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크고 작은 범죄사건, 특히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2차 가해’다. 언론뿐 아니라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도 종종 2차 가해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2차 가해라는 용어보다는 ‘2차 피해(Secondary Victimization)’라는 용어로 학술적인 연구가 많이 이뤄져 왔다. 처음 2차 피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범죄학자 윌리엄스 J. E.로, 그는 1984년 그의 논문에서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적인 처우’를 2차 피해라고 정의했다. 그 이후 2차 피해는 성범죄뿐 아니라 가정폭력, 아동폭력의 피해자에게 사용되기도 했지만 주로 성범죄와 관련해 사용됐다. 이에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2차 피해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고자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보화 전임연구원(아래 김)과 우리대학교 성평등센터 최지나 연구원(아래 최)과 인터뷰를 했다. 
 

Q: 성범죄에 있어 2차 피해란 무엇인가?

김: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 2차 피해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서 보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정식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이나 피해자 스스로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 것’으로 정의했고, 나도 위의 개념정의를 따르고 있다. 2차 피해의 유형은 가해의 주체에 따라 나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사법기관, 의료기관, 가족, 친구, 언론 등에 의한 것이 있다. 사법기관에 의한 2차 피해에는 경찰, 검찰 등 재판 수사 단계의 관계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피해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심리적 피해를 주는 발언 등이 있다. 피해 후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기 위해 가는 의료기관에서도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의사나 간호사 등에 의해 발생한다. 언론이 피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 지나치게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등의 행위도 2차 피해를 유발한다. 이외에도 가족과 친구에 의해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최: 성폭력 사건 자체를 ‘원피해’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를 2차 피해라고 볼 수 있다. 대학사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2차 피해로는, 동아리 내, 학과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 책임 유발 편견이 섞인 얘기들이 퍼지는 것이나 가해자가 무고죄로 피해자를 고소하는 것 등이 있다.


Q: 2차 피해가 성범죄에 있어 특별히 더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 소매치기를 당한 이에게 우리는 ‘바보같이 핸드백을 왜 도로 쪽으로 하고 다녀’ 혹은 ‘왜 사람들이 손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에코백을 들고 다녀’와 같은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를 매우 쉽게 한다. 이는 성폭력 사건이 다른 사건에 비해 사적인 문제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2차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최: 2차 가해가 형사법에 저촉된다면 처벌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당시 가해자의 어머니가 피해자의 사생활이 평소 문란했다는 내용의 설문지를 학교에 돌리러 다녀 명예훼손죄로 고소된 사례가 있다.

김: 형사사법절차상의 2차 피해의 경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본 결과, 실제로 「성폭력처벌법」 제 29조,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직무규칙」 제38조, 「인권보호수사준칙」 제 46조 등에 따라 모욕적이거나 반복되는 조사를 받지 않으며 인권을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10조에 의거해 불필요한 반복증언을 요구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등의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2차 피해들이 있을 경우에 성폭력 관련법으로 책임을 묻기는 힘든 경우가 많아 이럴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거나, 모욕, 협박 등으로 형사고소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Q: 2차 가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사건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는가?

김: 2차 가해는 법적인 조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에 대한 폭넓은 문제 제기가 포함되기 때문에 상황, 맥락, 관계, 역사성, 주변인들의 인식 등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또한, 2차 가해에 대해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는 경우나,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혹은 제3자가 가해 행위를 보고 피해를 느끼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각각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피해, 가해 의미가 무한정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피해자화, 가해자화는 피해자를 권리의 주체, 투쟁의 주체로 삼기보다 무력하고, ‘아픈’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그리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 사건에 대한 언급 여부에 따라 2차 가해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사건에 대해 언급을 하는 과정에서 명예훼손 발언을 하거나 신상을 밝히는 것으로 이어질 때 2차 가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Q: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무작정 ‘절대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 마’라는 태도도 건강하지 않다. 그 대신, 피해자의 동의를 얻고 같은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논의의 장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자치적으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러운 접근 그리고 당사자들의 괴로움을 받을 수 있다는 감수성이 전제되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2차 피해는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2차 피해를 피해자가 예방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2차 가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교육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소수자의 관점으로 보기 위한 세미나, 토론회, 좌담회, 캠페인, 문제 제기 등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차 피해라는 말보다, 2차 가해가 우리에게 더 익숙한 만큼, 우리는 그동안 피해자가 겪었을 피해보다는 각자의 무책임한 행위가 ‘가해’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에 급급했다. 또한, 위법 행위로 판단될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재며 심각한 정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누군가에게는 큰 아픔이 될 수 있는 문제를 가볍게 얘기해왔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서형원 기자
ssyhw35@yonsei.ac.kr
<자료사진 고려대학교 성평등센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