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독립 언론 미스핏츠(Misfits)를 소개합니다”

 「.zip」에서 두 번째로 소개할 인디는 ‘독립 언론’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독립 언론 『뉴스타파』, 『시사N』 등은 기성 언론에 종사하던 기자들이 만든 것이다. 이와 달리 20대 스스로가 자신들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20대의 독립 언론이 존재한다. 지난 2014년 8월에 창간돼 ‘세상의 모든 핏(Fit)하지 않은 목소리를 담는다’는 기조를 갖고 있는 20대의 독립 언론 『미스핏츠』가 바로 그것이다.

▲ 왼쪽부터 미스핏츠 편집장 이수련씨와 미스핏츠 창간멤버 구현모씨

 

이 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다

미스핏츠 창간 멤버인 우리대학교 박진영(국문·11)씨와 고려대 구현모(미디어학부·10)씨를 비롯한 동료들은 기성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는 20대의 이야기와 이 시대의 이면을 다루고 싶어 했다. 구씨는 “기성 언론에서는 덕질, 섹스, 페미니즘과 같은 20대의 관심 이슈를 담는 것에 한계가 있으며, 기사로 다루는 청년의 범위가 수도권 4년제 대학생과 이성애자 정도로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기성 언론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청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미스핏츠는 탄생한 것이다.
미스핏츠는 웹페이지에 기사를 게시하는 ‘인터넷 신문’이다. 이는 미스핏츠가 현대 매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가장 단적인 예이자, 미스핏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미스핏츠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화려한 기사 본문이다. 미스핏츠의 기사에는 흔히 ‘짤’이라 불리는 재미있는 사진들과 각양각색의 글씨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스핏츠 편집장 성신여대 이수련(지리·12)씨는 “개성 있는 문체와 사진 활용으로 인해 기사가 가벼워보인다는 피드백도 있었으나, 기사 작성의 본질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이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미스핏츠는 지난 2015년 9월 ‘늬우스 빨간펜’이라는 코너를 신설했다. 이는 기성 언론에 보도된 기사 제목 속 여성이 대상화되는 구절들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수정하는 카드뉴스다. 예컨대 ‘늬우스 빨간펜’은 빨간색 수정 기호를 통해 ‘나영이 사건’을 ‘조두순 사건’으로 고쳤다. 이씨는 이 코너를 신설한 까닭에 대해 “범죄를 서술하는 데 있어 여성이 대상화되고 있는 점에 문제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미스핏츠는 인터넷 신문이라는 현대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달력을 높이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 미스핏츠의 본문

 

청년들의 주거 실태를 보고하다

지난 2014년 12월 미스핏츠는 다음 스토리펀딩에 ‘노답청춘 집 찾아 지구 반 바퀴’라는 제목으로 ‘청춘의 집 프로젝트’를 게시했다. 청춘의 집 프로젝트란 국내 및 외국 각국 청년들의 주거 실태를 직접 발로 뛰며 분석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씨는 “청년들의 주거 현실 문제를 제기하고 분석함으로써 사람들이 이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구씨는 “주거 문제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구축한 까닭을 설명했다. 이에 미스핏츠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산업 발전을 겪은 외국에서 주거 현실의 문제를 진단해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런 간절함이 많은 사람들 마음에 닿았던 것일까. 스토리펀딩 결과 148명이 후원에 참여했으며, 총 344만 4천 원의 후원이 있었다. 목표 금액에는 못 미쳤지만, 미스핏츠는 이 후원금에 맞춰 일본, 대만, 홍콩으로 취재를 다녀왔다.
미스핏츠 해외 취재단은 ▲대만 새둥지 운동 참여 청년 단체 ▲홍콩 우산 혁명 참여 청년 단체 ▲일본 주거 실험 긱(Geek)하우스 ▲일본 청년 주거자립 지원 단체를 비롯한 각국의 청년들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취재 결과 구씨는 “각국 청년들의 상황이 한국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며 “수도권의 땅값이 너무 비싸 청년들이 돈을 벌어도 집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의 대물림 가속화와 사회계층 간의 갈등이 지속돼 주거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또한 구씨에 따르면 청년들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험한 알바까지 경험하고 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돈을 벌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돈 버는 과정 자체 속에 청년들이 위험에 빠져있는 것이다.
주거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청년들은 이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실질적인 불편함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아닌 이상 이 사안이 지니고 있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구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 문제에 대한 상황 보고와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중앙Sunday』 정철근 사회에디터는 미스핏츠가 심층적으로 다룬 청년 주거 문제 기사에 관심을 가졌다. 정씨는 “미스핏츠가 많은 청년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의식을 갖고 문제제기 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생생하고 짜임새 있는 취재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해당 사안의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했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한 정씨는 주거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가 외면해서는 안 되며 사회 전체적으로 대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과 정치인의 만남을 주선하다

지난 2월 22일 미스핏츠가 주최한 ‘청년포럼’이 성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청년포럼이란 정책입안자와 청년 문제의 당사자인 청년이 토론의 장을 펼쳐보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와 노동 개혁’을 주제로 한 이번 청년포럼에는 새누리당 김장수 국회의원 후보와 50여 명의 청년들이 참가했다. 청년포럼의 개최를 이끈 구씨는 “현재 유권자인 청년과 정책입안자인 정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며 “정치인과 청년들을 직접 만나게 하는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구씨가 추구했던 것은 기존 정치인들의 부흥회 식 북 콘서트가 아닌 정치인과 청년들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반박하는 토론이었던 것이다.
청년포럼에서는 국내 노동 현황과 김 후보가 주장한 좌파 기득권*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 중 토론자 성균관대 박귀란(사회·12)씨는 김 후보를 향해 좌파 기득권 개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씨는 “좌파 기득권이라 칭해지는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박씨의 발제안은 ▲한국 경제 위기 상황 분석 ▲수출 중심적 경제 구조와 산업 구조 지적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지적이었다. 박씨는 청춘포럼에 참여한 소감으로 “실제로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입안자와 이야기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이런 기획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청년포럼은 정치인이 어떤 근거로 법안을 만들었고, 청년들은 어떤 근거로 해당 법안에 의문을 갖고 반대하는지에 대한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다. 구씨는 “국민 연금, 노동 개혁 등 문제의 당사자인 청년들이 정치인들과 토론 할 수 있는 자리를 대선까지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전했다. 이처럼 미스핏츠는 단순히 기사를 작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느낀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참여적인 자리를 만들고 있다.


현재 미스핏츠 관계자들은 이 미디어를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미스핏츠 편집장 이씨는 “사회를 향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의미를 느끼더라도, 결국 취업 준비를 위해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붙잡을 수 없다”며 “지속 가능한 경제적 여건이 되는 자리를 잡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주간경향』 정용인 차장은 “매체의 플랫폼이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모든 언론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며 “국내 언론 시장은 새로운 경영 방법 시도와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실험 환경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차장은 “미스핏츠가 다양한 대안적 시도들을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미스핏츠와 같은 20대 독립 언론은 직접 청춘에 대한 기록을 쌓아올리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우리 역시 기성이 돼 까마득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겼을 때, ‘그땐 그렇게 아팠구나’하고 스스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오늘도 서울 어딘가에서 쓰라린 열망의 한 줄은 끊임없이 쓰여 지고 있다.

*좌파 기득권 : 새누리당 김장수 국회의원 후보는 저서 『좌파기득권과 진보의 몰락』에서 임금 노동자 중에서 노동자 평균 소득 이상의 임금 소득이 있는 이들을 좌파 기득권이라고 칭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 기업의 사업 재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글 송민지 기자
treeflame@yonsei.ac.kr

사진 이청파 기자
leechungpa@yosei.ac.kr

<자료사진 미스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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