대운동장의 부스들 또한 아직 해가 빨갛게 떠 있는데도 벌써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한 서울대생을 붙잡고 주점이나 부스 진행이 끝난 것이냐고 묻자 그는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는 눈으로 대답했다. “다들 빨리 하고 집에 가요.” 생맥주를 쪽쪽 빨며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길게 선 줄이 보였다. 무언가 재미있는 행사라도 하고 있는 걸까? 두근거리며 줄을 선 사람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줄이에요?” “셔틀버스 줄이요” 그 길로 기자도 셔틀버스 줄에 합류해 집으로 돌아갔다. 기자와 함께 축제에 방문한 전성우(국문·15)씨는 “재미있는 것만 보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지만, 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고 이 날의 축제를 평했다. 전씨를 포섭해 서울대 축제에 동행하게 했던 기자는 사과의 의미로 빙수를 사줬다. 서울대 축제가 재미없다는 말, 풍문만은 아니다.

거대한 환락의 세계에 몸을 던지다, 건국대 축제

반면 재미있기로 소문난 축제들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많은 수의 방문객과 화끈한 분위기로 유명한 건국대의 축제가 있다. 지난 11일부터 3일간 진행된 건국대 대동제에 다녀왔다. 재미있다는 소문을 기자만 들은 것은 아니었는지, 건대입구역에서 내리자마자 건국대에 가기 위해 길을 건너는 엄청난 인파와 마주했다. 주점들은 도시의 야경을 반사하는 호수를 따라 마련돼 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많은 학과들이 DJ컨트롤러를 대여해서 직접 디제잉을 했는데, 이들이 만들어 내는 왁자지껄한 클럽음악이 축제 밤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건국대 축제에는 방문객이 워낙 많다 보니 어느 학과의 주점이든 들어가려면 적어도 30분 이상 줄을 서야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축제는 흥에 넘친다. 축제에 방문한 중앙대 손민지(간호·14)씨는 “다른 대학의 축제들은 규모가 이렇게 크지 않은데 건국대 축제는 외부인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재미있다는 소문대로 축제가 무척 활성화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점 준비를 하던 건국대 동물생명학과 정모씨는 “건국대 축제가 유명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오고, 그래서 축제가 더 즐거워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흥겨운 건국대 축제 중에서도 반드시 방문해야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건국대 속의 올림푸스 신전, 얼짱들의 집합소, 건국대 축제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영화과 주점이다. 영화과 주점에서는 ‘여신’, ‘남신’들이 직접 서빙을 해 주고, 훈남 훈녀들이 테이블에 앉아서 수다를 떤다. 기자는 그들의 외모에 눈이 부신 나머지 영화 촬영 뒷풀이 현장에 갑자기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영화과 주점이 유명한 만큼 기다리는 줄은 두 배로 길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밤의 주점을 수놓는 예술혼, 홍익대 주점

건국대 축제만큼이나 재미있다고 소문난 축제가 있으니, 바로 홍익대 축제가 그것. 지난 19일부터 3일간 진행된 홍익대의 축제는 대운동장에서 열렸다. 홍익대의 축제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한창 바쁜 시간에 가면 영문도 모르고 인파에 떠밀려 가기 십상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대운동장 한 편에 위치한 스탠드에 앉아서 축제를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 있다.
그러나 홍익대 축제에 왔으면 수많은 방문객들을 뚫고라도 반드시 가 봐야 하는 것이 바로 미술대학 주점이다. 미술대학의 다양한 과들이 저마다 불태워 온 예술혼을 주점 인테리어에 쏟아 붓기 때문이다. 천막 내부를 은박지로 감싸고 비커 등의 소품을 비치해 실험실 느낌을 낸 주점부터, 전구를 달고 휘황찬란한 서커스 느낌을 낸 주점, 그리고 영화 『레옹』을 모티프로 한 주점까지. 미술대학 학과들의 주점은 웬만한 분위기 있는 술집에 뒤지지 않는 장식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빼앗았다. 홍익대 예술학과 16학번 윤모씨는 “축제 전 일주일 동안 밤에 남아서 전구도 직접 달고 간판도 꾸미며 준비해 왔다”며 “미술대학만의 전통이기 때문인지 미술대학 주점에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여대 16학번 김모씨는 “대학축제에 처음 와 보는데 너무 즐겁다”며 “미술대학의 화려한 간판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조금은 남다른 낮의 축제, 이화여대

만약 주점 위주로 운영되는 일반적인 대학축제가 아닌 특별한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이화여대 축제에 가보기를 권한다.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운영된 이화여대 축제는 낮에 운영되는 축제로, 술이나 ‘헌팅’보다는 음식이 방문객을 더 유혹한다. 음식 위주의 부스가 열리는 만큼, 음식 종류도 디저트에서 파스타까지 다양하다. 이화여대 경제학과 10학번 김모씨는 “다른 대학들의 축제도 다 재미있지만, 이화여대만큼 먹거리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며 다양한 먹거리를 이화여대 축제만의 특색으로 꼽았다. 기자에게 다양한 먹거리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학과나 동아리별로 운영하는 부스였다. 이화여대 보건관리학과에서는 무알콜 칵테일을 판매하며 알코올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했고, 섬유예술과에서는 직접 만든 에코백을 판매했다. 또한 그림 동아리에서는 음료를 구매하면 컵홀더에 얼굴을 그려주는 등 각 학과와 동아리별 특색을 살린 부스들이 운영됐다. 총학생회는 부스 내에서 학생들에게 노숙자 자활을 돕는 월간잡지 『빅이슈』를 판매하고, 이를 구매하면 빅이슈 판매원 아저씨가 글귀를 써 주는 ‘빅이슈 부스’를 진행했다. 이화여대의 축제는 비록 다른 대학의 축제들처럼 들뜨고 흥에 겨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음주 문화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축제문화에 하나의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교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지난 19일 밤, 기자는 대운동장을 찾았다. 강의를 들으러, 밥을 먹으러 찾는 익숙한 건물들 사이에 마련된 우리대학교의 주점들은 어쩐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건국대 축제처럼 클럽음악이 혼을 쏙 빼놓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무대에서 들려오는 학우들의 통기타 소리와 곳곳에서 퍼지는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대학가의 축제들은 젊음과 활기로 5월의 밤을 수놓는다. 젊음을 즐기고 싶은 밤, 대학축제에서 즐거운 소란을 한껏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최서인 기자
kekecathy@yonsei.ac.kr

사진 심소영 기자
seesoyoung@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