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과 열정으로 뜨거웠던 ‘신촌댄스배틀’에 다녀오다

연세로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백양로의 연장선과 같은 곳이다. 등하교하거나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할 때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반드시 지나는 길인만큼 일상적인 생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연세로가 지난 14일, ‘신촌댄스배틀(아래 댄스배틀)’을 통해 다채로운 춤사위를 뽐내는 색다르고 즐거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따스한 오월의 햇볕 아래 댄스배틀에 참여한 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춤꾼들과 관객들의 열정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대회의 현장을 전달하고자 한다.

신촌 방문객들을 넋 놓게 만든 춤의 향연

지난 14일 낮 2시부터 신촌 유플렉스에 마련된 무대에서 서대문구청의 주최로 댄스배틀이 개최됐다. 이는 내빈소개와 서대문구청장의 축사, 그리고 심사방식 안내로 그 서막을 열었다. 이어진 댄스배틀 본선에서는 동영상 예선 심사를 미리 거친 23개의 팀이 무대에 올랐다. 참가자는 나이와 장르의 벽을 뛰어넘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힙합동아리부터 전통무용단까지 다양한 이들로 구성됐다. 각 팀은 약 4분 동안 무대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이어갔다.
이들 중 우승을 차지한 ‘The Lolfam’은 절도 있는 락킹(Locking) 댄스를 보여줬다. 노란색 줄무늬 티셔츠에 빨간 두건과 신발을 갖춰 신은 이 팀원들의 모습은 마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숨은그림찾기 책인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 캐릭터 같았다. 이들의 무대는 이리저리 숨어버리는 장난꾸러기 월리처럼 익살스러운 동작과 리듬감 있는 군무가 돋보여 흠잡을 데가 없었다. 또한, 우리대학교 댄스 동아리 ‘하리’의 스트릿댄스팀 ‘HARIE Urban’도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춤을 선보였다. 음악 박자가 느려지는 순간에 맞춰 한 댄서가 다른 댄서를 거꾸로 들어 올리는 동작에서는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의 경연이 끝난 뒤 가수 산이(San-E)의 특별 공연이 이어졌다. 유명 래퍼의 등장에 사람들은 무대 바로 앞까지 몰려들었다. 인근 상점에서 일하던 점원들도 무대를 구경하기 위해 앞치마를 두른 채 뛰쳐나왔다.
이후 낮 4시 30분경에는 댄스배틀의 시상식이 있었다. 대상 1팀과 최우수상 2팀, 그리고 우수상 3팀까지 총 6팀을 시상한 이번 댄스배틀에서는 각 수상자에게 100만 원, 50만 원, 30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대상을 받은 ‘The Lolfam’은 세계 힙합 댄스 대회인 ‘힙합 인터네셔널(Hip Hop International)’에서 우승을 차지한 댄스팀 ‘Locknlol’의 제자들로 구성된 팀으로,  락킹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13인조 혼성팀이다. ‘The Lolfam’의 팀원 이언주(21)씨는 “상을 받는 것이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처음”이라며 “오랫동안 준비한 퍼포먼스인 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우리대학교 댄스 동아리 ‘하리’의 ‘HARIE Urban’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HARIE Urban’의 팀원 박경현(심리‧15)씨는 “대동제 전에 미리 공연해 볼 기회라고 생각해 참가했다”며 “예선 통과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큰 기대가 없었는데, 최우수상을 타게 돼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관객과 춤꾼들 모두의 추억으로 남은 댄스배틀

춤은 감정의 표현이자 육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또한,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행사가 엄연히 순위를 매기는 대회였음에도 참가자들의 얼굴에 드러난 것은 경쟁심이 아닌, 팀원들과 함께 춤을 추는 흥분감에서 오는 웃음이었다.
이에 기자는 직접 참가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왁킹(waacking)을 선보인 9인조 여성팀 ‘씨스페이스’는 댄스학원을 함께 다녔던 친구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한 뒤 이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씨스페이스’의 팀원 이예닮(20)씨는 “이번 기회에 친구들과 모여 춤을 즐기고 싶었다”고 댄스배틀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또한, 춤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3인조로 구성돼 단아한 한국무용을 선보인 ‘아리무용단’은 재일교포들이 춤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기억하고자 만든 무용단이다. ‘아리무용단’의 팀원 정진미 동문(불문·05)은 “일본에서 자라 유년시절부터 한국무용을 해왔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무용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의 대회는 참가자들에게 좋은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신촌을 방문한 관객들에게도 ‘로즈데이’에 갑자기 찾아온 선물처럼 특별한 행사였다. 마침 이날은 로즈데이였던 터라 관객 중에는 장미꽃을 든 연인들이 특히 많았다. 연인과 함께 무대를 관람하고 있던 최영훈(23)씨는 “마치 축제 같아서 특별한 느낌이 든다”며 “우연히 방문한 신촌에 마침 이런 행사가 마련돼 있어 즐거운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유플렉스 광장에서 무대를 구경하고 있던 이윤지 동문(신방·05)도 “덕분에 주말이 더욱 활기 넘치고 풍성해진 것 같다”며 “날씨도 더운데, 더위를 잊게 하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신촌을 우연히 찾았다가 이러한 행사를 만나 더 머물러 있게 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문화기반조성팀 김윤정 팀장은 “춤을 즐기는 신촌의 많은 젊은이를 무대로 데려와 저예산으로 축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신촌댄스배틀’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이번 댄스배틀은 일부러 식사시간인 오후 5시쯤에 끝나도록 기획됐다”며 “이러한 행사를 지속해서 발전시킴으로써 구매력 있는 인구가 모여 신촌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인근의 일부 상인들에게만큼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연세로에 위치한 한 화장품 가게의 부매니저는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문을 닫았는데도 매장 안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며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행사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냐는 질문에는 “행사 날 손님이 많아졌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행사는 장기적으로 연세로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것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부 상인들의 불편에 대해서는 소통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대회는 관객들은 물론 참가자들에게도 일상적 공간에서 만난 뜻밖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댄스배틀 이후로 연세로에서 개최될 많은 행사가 앞으로도 신촌의 방문객들과 참가자들을 웃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글 최서인 기자
kekecathy@yonsei.ac.kr

사진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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