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교육권 보장되지 않아

우리대학교에서는 ▲학기 말 성적입력기간 내 성적 미공지 ▲중간·기말 시험 이후 시험지 미공개 등 학생들의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매 학기가 끝나면, 교수는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성적을 정해진 기간 안에 입력해야 하지만 몇몇 교수들은 성적입력기간 내에 성적을 입력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성적을 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므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의 학생 A씨는 “전공수업 성적이 늦게 올라와 성적의 정정을 요구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교수는 조교에게 물어보라고 떠넘겼고 조교는 교수에게 책임을 돌렸는데 결국 이 과정에서 성적정정기간이 지났다”고 전했다. 또한, 이덕영(전기전자·12)씨는 “성적입력기간이 확실히 정해져야 학생들의 혼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교무처 학사지원팀 이정숙 팀장은 “성적입력기간은 교수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교무처 차원에서 교수에게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수업들에서는 학생들의 시험지 열람권을 보장해주지 않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연재(UD·15)씨는 “어떤 수업에서는 학기 초에 교수가 시험지 열람은 절대 안 되니 요청하지 말라고 했다”며 “무엇을 틀렸는지 모르는 채 시험 점수만 받아들이는 것은 점수 자체에만 집착하게 만들 뿐 진정한 학습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슬기(간호·15)씨는 “시험에서 어떤 것들을 틀렸는지 알아야 본인이 부족한 점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윤경(경영·15)씨는 “교수들이 시험지 공개의 필요성을 느껴야 할 뿐만 아니라 학교 본부 차원에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교수에 대한 페널티 등 제도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시험지 공개 여부는 교수의 자율이기 때문에 교무처 측에서 모든 수업의 시험지 열람권을 특별히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지난 선거에서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성적입력기간 마감제와 시험지 열람권 보장제’ 공약을 제시했다. 총학에서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해 시험지 공개를 요청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기존의 성적입력기간을 ▲성적 입력 ▲확인 ▲정정 ▲재확인으로 각 기간을 분리해서, 정해진 기간 내에 성적을 기재하지 않을 경우 성적 처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 본부 측은 총학의 공약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교무처 학사지원팀 측은 “공약들 자체의 필요성은 느끼나 공약 대상자에 교수들이 포함돼 있으므로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기에는 어렵다”며 “시험지 공개와 성적 입력은 지금까지 교수들의 재량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교수들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학교 본부의 입장에 따라 총학은 기존의 공약을 수정할 계획을 밝혔다. 총학 교육지원국 국장 원서연(UD·15)씨는 “5월내에 학교 본부와 협의를 할 예정이며, 논의를 거쳐 되도록 다음 학기부터는 공약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씨는 “가장 어려운 점은 이 사안의 주체가 교수들이기 때문에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제대로 받는 것은 학생들의 중요한 교육권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적입력기간 내 시험 성적 공개와 시험지 열람권 보장은 학생들의 알 권리뿐만 아니라 교육권과도 관련돼 있다. 교수들의 재량 속에서도 학생들의 교육권은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학교 본부의 제도적인 보완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이예지 기자
angiel@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