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투어리즘’을 통해 본 ‘제주도 관광’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처음 갔던 제주도를 기억해보자. 짜여 진 일정대로 관광버스에서 내려 유명한 관광지 사진을 찍고, 왔다 간다는 발도장만 남기는 것이 전부였던 기억들. 시간이 지난 후 똑같은 명소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 그곳에 대한 기억은 어떠했는가? 지금 관광의 형태는 변화하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패키지 형태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은 이제 과거의 관광형태가 됐다. ‘지속가능한 관광’, ‘체험관광’이 그 자리를 대신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 지오투어리즘


지오투어리즘이란 지구를 뜻하는 ‘geo’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된 단어이다. 윤경호, 김남조 박사는 「국가 지질공원 지정으로 본 지오투어리즘의 의미와 역할」에서 지오투어리즘이란 지역의 지형 및 지질자원과 역사, 문화, 전통, 생태자연을 연계한 지속가능한 관광산업라고 말한다. 또 안내와 해설을 통하여 만족감을 주고, 지역에는 사회경제적 발전에 도움을 주는 관광이라고 정의한다. 세계적인 지오파크*인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의 경우 전 세계 각지에서 연간 400만 명 이상이 방문하여 연간 2천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각을 구성하는 화성암(35%), 퇴적암(20%), 변성암(40%)이 전국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의 지각활동으로 다양한 지질구조가 형성돼 있다. 현재 강원도평화지역, 청송, 울릉도‧독도, 부산, 무등산권, 제주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선정돼 지오투어리즘 관광을 시행하고 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제주도이다. 현재 제주도의 지질명소는 한라산, 성산 일출봉 응회구, 만장굴, 산방산 용암돔, 용머리 응회환, 수월봉 응회환, 중문대포주상절리 등 10개소이다. 지질 탐방로가 처음으로 개발된 수월봉은 과거에는 지질학적으로 연구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국내외 지질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찾는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발표한 「제주도 지질공원 지질탐방로 활성화 사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지질 탐방로가 개발된 후 ▲교육을 통한 지역주민 인식변화 ▲탐방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패턴의 변화 ▲보전에 대한 인식변화 ▲트레일 코스 및 탐방인프라 개선 등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다른 지역으로 지오투어리즘이 확대되고 있다.


지오투어리즘을 통해 본 제주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 국가지질공원 중 유일한 세계지질공원이다. 이에 걸맞게 제주관광공사에서는 지오브랜드를 활용하여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각 지역의 지질‧문화‧생태 자원 등을 융합하여 만들어진 지오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지질명소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 코스인 ‘지질 트레일’, 지질적 특성을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인 ‘지오액티비티’, 지질 자원을 활용해 꾸민 숙소인 ‘지오하우스’, 지질적 특성과 지역 생산물을 연계해 만든 먹거리인 ‘지오푸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지오브랜드가 가장 잘 시행되고 있는 곳은 바로 산방산‧용머리 해안 탐방로이다. 이곳은 산방산과 용머리 사이에 마을이 위치하고 있어 지오브랜드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 이 지역의 지오브랜드를 살펴보자. 산방산·용머리의 경우 지질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3시간 내외로 지정된 장소들을 다 돌아볼 수 있다. A,B로 나눠진 각 코스의 지도에는 여러 지오브랜드가 표시돼 있어, 관광객들은 각양각색의 체험을 할 수 있다. 걷다 지친 관광객들은 누룩돌(응회암)과 비슷한 색과 모양의 주먹밥과 용머리해안 지층을 연상하게 하는 지층빵을 맛볼 수 있다. 또 자전거 지질트레킹, 수상 지질 트레일 등의 지오액티비티를 통해 보다 생생하게 관광할 수 있다. 또 관광을 끝낸 후 이 지역에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지오하우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곳은 산방산에서 내려오던 전설, 용머리 응회암을 이용한 인테리어들로 꾸며져 있다. 지오투어리즘은 이렇게 관광객들이 단순히 지질명소를 보고 ‘멋있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질명소 주변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그 지역 사람들과 관광객 모두를 만족할 수 있게 만들어진 관광 상품이다.

또한, 각 지질공원에는 지질공원 해설사가 배치돼 있어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 곳이 아니라 지질명소의 특성을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장소로 안내해 준다. 이들은 이 지역주민으로 지질공원에 대한 지식과 이 지역의 역사, 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지질공원 해설사 김용하(63)씨는 “지질해설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들이다”며 “어떻게 자연이 이런 모양을 만들었는지 궁금해 하고 눈으로 직접 보며 학습하기 때문에 같은 관광지라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용머리‧산방산 지질공원 해설사 박영석(63)씨는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지오투어리즘을 활용해서 지역과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미흡한 지오투어리즘

▲ 성산일출봉 앞으로 이어진 지질 트레킹 코스


그렇다면 다른 지질명소도 이처럼 잘 활용되고 있을까? 제주도의 지질명소 중에 지오투어리즘이 연계돼 잘 이루어지는 곳은 단지 몇 군데에 불과해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오투어리즘의 문제점으로는 ▲관광지에 배치된 해설사들 간의 이해문제 ▲전문 해설사 부족 ▲홍보 부족 등이 있다.

하지만 국가지질공원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근무하는 ㄱ씨는 “이곳은 2005년부터 문화재청 소속 해설사가 담당했고, 지질 관련 교육도 받았다”며 “이전부터 문화관광해설사가 해왔던 일을 갑자기 지질해설사가 대신한다는 것에 대해 얼마나 더 실효성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질공원 해설사들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곳에 당연히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 명소들은 관광지이기 전에 학습 공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자연유산이자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만장굴의 세계자연유산해설사 최창일씨는 “지질공원이 만들어졌지만 모든 곳에 해설사가 배치된 것은 아니다”며 “지질공원이 설정된 이후 관광 상품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힘쓰려 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 주민조차도 지오투어리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정도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 주민 양성구씨는 “지오투어리즘에 대해서 지질 트레일이 올레길과 비슷한 개념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며 “주민들 역시 지오투어리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인이슬(25)씨는 “지질 트레일 표지판을 보긴 했지만 당시에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똑같은 장소를 지오투어리즘이라는 형태로 관광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지오투어리즘은 잘 활용할 경우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된다. 또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을 인증하는 만큼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지질 트레일을 개발하는 지역은 그동안 제주도 내에서 관광객들에게 다소 덜 알려져 낙후됐던 지역으로 이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지속가능한 관광’, ‘체험관광’이라는 가치로 개발되고 있는 지오투어리즘, 사업시작 초기에 기대했던 것들이 우려로 바뀌지 않고 정착되기 위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외래어로 도배된 관광상품명도 ‘올레길’과 같은 제주도말을 활용하다면 제주도의 특성을 살린 관광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지오파크 : 희귀하고 심미적 매력이 있는 지질유산을 보호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를 보전하고 교육 및 관광산업 등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원
 

글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사진 주은혜 기자
gracech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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