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대표자들의 신뢰성과 대표성은 어디로?

 지난 4월 25일 진행된 14차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잇다> 선본의 당선무효가 취소됐다. 따라서 총여 선거에 관한 논의는 총여 선본 당선 공고 이후 이의제기 접수를 완료한 상태로 복귀됐다. 계속해서 번복되는 입장들로 인해 빚어진 선거에서의 잡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총학생회 선거 논란 이후 학생대표자 선출의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앞서 4월 14일 중운위는 이의제기를 바탕으로 <잇다> 선본의 ‘당선무효’를 공고했다. ‘당선무효’의 이유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아래 중선관위원장)의 공정성 위반 및 당선자의 행동으로 인한 선거의 공정성 훼손 ▲선거 시행세칙 위반으로 인한 선거의 절차적 정당성 훼손이 제시됐다. 이후 <잇다> 선본은 입장문을 통해 ‘당선무효’ 결정에 반발했지만 15일에 개회된 8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 회의에서는 ‘재선거’가 의결됐다. <관련기사 0호, ‘27대 총여 선거, 공정성 논란에 결국 ‘당선무효’ 및 ‘재선거’ ’>

4월 25일 : 중선관위, <잇다> 선본의 당선무효를 재논의하기로

그러나 지난 4월 25일에 진행된 긴급 중선관위 회의에서 ‘<잇다> 선본 당선무효 재논의’가 의결되며 ‘재선거’를 의결했던 기존 중선관위의 결정이 열흘 만에 바뀌었다. 이날 회의 결과, 중선관위는 ‘당선무효 재논의’의 안건을 같은 날 저녁에 진행된 14차 중운위에 상정했다.
이날 진행된 긴급 중선관위에 대해 중선관위원장 정해민(철학·14)씨는 “지난 15일 8차 중선관위 회의에서 재선거를 의결한 뒤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었지만, 이날 회의에서 진상조사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재논의를 전제하고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며 “그 결과 ‘당선무효 재논의’ 안건을 중운위에 상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잇다> 선본이 지난 24일에 게시한 2차 입장문도 고려됐다. 2차 입장문에서는 ▲선본 입장문에 대한 근거 있는 논의가 부재하다는 점 ▲진상조사를 이전 중선관위 구성원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공정성 위반이라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4월 25일 저녁 8시 : 14차 중운위, ‘<잇다> 선본 당선무효’를 두고 계속된 말 바꾸기…
결국은 ‘당선무효 취소’

이에 따라 지난 4월 25일 저녁 8시에 있었던 14차 중운위에서는 <잇다> 선본의 ‘당선무효 재논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처음 이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8단위, 반대 11단위로, 반대의 입장이 더 많았다. 속기록에 따르면, 상경·경영대와 자유전공 등 재논의에 반대하는 단위는 ‘당선무효에 대한 중운위의 의결이 신중하게 이뤄진 만큼 재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11명의 참관인이 회의에 참여하고 나서 논의가 진행되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참관인들은 ▲유권자 의견에 대한 존중 ▲진상규명을 위한 재논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으며, 중운위원들은 재논의를 위해서는 당선무효 취소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참관인 권하늬(사복‧14)씨는 “모든 재논의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유권자 선언문에 대해 중운위원들이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참관인 송은하(행정‧12)씨는 “중운위 결정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무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으므로 재논의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의 끝에 중운위원들은 ‘<잇다> 선본 당선무효에 대한 재논의’에 앞서 ‘재논의를 위한 당선무효 취소’가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를 했다.
따라서 이후 중운위는 ‘당선무효 취소 후의 재논의’에 대한 찬반 의결을 진행했다. 이에 신과대와 교육대를 비롯한 여러 단위들은 기존 중운위의 결정이 성급했음을 시인하며 당선무효 취소 후의 재논의에 대한 찬성의 뜻을 표했고, 상경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참석 단위들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기존에 제기된 전 중선관위원장과 후보자와의 만남 등의 의혹들을 진상조사하기 위한 주체와 절차 등을 합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논의 끝에 진상조사는 중선관위에서 담당하기로 했으며, 진상조사 이후 선거가 부정하다고 판단될 시 이후의 논의들을 중운위에 이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4월 26일: 원점으로 돌아온 총여 선거,
중선관위의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


이에 중선관위는 지난 4월 26일 밤 11시에 긴급회의를 열어 중선관위의 업무가 ▲선거무효 및 당선무효 세칙에 대한 해석 합의 ▲진상조사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총여 선거가 선거무효 및 당선무효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파악을 순서로 진행될 것을 합의했다. 따라서 다음날인 4월 27일 저녁 6시경 중선관위는 긴급 시행세칙 협의모임을 개회했으며 <잇다> 선본장과 중선관위의 선거 무효 및 당선무효의 세칙 해석에 대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1일 저녁 8시에 ‘당선무효 논의를 위한 중선관위 회의’를 개회하기로 했다. 지난 4월 28일 우리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선관위원장 정해민씨는 “1일에 진행될 회의에서는 토요일까지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조사들을 바탕으로, 이번에 이의제기가 들어왔던 사안들이 당선무효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확한 진상규명의 범위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1일에 공유하겠다”라고 말했다.

중운위의 계속된 입장 번복과
중선관위원들의 공정성 논란,
학생들의 시선은?

결국 27대 총여 선거 논란을 둘러싼 논의는 진상규명을 하던 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4월 4일 투표가 종료되고 상황이 원상 복귀되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에 학생들은 ▲중운위의 계속된 입장 번복 ▲현 중선관위원들의 공정성 논란 등으로 인해 학생 대표자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운위의 입장 번복에 대해 백윤성(의예·15)씨는 “입장이 여러 번 바뀌는 것이 나름의 논리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중운위원들의 책임 회피를 위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에녹(사회·13)씨는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채, 정황만으로 유권자의 의지를 엎은 중운위 및 중선관위의 실책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중선관위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잇다> 선본은 1차 입장문에서 ‘단순히 이전의 일을 전 중선관위원장만의 도덕적 실책으로 치부해 책임을 넘기지 말고 남은 중선관위원 모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잇다> 선본은 2차 입장문에서 ‘현재 중선관위와 중운위는 재논의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중선관위는 중선관위원장을 제외하고 세칙 위반을 한 중선관위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공정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중선관위 구성원들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14차 중운위에서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2)씨는 ‘당선무효 결정 시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던 단위를 섞어 중선관위 구성을 진행하는 것’을 중선관위 측에 제안했지만, 아직 중선관위는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에 장채윤(국문·14)씨는 “중선관위원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잃은 중선관위원 모두가 다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여론에 쉽게 휘둘리는 학생대표자들은 자신들의 대표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혼란에 빠진 선거 과정, 그리고 번복이 거듭된 이후 상황들로 인해 학생대표자들은 학우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의 총여 선거 또한 여전히 물음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논란은 연세 학생사회 선거 절차에서의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냈다. 학생대표자의 신뢰성과 정당성은 선거 절차의 공정성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선거는 학내 민주주의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학생대표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한선회 기자
thisun0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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