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에서 찾은 힐링의 의미

▲ 박준수(정경경영·11)

우리 젊은이들이 인터넷 속 대나무 숲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올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95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66.7%(634명)가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홀로족은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이들은 밥을 먹거나 수업을 듣는 등의 학교생활 대부분을 혼자 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 중 88.5%가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편이 낫겠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같이 울고 웃으며 공감해줄 사람이 필요할 때’(26.2%) 가장 그렇게 느낀다는 의견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학생들은 혼자가 편하지만 가끔은 내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말동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혜숙 교수는 “학생들은 연애나 취업, 성적 등의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교류가 익숙해진 학생들이 속마음을 얘기할 새로운 곳을 찾는 것이다.
대나무숲에 올라온 한 가지 사례를 보자.

동기들끼리 술을 마시다가 말이 나왔다.
“야, 근데 너는 군대 안 가냐?”
“군대? 가야지.”
나는 그리고 서둘러 잔을 들었다.
“야, 잔 비었다 잔.”
나는 군대를 안 간다.
못 간다고 쓸 수도 있는데, 그렇게 쓰기에는 군대를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가장이다. 엄마아빠는 둘 다 고아라고 했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고 결혼했다고. 그리고 내가 열두살 때, 두 분은 버스사고로 돌아가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었을까. 일곱 살짜리 동생과 두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

이 글엔 수천개의 댓글이 달려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전하기도 하고, 같은 경험을 말하며 공감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고민이 아닌 가벼운 고민들까지도 대나무 숲에서는 다 허용된다. 한 학생은 “방학 때 다들 친구 만나 놀기 바쁘던데 전 이상하게 기회가 안 나네요. 인간관계 관리가 이렇게 엉망이었나 한탄하게 됩니다”라고 올리기도 했고, 이 글엔 20명 정도가 ‘좋아요’를 누르고 공감을 표했으며 댓글에도 비슷한 고민과 위로의 말들이 이어졌다. 해당 계정 운영자가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게 바로 ‘대숲’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나는 2015년을 강타했던 단어라고 하면 ‘힐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는 현대인에게 그만큼 힐링이 필요하다는 귀납적 추론으로 이어진다. 혼자 끙끙대면 병이 된다. 고민이 있다면 우리대학교 대나무숲에서 그 고민을 같이 외치고 치유 받는 것이 어닐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