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서명, 연속외박계작성 등 유명무실해진 외박계 작성

현재 원주캠 기숙사 제도상 포탈에서의 외박계 작성은 밤 10시 30분까지만 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사생이 외박을 원해도 외박계 작성이 불가능하다. 외박계를 입력하지 않고 외박을 한 경우 사감은 해당 사생에게 벌점 2점을 부여한다. 사생들은 이러한 외박계 작성에 대해 ▲점호에서의 대리서명 ▲외박계 작성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질적인 외박계 작성 문제와
변화된 점호방식

 현재 외박계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위치를 묻는 민원이 자주 들어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학부모 이춘로(56)씨는 “자녀가 성인이라도 집에서 통학을 안한다면 안전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에서 외박계는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박계는 대리서명 등 고질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켜왔다. 지난 2015학년도에는 외박계 작성에 대한 학사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청연학사에 거주했던 유상준(인예철학·15)씨는 “지난해 학과 행사로 외박계 작성을 하지 못해 서둘러 RA에게 전화했지만 결국 벌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모 학사에 거주했던 국어국문학과 15학번 ㅇ씨는  “룸메이트가 외박계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RA에게 말해 벌점을 받지 않았던 적을 빈번하게 목격했다”고 말했다. 2015학년도 RA였던 A씨는 “모 학사의 RA들이 1학년 점호를 하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올해부터 생활관은 RA들이 직접 방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1학년 점호방식을 점호용지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점호는 사생들의 외박계 작성이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하다. 

외박계 작성, 실효성 있나?

점호방식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생들은 외박계 작성 자체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경영학부 16학번 ㅇ씨는 “따로 사감이나 RA가 들어와서 확인하지 않아 외박계를 쓰지 않는 날이면 룸메이트에게 대신 서명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외박계를 쓰지 못한 친구들은 이런 식으로 벌점을 피하기 때문에 외박계 작성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또한, 원주캠은 외박계를 한 번 작성할 때 최대 4일까지 외박할 수 있으며, 여러 번 쓰는 것에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국어국문학과 15학번 ㅁ씨는 “학기 초엔 동아리나 학과 행사가 많아 언제 외박할지 모르기 때문에 외박 유무에 상관없이 미리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외박계를 작성해 놓았다”며 “외박계 작성 횟수에 제제가 없음에도 왜 ‘벌점’이라는 장치를 만들어 필수적으로 외박계를 작성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국제캠 비롯 타 대학의 경우는?

국제캠을 비롯해 일부 타 대학의 경우 외박계 작성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캠에 거주했던 강동원(응통·15)씨는 “국제캠에 사는 학생들 중 외박계를 작성하고 외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기숙사 게시판에도 성인으로서의 책임이지 외박계 작성을 의무라고 표기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대학정보 누리집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4년제 종합대학 중 기숙사 사칙을 공개한 180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12개의 학교가 외박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대구 외국어대 남성호(영어통번역·15)씨는 “기숙사 통금은 존재하지만 외박할 때 따로 작성하는 것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외국 대학의 상황은 훨씬 다르다. 미국 브리검 영(Brigham Young) 대학교를 졸업한 로리아 테너(Lorea tanner)씨는 “대부분의 기숙사는 통금시간이 존재하지만 외박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주캠 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정해진 시간만 되면 방으로 돌아가 점호를 기다려야한다. 뿐만 아니라 외박의 사유와 날짜가 부모에게 보고되고 있다. 이에 원주캠 사생들은 외박계 작성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15학번 ㅁ씨는 “의무적으로 외박계를 작성하게 하고, 외박 사유를 부모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성인인 대학생을 미성숙한 존재로 여기는 것 같다”며 “외박계 작성의 실효성은 앞으로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외박계는 학부모의 우려와 학생들의 안전으로 인해 도입됐지만, 악용사례가 늘고 실효성에 많은 학생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학교 측과 학생들간의 소통을 통해 보다 나은 외박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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