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열발전 시대 열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 수급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의존도는 약 94.7%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이 많지 않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자체 에너지 개발이 절실하다. 또, 2015년 12월에 있었던 파리기후변화 협정에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으로 지정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이뤄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하나인 지열에너지가 그 해답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화산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지구 내부의 열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지열발전’이 가능할까?


지구내부 열을 이용한 지열발전


영화 『코어』를 보면 주인공들이 지구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열과 압력을 이길 수 있는 탐사정을 만들려 고군분투한다. 지구 내부로 들어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열과 압력을 탐사정이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지구는 내부로 들어갈수록 뜨겁다. 그렇다면 지구 내부를 뜨겁게 하는 열에너지원은 무엇일까? 나상민 박사의 「세계 지열발전 현황 및 EGS 지열발전」을 보면 지열발전의 근원이 되는 열에너지는 ▲지표면을 통해 지하에 저장되는 태양열 ▲지구지각과 맨틀에 존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우라늄, 토륨, 칼륨의 붕괴에 의해 야기되는 에너지 ▲맨틀 및 그 하부에서 방출되는 열이다. 이렇게 세 가지 열에너지에 의해 지구 내부로 내려갈수록 지온이 높아지는데, 이를 지온 경사라고 한다. 그리고 지표에서 10km까지의 평균 지온증가율은 약 25~30℃다.

지열발전 기술은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 방식이다. 지열발전의 장점으로는 연료가 불필요하고 청정에너지라는 점, 온실가스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계절이나 기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운행 가능하다는 점이 있다. 또, 지열발전은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피크부하*에 의한 추가적인 발전소 건설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다.

초창기 지열발전은 지구 내부의 열을 이용하는 만큼 화산이 있는 고온 지대에서만 가능했다. 초기 지열발전소는 지표 근처에서 100℃ 이상의 온도를 보이는 곳에 위치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지열발전은 흔히 ‘불의 고리’로 불리는 태평양의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미국, 멕시코,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아이슬란드와 같이 화산지대를 보유한 국가에서만 지열발전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술의 발달로 우리나라와 같은 화산이 없는 국가들 역시 지열발전이 가능해졌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4월 아시아 최초로 경상북도 포항에서 지열발전소가 시범 가동될 예정이다.


EGS기술, 비화산지대 지열발전 시대 열다


장기찬 박사의 「국내외 지열발전 현황 및 전망」을 보면 지열발전방식은 크게 ‘증기 터빈방식’과 ‘바이너리 방식’으로 나뉜다. 증기 터빈방식은 150℃ 이상의 고온 증기나 유체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라 화산지대가 위치한 곳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바이너리 방식은 지열수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온도인 85~170℃ 범위에서도 지열수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우리나라와 같은 화산이 없는 지역에서도 쓰인다. 특히 바이너리 방식 중 인공 저류층 지열시스템인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는 포항 지열발전에 쓰이는 핵심기술이다. EGS란 지하 4km 이상 시추하고 지상에서 물을 강제로 주입해 인공적인 대수층을 형성한 후, 이로부터 150℃ 이상의 열수를 얻어내 전기를 생산하는 지열 시스템 기술이다. 따라서 화산지대가 아니더라도, 땅속에 지열수가 없더라도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


왜 포항이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왜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일까? 송윤호 박사의 「우리나라 지열자원 부존특성과 지열발전 잠재량」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지하로 내려갈 때 온도가 증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온증가율 평균값은 25.1℃/km이고, 지표면에서 발산되는 지열의 크기를 나타내는 지열류량 평균값은 60±11mW/이다. 하지만 포항의 지온증가율은 평균 33℃/km, 지열류량은 평균 78mW/를 나타내 우리나라 평균치보다 훨씬 큰 값을 가진다. 이렇게 포항에서 이상치가 나타나는 이유는 포항지역에 두껍게 분포하는, 열전도도가 낮은 신생대 3기 퇴적층에 의한 열 보존 효과와 심부로부터 공급되는 많은 열원 때문이다. 이러한 이점으로 포항의 경우 경제적으로 개발 가능한 심부 지열자원이 부존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최초의 지열발전소가 생기게 된 것이다. 현재 포항 지열발전소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민기복 교수는 “현재 4km 이상의 국내 최장 시추공이 2개 설치돼 있으며 2개의 시추공에서 1MW급의 전력을 올해 내로 생산할 예정”이라며 “만약 포항 지열발전소가 성공한다면 울릉도, 인천 석모도 등 지열탐사가 진행 중인 국내 다른 지역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GS지열발전에 대해 민 교수는 “개발에 높은 투자비와 위험성을 가진다는 단점이 있다”며 “시추를 하고 유체를 주입시켜 순환하게 하는 과정(EGS)은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일이고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지연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화산이 없이도 지열발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화석연료는 점차 고갈되고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체 에너지 개발은 필수적이고 세계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열발전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개발초기단계이고, 성공 가능성도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지열발전에 대한 연구와 제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자원 빈국에서 에너지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지열발전소가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피크부하 : 전력의 수요량을 전력 부하라하며, 1일 또는 어떤 기간 동안의 전력 부하의 최댓값을 피크 부하라고 함.

함예솔 기자
yesol54@yonsei.ac.kr
<자료사진 아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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