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훈 보도부장

이번 27대 총여학생회 선거로 한 달이 넘도록 학내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학생사회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학내 언론의 일원으로서 이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 0호 ‘27대 총여 선거, 공정성 논란에 결국 ‘당선 무효’ 및 ‘재선거’’> <관련기사 1771호 1면 ‘번복에 번복을 거듭한 27대 총여 선거, 한 달째 표류 중’>

학생사회에서 누구보다 책임감 있어야 할 중운위는 계속해서 입장을 바꾼다. 선거 과정에서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중선관위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곳이 돼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을 며칠 전까지는 어떻게든 이해하려 따라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더 이상 이해하기 어렵고, 이제는 심지어 보는 이를 짜증나게 만든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총여학생회의 존재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의 것으로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생회 전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당선’이었다가 9일 만에 ‘당선 무효’가 됐다가 이제는 다시 11일 만에 ‘당선 무효 취소’가 됐다. 중운위뿐만 아니라 중선관위도 마찬가지다. ‘재선거’를 의결했다가 다시 ‘당선 무효 재논의’를 의결한다. 4천 명이 넘는 학생 유권자들의 의지의 행방을 결정하는 학생 대표자들이, 계속해서 중대한 결정을 번복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이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기존에 충분히 제기되고 논의됐던 문제의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문제의식을 이유로 입장을 바꾼다. 그렇다면 애초에 결정할 때는 대체 어떤 근거로 당선 무효를, 재선거를 결정했던 것인가. 학생을 ‘대표’하는 그들의 결정 하나하나에는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 중운위를 비롯한 학생대표자들은 그 중대한 책임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그래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직은 학생 대표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학생 대표자들은 어쨌든 답을 찾아내려 수많은 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끊임없이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무리 학생사회가 무너지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래도 여태까지 학생사회를 지탱하던 유일한 것은 민주적 정당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마저 무너지려 하고 있다. 학생사회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마지막 남은 정당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 대표자들은 끝까지 책임을 다해 27대 총여학생회 선거의 정당성을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끝까지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그들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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