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사업을 둘러싼 대학사회 갈등

지난 4월 14일 대학가에는 한 차례 전운이 감돌았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아래 프라임사업) 신청 대학에 대면평가 대상 여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2016년 2천12억 원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추진되는 프라임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대학 지원 사업’으로 불리면서 전국 72개 대학이 지원, 경쟁률이 3.7:1에 달했다. 올 한해 대학가 가장 뜨거운 이슈인 프라임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논점들을 분석했다.
 

프라임사업 추진 배경


교육부는 2016년도부터 프라임사업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향후 3년간 진행되는 프라임사업은 고등교육 핵심 개혁과제로 사회의 변화와 수요에 맞는 대학의 자발적이고 질적인 구조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5년 12월 고용노동부가 향후 분야별 인력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하자 이를 방치할 경우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정부와 대학이 서로 힘을 합쳐 선제적으로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섰다.

프라임사업은 ▲대학 자율성 부여 ▲대학 구성원 간 합의 ▲대학의 선제적 노력에 대한 재정적 뒷받침이라는 추진전략 3대 원칙을 따른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기사 1768호 4,5면 ‘프라임·코어사업, 대학사회에 닥친 위기인가 기회인가’> 이를 위해 교육부에서는 사회·산업수요 중심의 학사구조 개편과 정원조정을 필두로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변화를 추진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업 유형은 ▲사회수요 선도대학(아래 대형) ▲창조기반 선도대학(아래 소형)으로 나뉜다. 프라임사업에 최종 선발된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최소 50억 원부터 최대 3백억 원까지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는 프라임사업은 지난 4월 14일 최종선발을 위한 대면평가 대상 선발을 마쳤다. 현재 우리대학교 원주캠 역시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 대면평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교육부가 29일로 예정돼있던 프라임사업 지원 대상 19개 학교의 최종 발표를 5월 초로 미루면서 대학가는 다시 한 번 긴장이 감돌고 있다.


학내 반발로 계획 전면 취소한 대학들

▲ 채플 시간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는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의 추진전략 3대 원칙 중 하나는 ‘대학 구성원 간 합의’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사업인 만큼 교육부 역시 원칙과 평가 기준에 구성원 간의 합의를 명시해 진통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계열 조정에 따른 단과대 이동과 학과 간 통폐합에 따른 학생들의 반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숭실대의 경우 프라임사업 대형에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학내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숭실대는 프라임사업의 대상이 된 인문대학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 여론이 있었다. 특히 인문대학 학생회는 프라임사업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숭실대 인문대학 학생회장 우제원(기독교·14)씨는 “프라임사업 진행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상 학과 학생들의 거취를 보장해주지 못했고 의사소통 역시 부족했다”며 “반대하는 의견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당시 국회에서 하나의 저지 형태로 큰 반향을 일으킨 필리버스터를 차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프라임사업 지원 예정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 3월 22일 인문대학장과 자연과학대학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각 단과대의 전공 학과장 14명 역시 본부에 보직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교수사회에서도 큰 반발이 일었다. 그 결과 숭실대는 프라임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성신여대 역시 프라임사업을 두고 학내 갈등이 있었다. 이는 성신여대 독립언론 「성신퍼블리카」가 프라임사업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성신여대 재학생들은 프라임사업에 반대하는 뜻을 표하기 위해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방안 전면 폐지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논란이 커지자 성신여대는 프라임사업 지원에 따른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발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성신여대 재학생 ㅅ씨는 “프라임사업 계획이 취소돼서 다행이지만 또 언제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며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왔는데 취업이 안 된다고 과를 없애버리다니 부당하다”고 말했다.


갈등의 씨앗이 된 프라임사업


사업계획을 전면 취소한 몇몇 대학들과는 달리 프라임사업을 추진한 대다수의 대학들은 여전히 극심한 학내 갈등을 겪고 있다. 가장 크게 갈등을 일으킨 요소는 대학 구성원 간 소통 부족과 과도한 학과 통폐합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프라임사업 지원 내용을 기밀에 부치거나 설명회를 통해 사업 내용을 통보하는 등 일방적인 모습을 보여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상명대 김기륜(조형예술학·14)씨는 “교육 혜택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일체 반영하지 않고 다 진행하고 나서야 공개하는 행태를 믿기 힘들었다”며 “심지어 공청회에서 의견을 말하자 문화예술대학은 해당 단과대가 아닌데 왜 그러냐는 답변을 들었던 게 아직도 또렷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프라임사업에 지원해 큰 갈등이 있었다. 지난 4월 5일 이화여대 재학생들은 프라임사업에 반대하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학교 정문에 장례식 화환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재학생 ㅈ씨는 “총학생회에서는 논의를 위해 밤샘 농성까지 펼쳤지만 학교 측에서는 소통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학교 측의 일방적인 프라임사업 제출 사실이 알려진 후, 국화를 헌화하고 근조화환을 두는 이화장례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에도 이어진 여러 반발에도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다.

인하대의 경우는 학과통폐합 계획안이 발표되자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프라임사업 추진에 전면 반발했다. 인하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인하대 중운위)는 ‘안 팔리는 학문은 창고로 넣고, 잘 팔리는 학문을 진열하는 슈퍼마켓 인하대’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예술체육학부 학생회는 문과대와의 통합을 통해 인문예술대학으로 개편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술장례식’을 치루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인하대 재학생 ㅎ씨는 “프라임사업 대상이 된 과들은 대부분 반대하고 나섰지만 인원이 증가되고 돈이 들어오는 공대계열은 거의 다 찬성을 하고 있다”며 “인하대는 전통적으로 공대가 유명하고 사람도 많아서 그들의 의견이 다수 의견이라며 추진을 해버리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프라임사업 지원 조건은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이공계열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일방적인 이공계열 키우기는 상대적으로 그 외의 학문을 위축시킬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프라임사업에 떨어질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프라임사업 유치 실패 시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은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프라임사업 선정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업계획서 제출 전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라 유치 실패의 후유증은 더욱 클 예정이다. 1차 서류평가에서 탈락한 고려대 세종캠을 포함한 몇몇 대학들은 재정지원 없는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이에 대한 학내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프라임사업을 강행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대학들이 학내갈등과 탈락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프라임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장학규모 확대 등으로 각 대학들이 겪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프라임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무엇보다 선정된 대학들은 최고 3백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금으로 사업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A대학 관계자는 “향후 3년간 어마어마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몇 년간 등록금도 동결된 상황에서 학교들이 지원금에 목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재정적 문제에 부딪힌 대학들은 학내에 별도의 사업단을 꾸려 가능한 교원을 모두 동원해 프라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의 지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대학들의 그러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난다.

학령인구 감소 역시 대학들이 프라임사업에 뛰어드는 주요 이유다. 교육부 산하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23년에는 2016년 대입 인원인 56만 명에서 최소 16만 명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은 정원감축, 학교는 통폐합’의 원칙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유다. 학령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존의 인원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B대학 관계자는 “프라임사업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많은 대학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며 “결국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최선의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취업률이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학평가 결과는 부실대학 선정 등에 반영돼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수여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취업률이 높은 공과대학으로 정원을 이동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C대학 관계자는 “많은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결국 프라임사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5월 초, 대학가를 휩쓴 프라임사업 대상 대학이 최종 발표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요 추진 전략인 ‘대학 구성원 간 합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프라임사업은 본래의 의도와 달리 갈등이 중심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교육의 참뜻을, 대학교는 소통의 중요성을 잊은 것은 아닌지 뒤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글 박은미 기자
eunmiya@yonsei.ac.kr
<자료사진  MBC, 이화여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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