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부 송민지 기자(인예국문·15)

 

춘추에 들어온 지 1년 반, 이제 기자 임기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기자 비망록에 무슨 말을 써내려가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나, 곧 기자 임기가 끝난다는 사실이 얼떨떨하고 못내 아쉽다는 것만큼은 명백한 진심이다. 그리고 좋은 신문을 만들어 사회적 사안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상념은 나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던 것 같다.

한편, 고등학교 시절 소설을 썼던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밤늦게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있는 습작생이었다. 기숙사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 온종일 소설의 문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더 이상은 소설을 쓰는 것이 고역이었다. 소리 없이 죽어간 사람들,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자꾸만 내 삶의 안쪽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외면하면서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인간은 존엄하고, 우리는 인간 존엄을 훼손하는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 그러나 권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권리를 얻었다고 해서 인간 존엄이 반드시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이에 내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노동 문제였는데, 우리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노동 문제가 피하고픈 불편한 문제이자, 우리와 상관없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의견을 접할 때마다 나는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억압들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안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해결을 하는 것과 그 사안의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논의하는 것 두 가지로 나눠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언론은 후자의 역할이었다. 이런 생각을 끝으로 나는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정해 춘추에 들어오게 됐다.

부족하겠지만 나는 내가 쓴 기사가 단 한 명에게라도 우리의 삶과 우리를 둘러싼 사회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춘추 기자들의 기사가 모두 그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한다. 이러한 기사들이 모인 집합체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신문이다. 나는 아마 다음 학기에도 춘추에 남아 기자가 아닌 부장으로서 신문을 만들게 될 것 같다. 춘추실에서 밤늦도록 기사를 쓰고 고치는 기자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이를 위한 해답을 찾아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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