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예쁘지는 않지만 더 호감 가는 인상의 비밀

증명사진은 남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다. 사람들은 증명사진을 통해 나를 판단하기도 하고, 사진 속 내 모습과 실물을 비교해 나의 신분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처럼 증명사진은 본인확인을 하는 데도 쓰이기 때문에 과하게 눈을 키우거나 턱을 깎는 것 같은 심한 보정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사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증명사진에는 포토샵 보정 과정이 들어간다. 보정이 끝난 증명사진을 보면 ‘틀림없이 내 얼굴이긴 한데 어딘가 더 깔끔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는가? 일부 사진관에서는 사진 한 장에 ‘1:1리터칭’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1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을 매기기도 한다. 어느 대기업의 면접관도 ‘속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정도로 그저 실물보다 조금 더 착하고 밝게 생긴 나를 3X4의 네모난 틀 안에 담아놓는 증명사진. 이러한 증명사진에는 생각보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심리학적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대체 어떤 은밀한 수정을 하는 것이기에 실물을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일까?

 실물보다 나은 사진 만들기

증명사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기자는 오랜만에 사진관을 방문했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활짝 웃는다. 억지로 당겨 웃은 입가에 경련이 일어난다. “찰칵” 사진촬영이 끝나고, 보정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마우스를 쥔 사진사가 방금 찍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불러와 미세하게 옆으로 기울어진 얼굴을 똑 떼어 다시 똑바로 붙인다. 사진사는 눈과 코, 입을 마우스로 슥 다듬더니 뻗친 머리카락과 눈썹까지 다듬는다. 단 몇 초 만에 보정 작업이 끝났다. 기자가 보기에도 포토샵으로 보정이 들어간 사진이 원본 사진보다 나았다. 친구들과 함께 이미지 사진을 찍을 때처럼 눈을 크게, 턱을 갸름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단 몇 초 동안 매만진 것뿐인데, 왠지 보정한 사진 속 내 얼굴이 미묘하게 더 호감형으로 보였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보정 전후 사진을 비교해 보니 우선, 비대칭인 양쪽 눈썹의 모양이 가지런하게 정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원래는 오른쪽 눈보다 조금 작은 왼쪽 눈이 커져 있었다. 어딘지 비뚜름한 미소도 반듯해졌고, 이마 한쪽을 가리는 잔 머리카락도 없어졌다.
신촌역 인근의 사진관에서 취업 사진, 증명사진 등을 찍는다는 사진사 한상호(28)씨는 “어떤 사진이든 기본적으로 얼굴의 대칭을 맞추는 작업을 해서 깔끔한 인상을 주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이외에도 눈매를 뚜렷하게 하고 얼굴형도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다듬는 과정은 항상 하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만들고 얼굴의 대칭을 맞추기 위한 일들인 것이다.

당신의 사진에 본능이 반응하는 이유

우리는 왜 대칭에 가까운 얼굴을 선호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롤프 레버(Rolf Reber)에 따르면, 인간은 시각 체계에서 더 쉽게 처리되는 대상에 호감을 느낀다. 대칭을 이루는 대상의 경우 그렇지 않은 대상에 비해 처리해야 하는 시각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대칭에 대한 호감은 살아온 환경이나 경험으로 결정되는 개인적 선호가 아닌 본능적인 반응이다. 흰 피부나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것은 개인의 기호지만, 대칭성에 대한 호감은 우리 유전자에 내재해 있는 본능적 반응인 것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조양석 교수는 “대칭적인 대상을 더 선호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결과”라며 “일각에서는 대칭적인 개체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진화심리학적 이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편적인 호감형 얼굴의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뚜렷한 이목구비다. 얼굴을 통해 성별을 인식할 때는 피부와 눈, 입의 밝기가 크게 작용해,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일수록 사람들은 여성스럽다고 인식하게 된다. 기자의 증명사진에서 이목구비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입술선과 눈 주변이 정리된 것 또한 사진 속 기자의 얼굴을 더 여성스럽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리처드 러셀(Richard Russel)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동일한 인물의 사진에서 눈과 입의 밝기만 바꿔 제시했을 때 사람들은 눈과 입을 어둡게 처리한 쪽을 여성으로, 밝게 처리한 쪽을 남성으로 인식했다. 화장한 얼굴을 더 여성스럽다고 인식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의 사진에서는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처리할수록 매력도가 증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목구비를 통해 드러나는 호감형 얼굴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표정이다. 표정은 상대방의 정서를 파악할 때 가장 비중 있게 작용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사진 속 인물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정서를 인식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부위는 가장 많은 모양의 변화가 일어나는 눈과 입이다. 사진을 찍을 때 입꼬리를 올려 웃게 만드는 것도 입을 통해서 긍정적인 정서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눈보다 입모양을 통해 더 잘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공포나 혐오는 입보다 눈을 통해서 전해지는 정보들이다. 한다, 눈에서 나타나는 정서와 입에서 나타나는 정서가 다를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니 증명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맛있는 것을 먹는 상상이라도 하며 기쁜 마음으로 눈과 입을 동시에 웃게 하자.

<증명사진 찍기 전에 이것만은 알고가자!>
*삐죽삐죽 튀어나온 눈썹부터 균형감 있게 정리해 보자.
*여성이라면 갈색 계열 아이라인을 사용해 눈을 강조하자.
*남성이라면 깔끔한 피부화장 정도는 센스
*사무직의 취업 사진은 이가 드러나는 밝은 미소와 함께
똑부러져 보이는 인상을 주자.
*푸른 계열의 배경 색은 활동적인 인상을, 무채색은 차분한 인상을 주니 취업사진으로 사용할 때는 지원하는 기업의 인재상에 맞추어 배경색을 선택하자.

최서인 기자
kekecathy@yonsei.ac.kr

그림 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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