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나영석 PD, 자아탐색을 주제로 RC 특강 진행해

 

▲ RC특강에서 tvN PD 나영석 동문(행정·94)이 강연하고 있는 모습.

지난 4일, 국제캠 종합관 다목적홀에서 tvN PD 나영석(행정‧94) 동문(아래 나 PD)을 연사로 초청한 2016학년도 1학기 제2회 RC 특강이 열렸다. 이번 특강에는 300여 명의 청중이 자리해 나 PD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나 PD는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나 다운 삶’을 사는 것이 왜 중요한지, 또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지가 강연의 요지였다. 다음은 우리신문에서 나 PD의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

대학생활, 선택의 시작

나 PD : 강연에 앞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시험 점수에 맞춰서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다들 그렇게 대학에 왔나? (“네.”) 역시.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결정을 내린 것이 그때가 처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우리 부모님의 아들로 태어난 것,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을 따라 이사를 다닌 것, 초・중・고등학교에 진학한 것 모두 내 의지가 아니었다. 대학 입학 당시 내 나이가 열아홉이었으니까 우리 인생은 18~19년간 내 선택과는 관계없이 굴러가는 셈이다. 정말로 여러분의 선택이 시작되는 것은 사실 지금부터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본인의 인생을 직접 설계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 참고사항일 뿐이다. 오늘 내가 해줄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는 사람이 등 떠밀려 대학에 들어온 후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야기해주겠다.
새내기 시절 나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어딘가 모르게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러다 문득 대학생활을 이렇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성향에 잘 안 맞는 일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사회과학대학 연극반에 들어갔다. 연극반에서 4년 동안 정말 열과 성을 다해 활동하다 깨달았다. 이 길을 가야겠다고. 나는 연기도, 연출도 못하고 대본도 잘 못 쓰지만 이렇게 열댓 명이 모여 뭔가를 끝까지 해내고, 유치한 결과일지언정 그걸로 기뻐하고 눈물 흘리고 다시 다른 작업을 해내는 일이라면 평생을 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PD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

나 PD :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1차 시험인 상식 시험을 왜 치러야 하는가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PD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인데 왜 헌법이나 역사를 그렇게 자세히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논술 준비하고 신문 사설 오려서 볼 때, 나는 하루 종일 TV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나중에 KBS 인사 담당자랑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상식시험도 꼴찌고 논술도 엉망이었는데 기획안이 뛰어나서 뽑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준비할 때 주변을 자꾸 둘러본다. “저 사람은 어떻게 준비하지?” “그럼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면서. 불안하니까. 특히나 우리는 이제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뭔가 갖췄다고 주위를 둘러보라. 다 똑같다. 우리 모두는 점점 더 똑같아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죽을힘을 다해 평범해지려 발버둥치는 사회다. 그러나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 물론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길로 가는 게 중요하다.
방송국에 입사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예능 PD는 프로그램을 잘 만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예인과 친한 PD들이 대접받았다. 그건 물론 그분들의 방식이고 탓할 게 아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프로그램의 질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나와 마음이 맞는 PD와 작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드디어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과 함께 한 작품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아직까지 그때 만난 팀과 함께 일을 한다. 이후의 ‘여걸파이브’, ‘여걸식스’, ‘1박 2일’,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다 마찬가지다. 우리 팀은 물론 처음에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마음 만난 사람들과 신나게 일을 했으니.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어쩌다 그렇게 유명한 PD가 됐냐는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우리 팀이 만든 것이라 이야기한다. 인사치레가 아니고 진심이다. 팀이 없다면 결코 그런 성과를 낼 수 없고, 팀으로 하는 작업이 나의 유일한 희열이다. 그리고 그런 희열을 알려준 것은 대학시절 연극반의 추억이었다.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나 PD : 미래로 가는 기차가 있고, 여러분이 그 기차역에 서 있다고 생각해보라. 누군가는 이미 기차를 타고 떠났고, 누군가는 표를 끊으려고 서 있는데 그 가운데서 어떻게 할지 갈등하는 것이 지금 여러분의 위치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렇게 고민하다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간대요?”하는. 왜? 불안해서, 나만 두고 기차가 떠날 것 같아서. 타협이 나쁜 것만은 아니고, 그것이 나에게 잘 맞는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오늘 해주고 싶은 말은, 대학시절 4년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위해 보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많이 읽어서 내 취향을 만들어야 하며, 또 내 성향과는 잘 맞지 않는 일들에 많이 도전해봐야 한다.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를 보라. 그리고 거기에 맞는 길을 찾아가면 여러분 모두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연이 끝난 후 나 PD는 학생들과 함께 단체사진 촬영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연을 찾은 김미혜(경제·16)씨는 “대학 입학 후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떤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 강연을 듣고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하고 자기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안지훈(사회·16)씨는 “RC 특강을 기회로 학교에서 뜻 깊은 강연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글 김은지 기자
_120@yonsei.ac.kr
천시훈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정윤미 기자
joym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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