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의 보과대 의공학부 여학생회에 존재하는 군기문화로 인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백운관에서 발생한 의공학부 여학생회장 A씨와 의공학부 재학생 B씨, B씨의 남자친구 C씨 간의 언쟁을 통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보과대 체육대회인 연맥제 연습에 참여할 것을 강요한 A씨와 이에 불응한 B씨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비밀게시판을 통해 점차 공론화됐으며 해당 게시판에는 의공학부 여학생회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지적하는 학생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후 지난 16일, 사건 당사자들과 학생회장이 의공학부 학과장과 면담을 거쳐, 당사자 간 사과와 함께 경위서가 대나무숲 등 SNS에 게시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예전부터 지적돼 온 의공학부 여학생회의 군기문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여학생회를 바라보는 시선

보과대 내 여학생회는 여학생의 수가 극히 적은 보과대의 특성상 소수에 해당하는 여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여학생들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설립됐다. 여학생회장 A씨는 “여학생회는 학과 내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할 경우 2차 피해로부터 여학생을 보호하고 있으며, MT에서 과음한 여학생들을 수습해 발생 가능한 불미스러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여학생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적지 않다. 보과대에 재학 중인 ㅂ모씨는 “보과대에 입학하는 여학생들은 자동으로 여학생회에 가입된다”며 “여학생회는 관련 행사에 전원 필참을 요구하고 있으며 수직적인 군기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ㅂ모씨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여학생회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긴급여학생총회(아래 긴급여총) 소집 ▲수익사업 티켓 강매 ▲연맥제 연습 강제 참여 등은 여학생회 내 군기문화가 드러나는 예시로 지적되고 있다.
긴급여총은 고학년 여학생이 저학년 여학생을 지도한다는 명목 하에 불시에 소집된다. 보과대에 재학 중인 ㄱ모씨는 “학기 초에 여학생회로부터 교수님 앞에서 모자를 쓰거나 슬리퍼를 신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교육 받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교수님이 해당 학생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긴급여총을 소집해 선배 여학생들이 해당 학년의 모든 여학생을 꾸짖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ㄱ모씨는 “긴급여총의 분위기는 교육이라기보다 군기를 잡는 것에 가까웠다”며 “1학년 여학생들이 먼저 도착해 약 1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핸드폰 사용이나 잡담을 할 수 없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장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학생회장 A씨는 “긴급여총은 4학년 선배의 요청으로 소집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단순한 의심으로 소집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께서 예의 없는 학생들을 언급하신 경우 소집한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올해부터 1학년 여학생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개인적으로도 긴급여총을 최대한 소집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공학부 학부장 이경중 교수(보과대·의용계측 및 생체시스템 모델링)는 “긴급여총은 말 그대로 긴급하게 모임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시 소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여학생회는 학과자율적인 조직이므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긴급여총을 운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재영(과기생명·11)씨는 “타 학과의 입장에서 봤을 때, 긴급여총과 같은 시스템이 계속 남아있다면 여학생회가 군기문화의 산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외에도 ‘귀뚜라미찻집’이라 불리는 의공학부 여학생회 수익사업의 경우,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에게 티켓을 강매하고 있다. 송우용(정경경영·12)씨는 “의공학부 친구가 강매당한 티켓을 팔기에 하나 사줬다”며 “티켓을 강매하는 수익사업은 그 의미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수익사업은 적은 수의 여학생들도 서로 힘을 합치면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시작하게 됐다”며 “티켓을 강매하는 부분은 개선해 나갈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군기문화의 원인 중 하나로 연맥제 연습 강제 참여가 있다. 연맥제 연습 강제 참여는 지난 11일 발생했던 여학생회장 A씨와 의공학부 여학생 B씨 간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연맥제는 보과대에서 진행되는 체육대회로, 이에 참여하는 보과대 내 학과별 여학생회는 학생들로 하여금 연습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A씨는 “이기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태도는 의공학부를 대표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며 “특히 여학생이 출전하는 피구나 발야구는 따로 소모임이 없어 연습이 더욱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하지만 사정이 있는 학생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줬다”고 덧붙였다. 한편 B씨는 “불참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회장님과 교류가 없어 사정을 말씀드리기 힘들었다”며 “과외·알바·수업 등을 제외한 경우를 빼고는 나와야 한다고 공지가 돼있어 선뜻 의사를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연맥제 참여 과정에서 군기문화를 없애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5학년도는 개인사정으로 인해 연습을 불참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고, 연습 당일에 연습 시간과 장소를 공지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개인 사정이 있는 학생은 철저히 연맥제 연습에서 제외시켰고 연습 일정을 사전에 공지해 학생들의 개인 일정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군기문화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한편, 선배들의 가혹행위나 학과 내 군기문화를 외부에 고발할 경우에는 보복의 위험이 있어 학생들은 이를 언급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신윤철(응용생명·11)씨는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는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해당 조직 안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며 “이번 사건의 여학생도 그런 취급을 당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공학부 재학생 D씨는 “의공학부 여학생 B씨도 사건이 해결된 것과 별개로 의공학부 내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군기문화가 존재하는 학과에 재학 중인 ㅈ대학의 이모씨는 “언론에 알려질 경우 학과뿐만 아니라 학교의 이미지도 추락할 수 있다면서 선배들은 물론 교수님들도 외부로 알리지 않도록 당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교육부가 제시한 「대학 내 건전한 집단활동 운영 대책」에 따르면, 학내 동아리·학생회 활동이나 행사 등에 대해서 이를 주관한 학생과 담당 교수의 연대책임이 인정된다.

대학교 군기문화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선·후배 세대교체에 따라 이어지는 지속적인 문제다. 특히 대학이나 학과 내 집단에서는 기존의 순기능은 퇴화하고 대학 군기문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 관계자는 “군기문화의 원인은 선배로서 대접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의식”이라며 “사회에 팽배한 선배로서의 우월의식을 버리고 선·후배가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군기문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칙에 의거한 엄격한 제제와 더불어 스스로 서열의식에서 벗어나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함께 실행돼야 할 것이다.


김광영 기자
 insungbodo@yonsei.ac.kr

심소영 기자
 seeso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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