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를 이끌던 산업들이 추락하고 있다. 70년대에 시작된 중화학공업 정책에 그 기반을 둔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들은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어 많은 이들을 근심케 하고 있다.

특히 조선산업의 추락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미 조선업의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고 경쟁국들이 치열하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석유플랜트 사업으로 전환해 전 세계의 수주를 싹쓸이하며 장부상으로는 큰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실의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은 부실의 규모가 너무 커 국가차원에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됐다.

조선산업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전에 분명한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으로 대변되는 조선산업의 부실화를 방관한 관련 기관과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우그룹의 부도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실질적인 대주주가 됐는데 그동안 방만한 경영으로 현재의 부실을 초래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주주들이 그 손해를 떠안게 되는데, 산업은행은 나라 소유이기 때문에 결국 그 부실은 국민이 떠안게 되어 있다. 그럴수록 더욱 청지기 정신이 필요한데 현재 밝혀진 내용은 늑대에게 양떼를 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에 관련된 이들의 책임을 엄히 밝히고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뼈를 깎는 각오로 이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실수에 대한 고백 없이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이를 메꾸려하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는 것이다.

또한, 조선산업의 부실에 대한 신호들이 그동안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인 정책수립에 등한했던 담당 정부부처와 정치권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은 인기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좋은데 좋은 것이다라고 할 때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사기업들이 목적의 이익에 급급하며 사회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고 있을 때 이를 지적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하라고 임명된 이들이다. 조선산업 구조조정 문제를 통해 이들의 업무태만이 다시 드러났기 때문에,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산업구조 조정에만 몰두하지 말고 이 과정에서 직업을 잃게 되는 직원들의 무리없는 전직과 직업 훈련 등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다수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고, 구조조정이 일어나 조선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더라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복직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대기업 직원이 아닌 1차, 2차, 3차 협력기업 등에 속한 노동자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은 그 충격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충실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조선산업의 부실화와 더불어 힘들어지고 있는 지역경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책상 앞에서만 소리치지 말고 현장을 다니며 정부가 도울 일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실을 초래한 기업인들도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기업이 큰 이윤을 창출할 때는 치부하고 어려워지면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일은 자본주의의 원칙과도 맞지 않다. 경쟁력 없는 기업인과 기업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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