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고려대 녹지운동장에서 합동응원전(아래 합응)이 진행됐다. 하지만 행사 이후 ▲단위들 간 소통 부족으로 인한 행사 운영 미숙 ▲양교 응원단의 부적절한 발언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주최 측의 행사 운영 미숙으로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장애학생들이 큰 피해를 받았다. 우리대학교는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장애학생들이 소속된 단위를 고려대 녹지운동장의 평지 지역인 1층 육상트랙 쪽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으로 단과대별 합응 자리를 배치했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이번 합응에서는 고려대 녹지운동장 잔디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펜스가 육상트랙 위에 설치돼 있었다. 이로 인해 응원할 수 있는 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장애학생들을 포함한 해당 학과의 모든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 한혁규(사회·13)씨는 “육상트랙 3칸 정도의 넓이에 많은 학생들이 들어가 위험한 순간들이 연출됐다”며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학생들의 안전한 참여를 보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합응에서는 변경된 사항에 대해 제대로 공지가 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사과대 학생회장 송하람(문화인류·14)씨는 “펜스가 설치돼 잔디가 있는 지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나 총학생회로부터 한 번도 공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당일에 가서 보니 응원자리가 너무 좁아 급하게 잔디에 천막을 깔고 펜스를 옮겼다”고 말했다. 부총학생회장 유상빈(간호·12)씨는 “‘이번엔 잔디에 보호 비닐을 깔지 않아 입·퇴장 시 트랙 쪽으로 통행해 달라’는 아카라카 측 공지를 합응 이틀 전에 중운위 카카오톡 단체방에 공유했다”며 “하지만 이 공지가 의미하는 바가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카라카 응원단장 김성범(건축·12)씨는 “합응 이틀 전 녹지운동장 관리자 측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펜스를 더 뒤로 배치하라는 요청을 고려대 응원단에 전달했고, 아카라카 또한 갑작스럽게 관련 연락을 받아 움직여야 했다”며 “하지만 학우들의 안전이 결부된 문제였다는 점에서 빠른 판단과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테이핑 무효화가 급하게 이뤄져 2, 3층에 자리를 배정받은 학생들이 1층으로 내려와 1층에 있는 학생들이 밀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외곽 자리를 배정받은 단과대는 응원가 등 전체적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무대도 잘 보이지 않아 행사에서 소외됐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총학생회장 박혜수(토목·11)씨는 “소통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시설적인 준비가 잘 돼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교 응원단의 부적절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합응에서 고려대 응원단 측이 ‘연세대 선배들은 광혜원 환자’라고 칭하는 등 여러 인권차별적인 발언들을 해 불편했다는 학생들의 의견들이 있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고려대는 백제대, 신라대와 어울리라고 하는 아카라카의 멘트가 부적절했다’는 제보들이 올라왔다. 이인하(수학·15)씨는 “사적인 대화에서도 지양돼야할 내용이 양교를 대표하는 행사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많은 학생들 앞에서 특정 대학을 언급하는 멘트를 하는데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씨는 “응원단들의 멘트에서 중증장애학생들을 비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말들도 있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장애인권위원회 차원의 입장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카라카 응원단장 김씨는 “학우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노력이 과하게 표출이 돼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며 “합응은 양교 대결의 의미 이전에 연세인이 모인 자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및 여러 단과대 학생회들은 합응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씨는 “지난 합응에 대해 응원단장과 함께 피드백을 진행할 예정이며 고려대 총학생회와도 이야기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아카라카는 28일(월)인 오늘 중운위에 참석해 합동응원전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선회 기자
thisun019@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