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대학교 공과대학 정보산업공학과 모정훈 교수

 

우리나라 휴대폰 가입자수는 인구 100명당 116대 꼴에 해당하는 5,950만 명을 넘어섰다. 휴대폰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1993년이니 20여년 만에 온 국민에게 파고들어,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90년대 후반 PC통신을 기반으로 한 ‘접속’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두 남녀 주인공이 컴퓨터 앞에서 익명성의 그늘아래 PC통신으로 진솔한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벌써 이것이 이전 세대의 기술이 된 것은 격세지감 그 자체이다. 오늘날 버스나 지하철안 어디서라도 휴대폰을 통해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이 되면서 배터리 소모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산이나 비행기안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간의 무선통신시스템의 기본지식을 기반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무선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기지국이라고 하는 많은 통신시설이 필요하다. 전국을 만여 개의 구역으로 구분하고, 각 구역마다 하나의 기지국이 그 구역 안의 사용자들의 무선통신을 담당한다.(고속도로를 지나다보면 간혹 높은 철탑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기지국 장비이다.) 그 구역을 셀(cell)이라고 하는데 그 모양이 벌집모양이라고 해서 무선통신을 셀룰러(cellular)통신이라고도 한다.

무선통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든 구간이 무선구간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무선구간은 사용자와 기지국 구간만 무선구간이며 기지국과 기지국은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A씨가 광주에 있는 B씨에게 전화를 하게 되면 A씨와 A씨 구역을 담당하는 기지국구간은 무선, B씨와 B씨를 담당하는 기지국간은 무선, 하지만 A씨의 기지국과 B씨의 기지국간은 유선으로 무선-유선-무선으로 통신이 연결되는 것이다.

휴대폰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는 가입자들이 현재 어떤 기지국에 속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즉, 서울에 있는 A와 광주에 있는 B가 속한 인접기지국이 어딘지를 알아야 전화를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휴대폰은 일정한 간격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신호를 인접 기지국으로 보낸다. 즉, 휴대폰은 주변 기지국에 “나는 010-xxxx번인데 지금 여기 있어”라고 알리는 것이다. 기지국은 이 신호를 이용하여 5950만 가입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고 다양한 ‘위치기반서비스’는 이를 기반으로 가능하다.

사용자가 이동 중에는 하나의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바뀌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전화가 끊기지 않으려면 바뀐 기지국으로 데이터나 음성을 연결해주어야 한다. 이 절차를 ‘핸드오프’ 혹은 ‘핸드오버’라고 한다. 현재의 기지국이 “지금 A와 통신신호가 약해져서 더 이상 연결이 어려워”라고 하면 새로운 기지국이 “A의 신호가 나에게 잡혀 앞으론 나와 연결할게”라고 서로 이야기하고 A를 새로운 기지국과 연결시키는 절차를 진행시킨다. 버스나 기차 이동 시 핸드오프가 빈번히 발생하는데 통화권 이탈이거나 다른 이유로 이 절차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연결이 끊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휴대폰이 통화권역을 벗어나거나 저신호 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 휴대폰과 기지국은 휴대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예를 들면, 휴대폰은 평상시의 낮은 파워로 신호를 보내지 않고 최대 파워의 위치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이 결과 배터리 소모가 많아지고 최대 4배 이상까지 배터리 소모가 될 수 있다. 비행기 안이나 산속 깊은 곳에서 배터리 소모가 많은 것은 휴대폰이 신호가 잡히지 않아서 노력을 많이 해서이다. 즉 높은 출력을 지속적으로 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많아지는 것이다.

비상시에 배터리 소모를 줄이고 싶다면 핸드폰을 끄거나 통신모듈을 오프(off)시키는 ‘비행기모드’로 전환이 한 가지 방법이다. 단 통화는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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