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한홍구 교수를 만나다

 최근 성황리에 끝난 드라마 『시그널』에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통해 현재를 바꾸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쉽게도 현실에서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의미’는 바꿀 수 있다. 우리가 현 사회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과거는 긍정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부정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과거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성공회대 교양학부 한홍구 교수를 만나 우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들어봤다.

민중 역사에 주목하다

 

지난 1980년 5월 26일 자정, 광주에서는 5.18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진압이 예고됐다. 도청에 남아있던 3천여 명의 광주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마지막까지 남아있을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만약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한 교수는 30년 가까이 이러한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고 있다. 한 교수는 지배자의 역사가 아닌 민중들의 역사에 더 집중했기에 이러한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후에 한 교수의 역사학자로서의 행보에도 드러난다. 한 교수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평화박물관 사업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우리나라 병사들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죄하자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다. 또한 국정원 과거사위는 과거 군부독재시대 안기부의 만행을 밝혀내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며, 『반헌법행위자 열전』 역시 헌법을 무시하고 만행을 저지른 지배자 층을 겨냥한 것이었다.

 

20대를 말하다 

역사의 중심에는 20대가 있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으로 대표되는 근현대사의 주역들은 대부분 20대 청년들이었다. 그렇다면 한 교수의 20대는 어땠을까. 한 교수가 대학에 다니던 1970,80년대는 지금에 비해 민주사회가 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대였다. 한 교수는 “내가 대학 1,2학년이었던 때는 캠퍼스에 경찰이 있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20대 청년들이 자유를 찾기 위해 자주 데모를 하며 적극적으로 억압에 맞선 시대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 교수가 보는 지금의 20대는 어떨까. 오늘날의 20대는 사회에 무관심하고 사회 참여에 소극적이라며 기성세대의 질타를 받곤 한다. 이에 한 교수는 “무조건 20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기성세대와 사회 분위기가 무책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기성세대가 현대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에 이바지한 부분도 있지만, 청년들이 살기 힘든 사회 구조를 만든 것에 관해 분명한 책임의식을 갖고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교수는 “결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주체는 20대 청년들”이라며 20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지금의 20대에게 역사 속 20대를 돌아보도록 권한다. 과거의 20대들은 사회를 기형적으로 만든 이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 맞섰다. 이어 한 교수는 “20대 청년들이 사회 구조적 모순과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하며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에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

자신의 삶과 가까운 역사교육 필요해

20대가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곧 그 20대가 될 10대의 교육 문제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시험에 적합한 내용만을 주입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역사교육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교수는 현재 역사교육에 대해 “우리나라는 입시에 매여 있으니 역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교수는 10대가 역사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한 것의 근본적인 원인을 과거사에 대한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는 교육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봤다. 더불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필수과목 채택은 이를 더욱 심화시킬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필수과목 채택과 동시에 사교육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문제를 쉽게 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시험이 출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대의 역사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 교수는 우선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과 유리되지 않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를테면 현재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형성된 원인은 무엇인지, 강남 8학군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등 현재 학생들의 삶을 만드는 데에 영향을 준 ‘가까운’역사를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 교수는 이 때 너무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외우게 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사회에 살고 그 안에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생각하는 진짜 역사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역사가 자신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내가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한 교수는 역사를 긴 릴레이 경기로 표현했다. 역사라는 릴레이 경기에서 달리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몫을 수행하도록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뛰느냐에 따라 우리 그리고 후대가 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오늘 나의 하루가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한 교수의 말처럼 역사는 특별히 대단한 인물들의 것이 아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이 순간의 우리가 바로 역사의 주인공이 아닐까.

 

서한샘 수습기자
오서영 수습기자
홍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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