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는 대학교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대학교도 매년 5월 중순에 열리는 대동제를 앞두고 있다.
대동제는 6,70년대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 오며 긴 역사를 자랑한다. ‘대동(大同)’은 크게 하나 되자는 뜻으로, 이는 학생들이 ‘다함께’ 즐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요즘의 대동제는 단순한 재미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의 공연과 주점의 음주 문화에만 대동제가 치우치면서 본래의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대학교 축제의 역사
 

6,70년대에 학생들은 ‘대동제’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학교 축제’ 또는 ‘페스티벌’이라고 불렀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동제’와는 많이 달랐다. 당시에는 체육대회와 학술토론 등 다양한 행사들로 축제가 진행됐으며, 정치적인 성격 또한 강했다.

‘대동제’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것도 80년대 운동권의 영향이 크다. 지난 1984년에 고려대가 ‘대동제’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썼고, 우리대학교도 동참했다. 당시 대학가는 크게 하나 되자는 의미에서 대학 축제를 대동제라고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대학교는 인근의 서강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의 대학들과 함께 연합축제를 열기도 했다.

80년대 후반이 지나면서 축제에는 정치적 성향보다는 마을 굿 또는 줄다리기 등 풍물패 중심의 전통적 요소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지금의 대동제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A동문은 “백양로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함께했던 줄다리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면서 “당시에는 학생들이 모이기만 하면 전경들이 몰려왔던 것도 떠오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중문화가 발달한 90년대에는 맥주 시음회, 메이크업 강좌 등 상업적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요소들과 정치적 색채는 점차 없어졌고, 대동제는 점점 현재의 모습과 비슷해졌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 대동제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주점을 운영하고 동아리별로 공연을 하기도 하며 즐기는 분위기다. 안여찬(전기전자·15)씨는 “대동제는 학생들이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공연도 즐기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주점에서 함께 노는 즐거운 축제”라고 말했다.
 

대동제, 재밌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동제는 ▲단순한 재미만을 위한 장 ▲대학 음주 문화를 조장하는 주점 ▲매번 똑같은 구성 등의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받아왔다.

우선 대동제는 별다른 의미 없이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인한 재미만 추구하다보니 ‘대학’의 축제답지 않고 대동제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동제에 연예인이 출연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됐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얼마나 ‘유명한’ 연예인이 축제에 나오는지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이창훈(기계공학·15)씨는 “연예인이 누가, 그리고 얼마나 많이 오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가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소정(ISED·15)씨는 “단순한 놀기보다는 학생들이 함께 공익적인 캠페인이나 다 같이 교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활동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좀 더 바람직한 축제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B교수는 “요즘 우리대학교를 포함한 대다수 대학들이 무리를 해서 유명한 연예인들을 불러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며 “학생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현재의 모습과 전통 사이에서 좋은 축제를 꾸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단과대 또는 동아리별 주점문화가 대학의 무분별한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양승윤(UD·14휴학)씨는 “대동제 기간 동안 주점 운영만 하다 끝났다”며 “별다른 의미 없이 주점만 운영하는 것은 ‘마시고 죽자’라는 음주 문화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양씨는 “대안적인 주점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과도한 연예인 초빙과 주점의 음주 문화만이 축제의 주가 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없는 축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슬기(간호·15)씨는 “연예인 공연과 주점 외에는 우리대학교 대동제만의 개성이 없다”며 “이런 대동제 문화는 매년 변화 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균 동문(경제·95)은 “2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까지 거의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앞으로 대동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이와 같은 지적들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동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대학교가 참고할 만한 좋은 예로 성공회대의 사례가 있다. 성공회대는 과도한 상업화와 단순히 ‘놀기만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안적인 대동제 구성을 도모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성공회대는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축제’를 기획하기 위해 연예인을 초빙하지 않고, 학내 언론의 팟캐스트 공개방송,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등 학생들이 주체가 된 행사를 준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성공회대 총학생회 측은 ‘일회성이 아니라 기억에 남을 만한 대학 축제 문화가 됐으면 한다’며 ‘자본의 유입으로 ‘대동’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축제 문화의 지평을 열길 기대한다’고 대동제의 취지를 밝혔다.

우리대학교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5년, 우리대학교 대동제에서는 환경과 생태의 가치를 생각해보자는 취지의 ‘에코캠페인’이 진행됐다. 대동제 부스들 중 학내 자치단체 ‘에코프로젝트’가 ‘에코부스’라는 이름으로 중고장터를 운영한 것이었다. 또한, 개교 130주년을 맞아 당시 총학생회 측에서 대동제의 역사를 SNS로 학생들에게 알리며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우리대학교가 대동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동(大同)’제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며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예지 기자
angie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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