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수련 사회부장(국문·13)

#이번 학기 휴학을 하고 한 방송국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 곳에 소속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짜 회사생활을 하는 듯하다. 물론 처음 출입증을 매고 방송국에 들어갈 때의 쾌감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매일 8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것은 뭔가를 끊임없이 하길 좋아하는 나마저도 녹초로 만든다. 퇴근시간 버스에 몸을 실을 때 항상 드는 생각은 ‘매일 회사에 갈 필요 없는 학생이 좋은 거구나, 부모님 말씀은 역시 틀리지 않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회사에 나가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열정 때문이다. 다들 힘들다 하면서도 매일 한 시간짜리 방송을 만들기 위해 아침부터 머리를 싸매고, 방송이 끝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앵커와 기자, 작가와 PD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열심히 배워서 나의 내공을 쌓는 것이 학생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넘어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사회인의 역할은 중압감을 준다. 하지만 아무나 앉을 수 없는 그 자리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 역시 그러하다. 이렇게 열정이 넘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춘추에서의 4학기를 보내고 나니 나도 모르는 사이 훌쩍 4학년이 됐다. 학교 다니느라 죽는다는 사망년(3학년)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린 후의 휴학은 달콤할 줄 알았지만, 인턴 생활에 학보사 생활에 쉴 틈이 없다.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하루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끊임없이 나를 누른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 누구를 만나도 이야기는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취업’. 정년퇴임을 바라보는 아버지 역시 딸이 얼른 자리잡기를 가장 바라신다. ‘학생이 가장 좋으니 이대로 있고 싶다’는 생각은 이쯤 되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자녀들, 그리고 정년퇴직을 앞둔 부모들. 지금 20대 대다수의 이야기가 아닐까.

#지난 4월 27일, 정부는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라고는 하나 이때까지 내놓은 일자리 대책보다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복지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얼마간의 돈을 유인으로 중소기업을 가라고 등 떠미는 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고시원에서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직장을 갖기 위해서다. 어떤 회사에 가든 힘들겠지만, 자신의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곳이라야 청년들의 열정에 불이 붙을 수 있지 않을까. ‘열정 페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20대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당장 지난 6일에도 중소기업 종사자의 40%만이 임시공휴일을 즐길 수 있었다. 현재 일자리 상황에 대한 분석, 청년구직자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탁상공론으로 내놓은 정책으로는 절대 청년들의 공감도 얻지 못할뿐더러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열정을 다해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사회 전반에 만들어 진다면, 이런 허울뿐인 일자리대책이 아니더라도 청년들은 자연스레 여러 일자리에 눈을 돌릴 것이다. 험난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 청년들이 이런 환경을 바라는 것이 너무 큰 꿈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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